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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26 23:20:00 |
Name |
토돌냥 |
Subject |
순희의 스타일기 1편 |
출처는 비타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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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뒤에 맑은 하늘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하였던가?
정녕 아니 끝날 것만 같던 지옥의 고3 생활을 끝내고
대학이란 곳에와 처음으로 그놈을 만났다.
그로부터 6년 동안 나의 친구이자, 애인이며, 스승인 동시에 피로회복제였던
그놈의 이름은 바로…
Starcraft 이다.
여중·여상·여고가 한 울타리 안에 묶여 있는 초(!) 암울한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에 대학이란 곳을 비집고 들어왔건만…
이놈의 수컷들이 하자는 청춘사업에는 관심 3g 조차 없고
자기들끼리 PC방이란 곳만 드나드니 내 어찌 한탄하지 않았겠는가!
내 꽃다운 스무 살을 이리 보낼 수 없다 생각하여,
무작정 뒤꽁무니라도 밟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다소 불순한(?) 동기로 인해 나와 스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처음 접한 종족은 우아한 인간족 Terran 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남자친구란 녀석이 내 이미지를 뭘로 보았는지
제일 쉬우니 배우라며 Zerg를 가르쳐주는 바람에 내 주종은 저그가 되었다.
(지금은 Protoss로 전향했지만 말이다.)
앞으로 종종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본인은 Terran을 매우 좋아, 아니 동경한다.
제일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도 Terran 유저이고, 테테전 잘하는 남자는 무조건 멋져 보인다.
그런데 안 그래도 어려워 보이는 게임이건만,
멋있는 Terran도 아니고 벌레들만 기어다니는 Zerg를 배우려니 딱 죽을 맛이었다.
‘꾸오오∼’ ‘꿰엑!!’ ‘퉤퉤’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도 같이 ‘꾸오오∼’ ‘꿰엑!!’ ‘퉤퉤’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초허접 상태의 나를 상대로 내 친구는 핵까지 날려가며 즐겼고,
난 핵을 맞아 초토화된 케찹쇼를 보고도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허나 본래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필자인지라 금새 스타의 재미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히드라가 ‘퉤퉤’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여.워. 보이는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스타에 맛이 들려 주로 공강 시간에 (실은 자주 자체휴강을 하고)
친구들과 PC방을 들락거리며 팀플레이를 즐겼고,
남자친구를 달달 볶아 생일선물로 Starcraft 정품 CD를 선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스타와 동고동락하기를 벌써 6년.
여전히 실력은 “발로했삼?”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 스타는 내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돼 버렸다.
종종 여성유저들을 만나면 궁금한 것들 중 하나가
‘저 분은 어떻게 스타를 알고 시작하게 됐을까?’라는 물음이다.
어떤 분들은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스타방송을 보다가 시작하기도 하고,
남자형제나 친구를 통해, 혹은 필자처럼 음양의 조화를 위해(!) 스타를 시작한 분도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이 어찌되었든 6년 전에 비하면 많은 여성들이 e-sports 에 관심을 갖고 함께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필자로 하여금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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