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1/22 14:20:16
Name 칼릭
Subject 사랑은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 지옥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에서 나온 말로 기억합니다..

사랑이라는 것.. 물론 상황에 따라 아름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처절하고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

몇 년 전에 사귀다가.. 헤어지고.. 작년 가을부터 다시 연락하고 지내는 동생이 있습니다..

작년 9월.. 오랜만에 만날 때에는 '혹시 다시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났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만나도 특별한 느낌은 없더군요.. 그냥 저에 대해서 잘 아는 동생이 새로 생긴 느낌이랄까요..

제가 지방에 살고.. 그 친구는 서울에서 일하고 있기에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싸이를 통해.. 문자를 통해.. 전화를 통해.. 꾸준히 연락 주고 받고..

가끔 서울 갈 때면 만나서 얼굴 보고.. 밥 먹고.. 그러는 사이였죠..

그러다가.. 올해 봄에.. 그 친구가 자기가 다닐 대학원에 진학해달라고 말을 하면서..

말을 돌리면서 고백을 했는데.. 그걸 못알아들었습니다.. 제가 둔해서..;;;

그러다가.. 얼마 전에 서울 갈 일이 있어서.. 그 애랑 만나고.. 긴 시간 동안.. 서로가 꽤나 진지하게 여러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예전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랄까요.. 왠지.. 이 여자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지금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약 한달 전부터 사귀기 시작했다더군요..

그래서.. 한 일주일 고민했습니다.. 고백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전에 헤어지고 제가 군대 가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끊어졌다가 다시 연락하게 됐는데..

이러다가 다시 연락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제 감정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 한다면.. 잘못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예전처럼 대해줄 것이라 믿었기에..

고백을 했죠.. 그리고 일주일 후에 딱지 맞았습니다만.. -ㅅ-)a

..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딱지 맞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한동안 기다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버렸습니다..

그 친구도 처음에는 약간 부담스러웠다지만.. 제 감정 솔직하게 하나 하나 다 이야기 해주니..

오히려 편하다더군요..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 나중에 서로가 다른 사람이과 결혼하게 되더라도..

서로 청첩장 보내주고.. 결혼식장에서 자랑스럽게 소개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약속도 하고요..

그녀가 지금 사랑하는 그 남자와 헤어질 생각은 없지만.. 그런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제가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기다리게 하는 것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보험(?)처럼 남아준다는 말에 가슴떨린다고는 하더군요..

..

어제도 그녀는 사소한 일상의 질문을 하러 저에게 전화해주고.. 저도 아침에 감기 조심하라는 문자 보내주고..

이번 겨울을 여자친구 없이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가 상처받을지도 모르고.. 저에게 다가올 인연을 막아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이 여자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거든요..

그녀는 지금 사귀는 남자와 결혼할지도 모릅니다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녀를 크게 미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고.. 제 행동은 제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어디까지나 제가 결정한 미래라는 것이죠..

바보같은 일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기다려보렵니다..

그리고 뭐든지 해보렵니다.. 몇년만에 악필이긴 하지만 손으로 편지도 쓰고 있으니까요..

벌써 한 15장 썼는데.. 한 3~4주 더 쓰면 몇장이나 채울 수 있을까요..?

..

비록 이 사랑의 끝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행복합니다..

그렇기에 제 선택에 절대 후회는 않습니다..

가슴 시릴 정도로 맑은 날이지만..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징크스
05/11/22 14:43
수정 아이콘
그죠... 상대방이 큰 부담 가지는게 아니라면야 기다리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는 어차피 자기가 짊어져야 하는건데 칼릭님께서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으시니까요...

지금뿐만 아니라, 나중에도 행복해지시길 빕니다.
05/11/22 14:59
수정 아이콘
그런 마음 씀씀이, 부럽네요.
저도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ㅠ
아반스트랏슈
05/11/22 14:59
수정 아이콘
요시모토 바나나의 N.P라는 책에서 나온 말이네요. 표지가 너무 이뻤고, 그냥 가벼운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집어온 책인데, 읽고나니 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_-;;;
저도 요즘 어떤 여자분을 좋아하고 있는데, 처음 해보는 사랑이라 그런지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막막하더군요. 그냥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습니다...만... 알아줄지는 의문이네요 -_-;;;
칼릭 님도 행복한 사랑 만드시길 바랍니다^^
김재훈
05/11/22 15:12
수정 아이콘
요시모토 바나나...키친을 본적이 있는데...
그 감정 하나 만큼은 그대로다 싶었습니다.
문근영
05/11/22 15:13
수정 아이콘
역시 일본 3대 여성작가중 하나답군요.
정말 멋있는 표현이네요..
저랑 어쩜 그리 잘 맞는 표현인지..
하늘높이^^
05/11/22 19:05
수정 아이콘
칼릭님//
3년을 바라본 여자가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연락하고 지냈고, 또 반년여 외국에 있는 동안에도 5일정도 빼고 매일 전화했었죠. 그리고 고백했습니다.
그 때 저말고 다른 남자분이 역시 작업(?)중이었고, 과내커플에 대해 아픈 과거가 있는 그녀는 다른 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녀가 둘 사이에서 고민할 때, 저에게 '기다려줄래?'라는 말을 건냈었죠. 기다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3년을 기다렸는데, 충분히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도 그녀가 먼저 기다려달랬으니까요.

하지만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었고, 또 그녀의 친구들이나 우리 과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그 두 사람을 보면서 결혼할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절 힘들게 했고, 결국 그녀를 포기했죠.

얼마 전...그녀가 헤어졌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물론 저에겐 이제 기회가 없죠. 제가 잡고 있던 손을 놔버렸으니까요. 결국 결혼까지 생각했던 건 저의 망상에 불과했던겁니다. 그리고 기다리지 못했던 제가 한심해보였습니다.

많은 생각이 드실거란거 잘 압니다. 그리고 힘드실겁니다. 전 다른 분과 그녀가 사귀기 시작하는 날부터 '체리북'을 썼었습니다. 물론 50일에서 멈춰버렸습니다만 님께서 쓰시는 편지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아하신다면 기다리세요. ^^;;
저는 못했지만 칼릭님은 꼭 기다리셔서 좋은 결실 맺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지옥'에 있더라도 아름다울 수 있단 걸 보여주세요. 화이팅~!
05/11/22 19:06
수정 아이콘
어지간하면 이런 상황은 말리자고 노선을 정해놓고 살지만
글쓴분의 마음씨가 왠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힘내세요.
05/11/23 00:56
수정 아이콘
기다림.... 한번 겪어볼만한 열병이지요.... 힘내세요. ^_^
BeAmbitious
05/11/23 03:11
수정 아이콘
파이팅 ^_^
유신영
05/11/23 07:03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어떤 모습으로 만나든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같아요.. 이성을 조금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건.. 균형감각 잃지 말고 리듬 잘 잡으시기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626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 [3] BluSkai3750 05/11/22 3750 0
18625 사랑은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 지옥이었다.. [10] 칼릭3994 05/11/22 3994 0
18624 로얄로더들만의 징크스 [23] AttackDDang5389 05/11/22 5389 0
18623 오늘의 프로리그~ (PLUS 대 KTF , KTF 대 PLUS)를 예상해봐요! [39] 체념토스4464 05/11/22 4464 0
18619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39편 [32] unipolar7744 05/11/21 7744 0
18618 오늘 학교에서 일어난 최악의 사건... [56] K_Mton6536 05/11/21 6536 0
18617 <용가리>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화를 봤습니다.<무영검> - 스포일러없음 [13] 헤롱헤롱4813 05/11/21 4813 0
18616 PgR 21의 생일입니다. 축하해 주세요 [177] homy4423 05/11/21 4423 0
18615 괜찮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35] My name is J4228 05/11/21 4228 0
18614 신과학은 없다? [164] 오케이컴퓨터5201 05/11/21 5201 0
18613 박태민 프로토스한테 GoRush 하는 경기가 줄어들고 있네요. [33] 재계5462 05/11/21 5462 0
18612 미친저그 [19] 필력수생4412 05/11/21 4412 0
18611 차기맵후보작 "개척시대" 감상평! [9] 라구요4315 05/11/21 4315 0
18610 월요일 저녁, 한빛 대 SKT1의 재밌는 대진을 보며 [81] 세이시로4943 05/11/21 4943 0
18607 면접 또 탈락..한숨만 나오네요.. [46] 사랑천사7124 05/11/21 7124 0
18605 안녕하세요 PGR첫글입니다. 다음달에 군대를 가요. [10] 장미의 이름3440 05/11/21 3440 0
18603 Goal~~!!이란 영화를 봤습니다..(약간의 스포일러) [12] 친절한 메딕씨3788 05/11/21 3788 0
18602 밑의 쥬다스페인님의 글을 읽고 생각난 또 한명의 프로토스... [19] legend4490 05/11/21 4490 0
18600 "강풀"의 인터넷 만화를 보셨나요? [24] 바카스4863 05/11/21 4863 0
18599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날 임요환 선수.. [7] [Hunter]Killua4625 05/11/21 4625 0
18598 아... 장재호선수.. 무너지네요... [28] llVioletll7904 05/11/20 7904 0
18597 전 수능 때 이랬습니다. [39] 루미너스3715 05/11/20 3715 0
18593 진정한 프로와 팬의 관계에 대한 짧은 생각 [62] Passer-By13611 05/11/20 361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