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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25 13:50:16
Name SAI-MAX
Subject 내가 김정민 선수를 좋아하는 세가지 이유
음 ....살아오면서 e-sports에 개인적인 여가시간을 얼마나 할애했는지는 모르겠군요..
객관적인 수치 자체로는 누구보다는 적고 누구보다는 많겠지만,
적어도 꽤 오랜시간 99년 이후 한 4년동안은 단 하나의 방송게임도 놓치지 않고 보고 즐길 만큼 애정을 가졌습니다.

그러한 시간동안, 취미생활 이상의 매니아로서 일상을 해치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단 두명이 그 선을 무너뜨리려 하였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군대를 늦게 다녀온 탓에..99년에 제대한 이후 처음 스타를 시작한 저로서는 가장 최악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팀플하면 항상 짐밖에 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지금은 그 친구들과 3:1로 하면 관광당하고, 2:1로 하면 제가 관광하는 수준이 되었지만, 이렇게 된 것에는 두명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1999년 말에 게임큐에서 혜성처럼 스타리그 매니아들에게 나타난 복서가 2000년에 이르러 테란의 전성기를 닦기 시작했고, 그가 나에게 준건 화려함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테란을 더 좋아하게 하는 이유를 주었지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미술의 문외한이 파스칼의 그림을 보고 주위의 시선에 따라서 감탄하는 그런 무딘 감정이었습니다. 보다 테란을 이해하고 나서 미술을 아는 사람들이 파스칼을 보는 시선과 저도 복서의 테란을 보는 시선이 같아졌습니다.

좋아하게 된 것과 별개로...

제가 테란으로 친구들과 2:1로 붙어도 친구들을 역관광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은퇴한 김정민 선수덕분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테란의 바이블이었습니다.
모두가 익히 아는 바, 대 프로토스 최강자중 일인으로서 그의 은퇴 관련 글에서 보듯이 no.1이었고,
그보다 더 대단한건...
대 테란전 양대 최강자 김대건과 함께 절대강자로서 군림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려한 멀티테스킹과 화려한 메크로 콘트롤이 공존하기 힘든 그시절..

그의 플레이가 가치있던 가장 큰 이유는
"테란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나하나의 움직임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복서의 플레이를 보고 테란에 자부심을 가졌다면,
마린의 플레이를 보고 테란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전...어떤 상황에서도 오직 테란만 합니다.
프로토스나 저그를 할때는 단지 테란을 더 잘하기 위해서이지요...
물론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지만...아니 못하지만,
이정도 하게 된것도 김정민선수 덕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e-sports중 스타크래프트 종목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줄 알기 때문일 것이고,
게임을 즐기기엔 꽤 나이든 지금도.. 이렇게 e-sports를 좋아하고, 스타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마 스타를 그에게 배웠기 때문이겠지요...

언젠가 후배가 물어보았었죠..."어떻게 하면 테란을 잘하냐고.."
그친구도 온니 테란유저였던지라...
제 대답은 복서의 경기가 아닌 마린의 경기를 보아라 였습니다.

그는 테란의 교과서 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김정민 선수를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최고중 최고의 자리가 지금에 비해 가치가 부족했던 시절...
그는 최고중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에겐 그 가치가 지금의 최고를 보는 그런 이미징을 김정민 선수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처럼 e-sports 의 파이가 커지기 전이었기 때문이지요..

다만..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감히 장담하건데..

많은 김정민 선수의 팬이 그의 팬이 된 공통된 이유를 뽑으라면
언제나 한결같은 pro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슬럼프에 있어서도..
슬럼프를 겪을때도, 슬럼프를 이길때도,
그리고 타인의 슬럼프를 볼때도...

일례로...01년 첫시즌에서 임요환 선수가 osl 16강에서 탈락했을때, 그의 슬럼프를 지켜보면서 "요환형은 금방 이겨낼거에요.. 연습량이 얼마나 대단한데요..저와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윤정민 선수가 은퇴를 번복하게 된 배경인
"한번쯤은 최선을 다해보고 그만두어도 늦지 않아"
라고 말했던 마린의 모습..


경기에 임하면서도..
경기를 이기면서도...지더라도...

이길때의 완벽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한편의 웅장한 서사시와 같은 모습으로 이길때가 많은 그...
불리함이 절정에 달해 몇몇은 깔끔한 zizi를 속으로 뇌까리지만...
대다수가 그의 처절함이 베르트랑의 처절함과는 다른 자아와의 싸움의 모습을 보는 그런 모습은 포기를 모르는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이런 그를 저는
딱히 "pro 다웠다".....이말 이외에는 할말이 없습니다.


이것이 그를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입니다.







어쩌면 저는 그에게 집착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얼마전에 더마린과 관련된 글을 적었던 적도 있지만..
당시 저는 그의 부활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를 보다 제대로 알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지금 그의 은퇴선언을 보고 많은 e-sports의 팬분들이 공감하고 아쉬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모범을 보여왔고, 앞서 걷는 자로서
그의 테란 플레이 방식처럼 교과서대로 걸어왔기에 앞으로도 좀더, 그의 모습이 후배들에게 본으로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딱히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세심하게 찾다보면, 괄목할 만한 족적을 야기하게된 자그마한 사건이나 인물들이 있습니다.

증명할 수 없지만
나비효과와 혼돈이론처럼..

이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많은 것이란걸...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미동이 큰 파동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테란의 한축으로서가 아닌 프로게이머로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돌이켜보면 어쩌면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이런 김정민 선수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그의 팬들이 공감하는 부분을 같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한번 쯤은 알려주고 싶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기때문에...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그런 모습을 증명하는 예시는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하여도 5가지나 됩니다.
장기 슬럼프의 극복
팀리그 결승전의 눈물
그의 거의 모든 경기에서 볼 수 있는 패배에 굴하지 않는 끈기
전략의 트렌드는 변화함에도 불구, 그의 3만년조이기의 변천사에서 찾을 수 있는 노력의 흔적(정말 올드팬이고 김정민 선수를 보고 배우지 않았다면 알기 힘든...)
cu@배틀넷을 포기한 배경

그런 그의 모습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서 프로게이머가 된 많은 이들에게
좋아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과
pro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를 많은 후배들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이 그를 좋아하는 세번째 이유입니다.





어쩌면, 절절히 아쉬움이 베여 감정에의 노출이 모자란 필력으로 이루어져서
김정민선수 팬이 아닌 분들에게 괴리감과 거부감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e-sports 에 애정을 가진 자로서...
초창기 올드프로게이머로서 타인의 모범을 보여준 그를 제가 좋아하지 않을 이유를 그다지 찾기 힘들군요..

당시 올드팬이 아니면 괴리감이 느껴질 이 내용은 꽤 많은 올드팬에게 가슴절절히 와닿는 추억의 더마린의 모습을 회상하게 될 가치있는 선물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저에겐 언제나 e-sports의 레젼드입니다.

안녕 TheMarine
안녕히 나의 스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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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낭만
06/04/25 15:25
수정 아이콘
예전 iTV리그 시절..
눈비비고 일요일에 일어나서 본 로템 김정민 vs 저그 경기..
12시 2시 관계였는데 생마린으로 2시 저그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고 ..
(그당시 제 상상력으론 생각도 못했던..) 홀딱반해서 임요환 선수가 대세이던 시절에도 김정민을 외치던 모습이 훤하네요..
아! 생각하니 강도경 선수의 대 테란전 버로우 저글링도 생각나네요..
보고싶어요.. 그 플레이가 ㅠ.ㅠ
불꽃건담GoGo
06/04/25 15:33
수정 아이콘
제가 기억하는 김정민 선수에 가장 멋진 경기는 김동수 선수와에 경기입니다..맵과 대회는 잘 기억을 못하는 편이라..김동수 선수는 그 게임에서 외국인 플토유저들에 확장형 플토였죠..멀티먹고 어택땅..김정민 선수는 차근차근 앞마당먹고 끈임없는 게릴라와 난타전..그리고 계속되는 조이기..제 기억속에 김정민 선수에 이미지 입니다..극히 화려하진 않아도 자기일에 묵묵히..별말없이 꾸준이 전진하는..제가 사회생활 하는데에 모티브일수도 있겠조..굳이 1등이 될 필요도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묵묵히 나에 할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김정민 선수..멋진 해설 부탁드려요^________^
김태엽
06/04/25 15:43
수정 아이콘
불꽃건담님 // Sky 2001의 네오 버티고에서의 일전일겁니다. 그날 김동수 선수는 어택땅 프로토스, 김정민선수의 처절한 버티기가 수놓았던 경기었죠.
파란눈고양이
06/04/25 15:58
수정 아이콘
itv에서 처음 김정민 선수를 봤을 때 저 선수가 그 유명한 환타캐리건이라고 중계진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기억이 나네요. 한 때는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당당하고 강했던 최고의 게이머로, 또 그 이후에는 묵묵히 팀을 지키던 KTF의 영원한 수호자로 그를 기억할 겁니다.
나두미키
06/04/25 17:0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교과서 적인 사람은 별로입니다.. 전 사파를 더 좋아합니다.. 하지만 김정민 선수의 단단함과 고지식함 그리고 성실함은 엄청 좋아보였고 개인적으로 팬이라고는 생각되지않지만 좋아하는 선수이기는 합니다. 안타깝다는 생각만 계속 드는군요. 다시 한번 비상하기를 바랬는데..
T1팬_이상윤
06/04/26 02:21
수정 아이콘
저는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제몫을 해내는 선수들도 참 좋던데 김정민 선수가 그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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