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7/19 03:06:26
Name 비롱투유
Subject 우산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우산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의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

한참을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다가 문득 비온다는 생각이 들어 그 동안 힘들게 쓴 글을 지우고 이 시를 가져왔습니다.

세상일이 참 쉽지만은 않아요.
그렇죠?
이것저것 신경쓰면 골치 아픈 일들만 가득한데 그냥 귀막고 눈감고 입다물고 살기엔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요.
솔직한 이야기로 요새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이 드는거죠.
'내가 이렇게 편하게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존재할 자격이 있는걸까?'
TV 속에 등장하는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잡지 못한 어린아이들을 보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지고 어려운 살림에 학업을 포기하셨다가 얼마전에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신 엄마를 보고 있으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쉽지 않네요..        
세상일 어렵다는거 요새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요.
예전엔 정말 뭐든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막상 무언가 해야될 나이가 되니 아무것도 못할꺼 같다는 나약한 생각이 앞서고 몸과 마음 그 무엇도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군요.

어렸을때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꿈만 엄청 커가지고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는게 꿈이었죠.
내가 자란 마을에 내 이름이 세겨진 동상이 만들어지고 노벨상을 목걸에 걸고(그떄는 노벨상이 금메달 같은 건줄 알았으니까요) 멋진 위인전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죠.
그리고 그렇게 될 줄 알았고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죠.  
그 다음 꿈은 작가가 되는 거였어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런 위대한 작가가 되는게 꿈이었죠.
그런데 남들이 국문학과 가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냉큼 선생님으로 길을 바꿨죠.
선생님이 되어서 더 많은 것들을 보게 해주겠다고요.
내가 이루지 못한 꿈들을 이룰 수 있게 말이죠.

생각해보면 지독한 자기변명이죠.
해보지도 않고 무엇이 무서워서 그렇게 쉽게 꿈을 바꾸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떄 꾸었던 꿈은 과연 진실이었나?
부풀리기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허황된 꿈은 아니었나 하고 말이죠.

그래서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의 꿈은 과연 현실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단지 나는 안정적이고 편안생활을 위해서 선생님을 하려는건 아닐까?
내가 지금 품고 있는 이상과 꿈들은 단지 내 자신을 위한 변명이 아닐까?

쉽지 않죠.  
항상 느끼는거지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밥 한끼 한끼 먹는 것도 하룻밤을 편히 자는 것도 그 무엇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것이 무한히 감사하고 부끄럽죠.

확실한 꿈에 이끌려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게 말이죠.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떠밀려 가고 있는지.
시간이라는 움직이는 열차에 탄체 단지 앞으로 앞으로 밀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저에겐 이 시가 가슴아프게 다가와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우산을 한번 펼쳐본일이 없기에  
떨어지를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본적 없기에
........




비가 참 많이도 오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린의꿈
06/07/19 03:14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이쯤하면 그칠 때도 됐는데 말이죠...
久理生公平
06/07/19 04:23
수정 아이콘
저도 제 나름의 꿈을 향해 나아가다 약간의 실패도 겪곤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시련이라는 것을 겪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제가 희망하는 직업에 과연 제가 맞을까?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를 내가 꿰차고 들어가도 괜찮을 것일까? 자문해보는 일이 많지만...
어차피 뚜렷한 답은 없다고 그냥 속편하게 피해가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야 말로 진정으로 부딪히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요...

글쓰신 분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시 잘 읽었고요, 글쓰신 분도 초심을 잊지 않으며 노력한다면 좋은 선생님이 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君臨天下
06/07/19 04:56
수정 아이콘
비야 이제 그만 오면 안되겠니? 우산 좀 그만 쓰고 싶은데?
Cazellnu
06/07/19 06:03
수정 아이콘
진작 자기 자신은 무엇을 해야 어떻게 해야 될지 알 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들은 애써 내치며 핑계들을 찾아 자위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보겠네요

그래도 이미 지난일로 자신을 책망하거나 그러지는 않는것이 좋겠죠 뭐 어떠하였건 간에 과거에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가 오늘의 자신이니까요.
골든마우스!!
06/07/19 09:24
수정 아이콘
저는 여기 비 조금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맑으면 9시간짜리 실험을 매일....OTL
뱀다리후보생
06/07/19 10:12
수정 아이콘
지금만러갑니다
분위기... 를 즐기는나?;...
호수청년
06/07/19 14:02
수정 아이콘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499 에메르손, 카나바로 레알행...잠브로타, 튀랑...바르샤행... [47] 쵱녀성6473 06/07/20 6473 0
24498 가볍게 듣는 힙합 - Jay-Z / Linkin Park - Jigga what / Faint [12] BaekGomToss4130 06/07/20 4130 0
24497 [잡담] 조금 더 애정을 품고 있는... [26] My name is J3739 06/07/20 3739 0
24496 김준영 선수를 응원합니다. [35] TicTacToe4188 06/07/19 4188 0
24495 왕의남자를 넘어설 그영화! <스포無> [38] 그분과연성사6841 06/07/19 6841 0
24493 [소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던 한 소년 이야기 - 1 [6] 볼텍스4021 06/07/19 4021 0
24491 내일 벌어지는 서바이버 마지막조. [44] SKY925038 06/07/19 5038 0
24489 드디어 다음주 수요일 이번듀얼 최악의 아수라장이 열립니다. [72] 초보랜덤6670 06/07/19 6670 0
24487 경주 [14] 정현준4004 06/07/19 4004 0
24486 제 음력생일입니다. [23] 간디테란.~@.@3805 06/07/19 3805 0
24485 아이스테이션 듀얼토너먼트 난장판 조 B조...... [560] SKY928494 06/07/19 8494 0
24484 가볍게 듣는 힙합 - Eminem - Stan [28] BaekGomToss4215 06/07/19 4215 0
24483 이을용 K리그 복귀... [29] love JS4852 06/07/19 4852 0
24482 먼지속에서 찾아낸 옛 시간 한 조각 [21] 라인3834 06/07/19 3834 0
24481 온겜, 엠겜 신규맵 외국인 반응 [32] Forgotten_9275 06/07/19 9275 0
24479 [소설] My Team-1 [4] 퉤퉤우엑우엑4505 06/07/19 4505 0
24478 그들이 꾸는 꿈 [14] 김연우4924 06/07/19 4924 0
24477 박은선 징계는 축협의 잘못된 판단 [9] 대인배백작4327 06/07/19 4327 0
24475 우산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7] 비롱투유4344 06/07/19 4344 0
24474 이런 류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4th) [3] rakorn4481 06/07/19 4481 0
24472 요즘 선수들 얼굴을 보면 참 안타까운게.. [11] K.DD4578 06/07/19 4578 0
24471 내일있을 아이스테이션 듀얼토너먼트 D조와 맞먹는 난장판 조 B조. [84] SKY926790 06/07/18 6790 0
24470 이론적 캐리어 운용 [16] Lunatic4763 06/07/18 476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