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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10 21:36:40
Name The xian
Subject E-Sport 대상 시상식에 대한 아쉬움
직장이 늦게 끝나 E-Sport 대상 시상식을 직접 가서 관람하지는 못하고, TV로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부 정도까지 관람하다가, 결국에는 TV를 끄고 컴퓨터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너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밑에 다른 분이 E-Sport 대상 시상식에 관하여 쓰신 글에 단편적인 느낌을 리플로 달기도 했지만,
최초로 열리는 E-Sport의 잔치 자리와는 걸맞지 않게 시상식이 너무 썰렁했습니다.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이라면 제가 알기로는 1,070석 정도 되는 곳인데,
관계자석으로 보이는 1층도 프로게이머와 선수들이 앉은 자리보다는 빈 자리가 많았고
2층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팬들 역시 많지 않았습니다.

예.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수를 세어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소리'로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소리'란 두 가지의 의미입니다. 첫째로는 사회자, 시상자의 목소리입니다.
오디토리움 같은 극장식의 회의 공간은 소리의 울림이 대개 상당히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실제로 이전에
가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E-Sport 대상 시상식에서 사회자나 시상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하여 전달되면, 그 목소리들은 - 음향에 있어서는 문외한인 저마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
오디토리움 전체의 공간을 타고 울려서 되돌아왔습니다. 열이면 열. 마찬가지였습니다.

둘째로는 관객의 반응입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나 박수 소리가 과연 많은 사람들이 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역시 '누가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을 만큼' 적은 분들의 환호성과 적은 분들의 박수만 들렸습니다.
제나름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오늘의 관객들의 반응은 '열정적이지만, 날카롭고 얇은'반응이었습니다.
저처럼 쑥맥인 사람이 그 곳을 가면 주눅이 들어 버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입니다.

시상식이건만, 오늘의 분위기는 잔치 자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런 표현 쓰기 싫었는데...... 안습이더군요.


이번 E-Sport 대상 시상식에 대해 비난과 보기 안 좋은 말까지 섞인 소리들이 나오고 있고
비난과 욕설보다도 더 듣기 싫은 '무관심'이란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참 착잡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 선정, 일자, 시기, 진행상 문제 등의 부분까지 따져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불만족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걸음마하는 아기에게 100m 달리기를 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다만, 다만 한 가지 제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것은, 어떻게 보면 앞으로 연례행사로 개최되면서
E-Sport 최고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한 E-Sport 대상 시상식의 시기에 대한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파이터포럼과 스포츠칸에만 일주일 전에 기사가 났을 뿐,
나머지 스포츠지나 일간신문 등등에는 - 그것도, 기사가 난 스포츠조선이나 경향신문 등은 그나마
주관사이거나 E-Sport에 관심을 가져 주는 언론들이 태반입니다 - 기사가 바로 그저께부터 나기 시작했습니다.

상다리 휘어지게 만한전석을 차려 놓은 잔치도 자기 식구들끼리만 먹으면 무슨 재미가 있습니까?
최소한 동네 걸인들이나 그 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라도 불러모아야 먹는 맛도 나고 즐길 맛도 나는 법입니다.

잔치니까요.

E-Sport의 잔치 자리인 이번 시상식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이 더 모일 수 있도록 최소한 한두 달,
아니, 보름 전부터라도 "E-Sport 대상"이나 그 시상식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조금씩 흘리고,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알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본다면, 이것이 바로 E-Sport의 현실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E-Sport의 근간이 되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도 '즐길 거리'로는 분류될지는 몰라도, '문화'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사서 하면 바보 취급을 받고, 게임에 돈 안 쓰면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삶의 지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것만을 봐도
게임이 제대로 된 놀거리와 문화로 인식되기엔 아직도 멀고도 험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공유정신'을 핑계로 게임을 도둑질하는 일은 아직도 비일비재하고, 게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게임중독이나 현금거래 등의 문제성 있는 부분만 더 많이 드러나고 있고,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인식하는 이들보다는 '그저 즐기고 돈 버는 이들'이라는 식으로 삐딱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세상입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저는 이번 "E-Sport 대상" 시상식의 텅 빈 자리는
현재 E-Sport를 뒤덮는 열기가 다 사그라들고, 놀 거리, 볼 거리 등은 없이 E-Sport에 대해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지 않게 되면 E-Sport의 입지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람된 말이겠습니다만, 스타크래프트 경기만 가지고, 임요환 선수 등을 비롯한 스타플레이어 몇 명의
인기만 가지고 5년, 10년 후에도 E-Sport에 대한 관심이 지금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일 것입니다.
그런 몇몇 정점만 바라보다가 타이타닉처럼 E-Sport라는 배가 모두 가라앉아 버리게 되는 때에는 이미 늦을 것입니다.


오늘 상을 받으신 여러 E-Sport의 선수,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오늘의 상이, 이 시상식이 영영히 기억될 자리가 되고 E-Sport의 잔치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선수든, 관계자든, 팬이든... 오늘 삼성동 오디토리움의 객석을, 그리고 관중의 호응과 박수와 함성이 아닌
원치 않는 여백이 만들어 낸 어색한 울림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The xian -


P.S. 어쩌면 - 직장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 집에 들어앉아 이런 소리나 쓰고 있는 저 역시 이번 시상식에 무관심했고,
참여해 보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아쉬움의 한 축을 담당한 처지라고 생각하기에,
누가 저에게 '너는 그 때 무엇을 했느냐'라고 꾸짖고 비판한다면 저 역시 그런 꾸짖음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그러나 제가 제 아쉬움으로 인해 비판 받아 마땅한 자승자박의 처지가 된다 해도 아쉬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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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인생
06/03/10 21:39
수정 아이콘
게임대상만큼의 퀄리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너무 기대했나봐요.
가루비
06/03/10 21:42
수정 아이콘
팬들이 오늘 새벽까지도 입장이 되나 안되나로
궁금해했던 시상식이었습니다.

( 새벽에 풀린 이유는 기사가 올라왔죠;;; )

좀더 홍보에 신경썼으면 합니다.
그렇게 많은 선수들을 만날수 있고 그런부분이라면
좀더 많은 홍보가 되어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삼겹돌이
06/03/10 21:51
수정 아이콘
처음이니간 앞으로 나아지겠죠
하여튼 오늘 정말 썰렁하기도 하고
시상하는 상들도 정리 안된듯하고
대체적으로 급하게 한듯 준비가 부족해 보였죠
사다드
06/03/10 22:44
수정 아이콘
스폰이나 후원에 관심있는 기업들이 관심있게 지켜봤을법한 시상식인데, 좀 긴 호흡을 두고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보여줄 거리가 많은 시상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쉽네요.
그래도 레드카펫 포토라인은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처음 인터뷰할때 다같이 서서 인터뷰하고 포토라인에서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더 좋아보였을겁니다.
EpikHigh-Kebee
06/03/10 22:47
수정 아이콘
또 정말... T1이 몇개를 받았는지... 정말 2005년은 '그들만의'해였군요
윤영진
06/03/10 22:52
수정 아이콘
많이 부족했고, 많이 아쉬웠습니다. 내년엔 더 낳아지겠지요...^^
김연우
06/03/10 23:04
수정 아이콘
조금 밖에 안왔다니, 다행입니다. 만약 많이 들어왔다면 다신 스타리그 안봤을겁니다.
06/03/10 23:18
수정 아이콘
다음해에는 많은 세세한 부분이 많이 수정되어야 할것같군요. 제 생각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팬이 가장 없었던 큰 이유는 학생들이 개학을 해서 아닐까 싶은데요...전 고등학생이라서 야자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보지도 못했거든요. 대학생 분들도 개강하고 학기초니까 바쁘지 않나요??
평일이 아니라 토요일날 하면 안되는걸까요~ㅠ.ㅠ
06/03/11 00:10
수정 아이콘
홍보가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그 외에는...선수들 보는 즐거움이 있는 시상식이었습니다. 근데, 그래픽도 너무 촌스럽고, 후보보여줄때, 화면나누기로 한 화면에 후보를 다 비춰 주는 정도의 노력은 있어야 할 거 같더군요. 우리나라 방송사 시상식이 많이 발전했는데, IT산업을 이끈다는 E-SPORTS 대상이 그래픽 부분이 그렇게 초라해서야 되겠습니까? 왠지...급하게 시상식을 준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홍보도 늦었고...여러모로...올 해가 아닌, 내년을 바라보고...시상식을 계획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더군요.

아무튼, 선수들 보는 즐거움에 재밌게 다 보긴 했는데, 객석의 선수들을 카메라가 너무 안 잡아 주더군요. 잡아 주는 선수만 잡아 주고, 인터뷰 할때 잠깐 보여주고...내년에는 수상을 못 하는 선수들 중에 스타급 선수들은 시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렇게 보는 맛이라도 있어야죠. 이거야 원...선수들은 모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구경만 하다가 갔습니다.

내년에는 올 해 보다 훨씬 멋진 시상식을 기대해봅니다.
06/03/11 01:22
수정 아이콘
워3 유저로서도 진짜 기분 나쁜일 많았고, 시상식에 참여한 사람으로서도 굴욕적이였지만,


기자님이 파포에 글 쓰신대로

"첫삽은 퍼야 한다." 라는 그 말에 아주 심히 공감이 가는지라.
요번 시상은 그냥 아무말 않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06/03/11 02:25
수정 아이콘
현장에서 전화 해준 아는 분 덕에 집에 가려던 지하철에서 방향 돌려서 다녀오긴 다녀왔는데 정말 사람 없더라구요. 중간에 전용준캐스터께서 뒤에 계신 분들 앞에 와서 앉아달라는 말씀도 하시고...

2층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고(앉아있던 분들은 아마 10명 남짓;) 그나마 1층도... 오죽하면 아는 분과 같이 보면서 게이머분들이 팬분들보다 더 많이 온 것 같다는 소리를 했을까요.

다음 시상식에서는 좀더 나은 홍보로 많은 팬분들이 함께 참여하여 환호할 수 있는 즐거운 시상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제 나아 지겠죠...
블루문
06/03/11 11:30
수정 아이콘
E-스포츠 대상 시상식이라는게, 그 취지는 참 좋았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좀 이른 샴페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스토브 기간에 선수들 경기가 없는 시점이라 적절한 시기이긴 했지만, 그 전에 홍보도 별로 없이 급조된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도대체 올 한해를 언제부터 언제까지로 확실하게 정한건지도 명확한 기준 제시를 나중에 한 감이 있습니다.
윗분들 말씀처럼 선수들이 직접 시상자로 참석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스타외 종목들 또한 이젠 많은 자리를 잡아갔다고 생각하는데, 1부에 그렇게 서둘러 시상을 한걸 보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조금씩 식고 있을지 모르는 게임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레드카펫, 큰 시상무대, 화려한 드레스,,, 이런것들보다 게임리그나 그 외 맵등의 부가적인 상황에 대한 노력과 그 내실을 기르는 데서 나오는 거겠죠,,
축하해주는 팬들이 관심이 없으면 그들의 수상 또한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요,
일단 첫 시작 첫단추이니 여러가지 아쉬움은 뒤로하고 내년에는 좀더 작은 곳에서 하게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속에,, 그리고 스타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선수들도 활짝 웃을 수 있는 시상식이 되길 바랍니다.
Spiritual Message
06/03/11 14:04
수정 아이콘
이번엔 홍보도 문제였지만 시상 내역도 좀 손을 봐야할듯.. 영화제나 뭐 이런것들보다 볼거리가 너무 없죠.. 상 받을 사람들도 너무 뻔하고.. 홍보가 잘 됐어도 안 갔을것 같습니다..
06/03/11 14:17
수정 아이콘
내심 장재호 선수의 대상을 바란건 저뿐인가요 T.T
greatest-one
06/03/11 14:29
수정 아이콘
내부적인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내실을 가할 생각이나 하지
이스포츠도 이런거 한다라고 대외에 생색좀 내보려
애쓰는 꼴로 보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ㅡ,.ㅡ
그냥 스타크래프트 대상이라고 하지
이스포츠라고 억지로 갖다 붙힐려고 다른 분야 선수들 시상하는데
엎드려 절받는다는 기분이 이런걸까요???...............
첫삽을 풀만큼 이스포츠가 정착이 되있나 묻고 싶네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것도 좋지는 않습니다만
사상누각이 될지도 모릅니다...
보여주기 위한 노력보다 제발 내실을...
비스폰팀의 열악한 환경과 타종목 선수들의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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