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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11 01:57:23
Name 雜龍登天
Subject 폭군의 신민은 폭군보다 포악하다
  
  전에 청나라때의 몇 가지 중대 사건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있다. 그 기록에 의하면 신하는 극형을 내리고, 성상(聖上)께서는 죄를 감해 주곤 했다. 나는 그것을 읽을 당시에는 아마 어진 임금이라는 미명이 탐나서 그런 수작을 피운 것이겠지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 했다.

  폭군 치하의 신민은 대개 폭군보다 더 포악하다. 폭군의 폭정으로도 폭군 치하의 신민들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예는 접어두고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작은 일로는 고골리의 희곡 <검찰관>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금지시켰으나 짜르는 도리어 공연을 허락하였다. 큰 사건으로는, 로마의 빌라도 총독은 예수를 석방시키려 했으나 사람들이 도리어 십자가에 못박을 것을 요구했다.

  폭군의 신민들은 폭정이 타인의 머리위에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남의 참혹함을 자신의 오락으로 삼고, 남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으면서 위안한다.

  '운 좋게 걸리지 않는 것' 만이 그 자신의 재간이다.

  그러나 운 좋게 걸리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서 다시 희생물이 뽑혀져 폭군 치하 신민들의 피에 주린 욕망을 채워주게 되지만, 누가 다시 그 희생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죽는 자는 "으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는 희열을 느낀다. 그 "으아" 소리를 들으며......        (1919년)





전에 노신 선생님의 글을 한번 올린 적이 있는데 나름대로 반응이 좋았다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짧은 글 한편을 더 올려봅니다.
요즘 게시판에서나 사람들을 만날때 보고 듣게 되는 얘기들을 접할때 가끔 이 글이 떠오르곤 합니다.
노신 선생님의 글은 처음 접했던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의 사회를 들여다 본다는 느낌을 줍니다.
시중에 노신 선생님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가을에 읽을 책을 아직 못 찾으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덧붙임 : 웹에서 긁은 글이 아니라 타자로 친 글이지만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신 선생님은 고인이 되셨다는 점, 그리고 역자분과 출판사에는 이 책은 이미 절판되어 상업적 가치가 없다는 점을 핑계로 삼을까 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덧붙임 : 지난번 글에 좋은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물탄폭설"님께서 제 필명을 칭찬해 주신 글을 읽고 하루종일 기분이 둥둥 떠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좀 지체되어 글이 뒤로 넘어가 버려서 미처 댓글을 달지 못했지만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보잘것 없는 것에 칭찬해 주셔서 저를 너무너무 행복하게 해 주신 점, 그리고 칭찬이 사람을 얼마나 고취시키는지 가르쳐 주신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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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05/11/11 02:38
수정 아이콘
섞일 '잡' 雜 아닌가요. ^^a
사상의지평
05/11/11 02:4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약간 빗나가긴 하지만, 폭정이란 것과 관련해서, 이문열씨의 삼국지에 나오는 글도 생각이 나네요
공포는 익숙해지기 때문에, 공포정치는 더더욱 강한 공포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그런 식의 말이었는데

정치에 있어서 폭정이 잘못되었다는것, 그것 하나만은 공통점으로 잡아낼 수 있겠네요.
레지엔
05/11/11 03:36
수정 아이콘
신민을 포악하게 만들기에 폭군은 죄를 지은 겁니다. 혼자서 이리저리 휘둘러봤자 맞고 떨어줄 대상이 없으면 폭력은 오래 존재할 수 없죠. 단지, 군중에 비해서 강한 개인이 더 명확한 방향과 지침을 가지기에 폭군의 신민보다 폭군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듯 합니다.
총알이 모자라.
05/11/11 08:41
수정 아이콘
한사람의 말의 부분으로 잘모른다면서 분석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것이 아닐까요? 일단 노신이 누군인가를 알아보고 이 말의 의미를 해석해도 늦지 않을텐데요.
05/11/11 09:40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만 몇번을 읽어도 폭군의 정치를 좋게 보이게 한다라는 말은 없는 것 같은데요..
폭군의 신민은 폭군보다 포악하다 라는 말이 폭군의 신민보다 폭군이 낫다라는 말은 아닌듯 해 보입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말의 부분을 잘 모르면서 분석 평가 하는 오류를 범했네요. 그냥 저 말을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거니 생각해 주십사하고 글올렸습니다. _ _)
총알이 모자라.
05/11/11 09:50
수정 아이콘
중국의 노신선생이 참 고생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www.김XX國k-1.com
05/11/11 10:34
수정 아이콘
일단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이해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해로 문제삼을 만한 부분도 여전히 있긴 합니다. 노신의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노신은 아마도 아큐정전에서와 같이 항일하지 않고 나태와 나약함만을 가진 중국인들을 각성(?)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의 생각으로 친일과 항일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보입니다. 폭정에 참여하는 것과 다만 폭정에 대항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히 다른 것이구요. 일본을 물리치기 위한 관점에선 후자의 것 역시 전자 못지않은 악덕이라고 평가될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후자는 그리 비난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 중에 항일투사였을 사람이 몇이 될까요?) 그런 이유로 이 글의 내용이 이해는 가나 공감은 되지 않습니다.
도둑질하는데 도둑놈보다 그 옆에서 못 말린 시민들이 더 나쁠 수는 없습니다. 설사 그 도둑질을 보면서 즐긴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도둑놈보다 나쁠 수는 없겠죠. (물론, 이것이 노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개인적으로 저 말은 틀린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저의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말입니다.)
총알이 모자라.
05/11/11 10:59
수정 아이콘
www.김XX國k-1.com님 그렇습니다. 의견은 다를수도 있고 판단도 다를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나름 일정정도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위의 댓글을 달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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