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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10 02:09:18
Name 시퐁
Subject SO 1 스타리그 5주차 관전 후기
1. 나는 쉬겠다. 하지만 너의 휴식은 용납하지 않으마.

테란이라는 종족이 하나의 확장만으로도 두개, 세개의 확장을 가져간 저그를 이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네랄로 좁혀진 입구를 막아버리기만 해도 초반 저그의 견제 없이 앞마당을 무난하게 가져 갈 수 있다는 것은 테란에게 굉장한 메리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맵에서 저그가 유리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구조물이 없다시피 한 너무나도 거대한 중앙입니다. 중앙으로 나오게 되면 아무리 테란이 진형을 잘 잡아도 두방향, 세방향에서 치고 들어오는 일명 '쌈싸먹기'를 막기가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테란의 진출만 저지하면 그 다음은 간단합니다. 무한 확장후 온갖 럭셔리 조합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거죠.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그 문제를 너무도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해 버립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황제라는 칭호를 안겨준 '드랍쉽'으로 말이죠.
박성준 선수는 자원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앞마당에는 가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마린은 가스를 소비하는 유닛이 아니기 때문에 베슬과 탱크의 '과학러쉬'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그도 안전하게 자원을 모으고 싶었고 그 휴식을 바탕으로 테란이 어떤 체제를 가지고 덤벼오건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가 언뜻 보기엔 방어적으로 보였지만 제가 보기엔 그는 오히려 '전략적인 공격'을 선택했습니다. 공격의 화신 박성준 선수의 병력을 자신의 본부대로 집중시켜놓고, 동시에 드랍쉽은 상대의 확장을 부숴버립니다. 자원이 하나씩 사라져버리면 박성준 선수는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자원에 피해가 없는 테란을 자원의 피해가 심한 저그가 이길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전술적인 공격은 박성준 선수가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전략적인 공격은 임요환 선수가 더욱 뛰어났던 것입니다.

2. 그의 핵심 유닛은 이것 !!

제가 차세대 프로토스 주자중 송병구 선수를 가장 윗줄에 놓는 이유는 그가 단지 '물량형'선수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의 장점은 컨트롤과 전투, 그리고 전략에 있습니다. 지금 그의 부진은 그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전략적인 선택을 많이 하고 그 이후의 운영에 집중하려 합니다. 강민, 박용욱, 박정석 선수가 그랬듯이 그 또한 '운영'의 맛을 배워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박지호 선수나, 오영종 선수가 압도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운영을 꾀한다면 송병구 선수는 컨트롤과 운영, 전투를 바탕으로 상대적인 물량의 우위를 가져가는 플레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완성될 경우 그는 초특급 프로토스의 반열에 올라설 것임을 확신합니다.
오늘의 경기 또한 그러했습니다. 전진 몰래 게이트가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들키더라도 질럿 러쉬를 통해 프로브를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고 실제로 많은 수의 프로브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박정석 선수에게 질럿을 강요시켜놓고 자신은 오히려 드라군으로 전환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드라군의 타이밍은 송병구 선수가 더 빨랐습니다. 속업이 되지 않은 질럿은 드라군에게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후 장소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뛰어난 전투능력으로 첫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성과를 올립니다.
하지만 그 전투로 인해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셔틀이 공중에서 터져버리는 바람에 리버의 추가가 늦어집니다. 송병구 선수의 핵심 유닛은 리버였고 그 리버는 셔틀이 있어야 힘을 더하는 유닛입니다. 멀티도 더욱 빨리 시도했고 교전에서의 우위도 점했지만 셔틀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박정석 선수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진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셔틀이 터져버리고 리버를 잃었을 때의 단점이 무엇인지를요. 핵심 유닛을 잡아준 박정석 선수의 판단과 경험이 빛을 발했던 경기였고, 더불어 송병구 선수의 놀라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3.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순간의 방심도 없이.

조용호 선수는 큰 무대에서의 좌절 이후 최소한 한 시즌 정도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지난 MSL 승자조 결승과 결승 진출전 이후, 그의 경기는 이상할 정도로 맥이 없고 피곤해 보였습니다. 반면에 서지훈 선수는 가장 기복이 적은 플레이어입니다.
신정민 선수와의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서지훈 선수의 파고드는 타이밍은 마치 짜맞추고 온것처럼 정확합니다. 오늘의 경기도 조용호 선수의 성큰이 조금만 더 일찍 완성되었더라도 서지훈 선수의 병력은 본진으로 들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입구에 저글링이 적었더라도 말이죠. 본진에서 파이어뱃을 지속적으로 살리면서 조용호 선수의 병력을 본진으로 집중시키고 자신은 확장을 가져갑니다. 이후, 조용호 선수가 럴커를 상대의 본진으로 난입시키기 위해 바이오닉이 옆쪽으로 빠져있는 틈을 타서 진입을 시도하지만 적절히 나온 SCV가 본진 입구를 틀어막는 바람에 아무런 성과도 없이 병력을 잃고 맙니다.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 이후에도, 경기의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은 '퍼펙트' 테란 서지훈의 승리였습니다. 그의 운영능력, 적절한 집중도, 틈을 파고드는 센스와 타이밍을 엿볼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4. 나는 최연성이다. 나는 최연성이다. 나는 최연성이다.

이 경기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홍진호 선수의 놀라운 센스에도 불구하고, 임요환 선수와 같은 전략을 선택했지만 그 운영 방식이 판이하게 달랐던..자신만의 스타일과 자신만의 운영으로 승리를 거둔 그는 '최연성' 선수입니다. '토나오는 물량', '괴물 테란', 한때 모든 스타계를 주름잡았던 그의 이름은 '최연성'입니다. 그 이외에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




P.S 오늘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선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송병구 선수, 저는 그대가 반드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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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10 02:12
수정 아이콘
멋진글입니다.잘읽었습니다.^^
나는최연성이다나는최연성이다나는최연성이다 ..ㅋ
My name is J
05/09/10 02:14
수정 아이콘
저역시...송병구선수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정석 강민선수의 퓨전이 만족할만한 '완성형'을 이루어내고 있지 못한 지금-
날카로운 칼을 다듬기에는 늦었으나 완성형을 키울 시간은 있다고 봅니다.

송병구 선수가 눈앞의 승리나 한두 시즌의 부진에 힘겨워하기보다는
본인과 코칭스테프...그리고 팬들 모두 앞으로 1년...4~5시즌 앞을 봐주기를 바랍니다.
많이 두들긴 철이 질기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_^


오늘 수원에서 고생하신 선수들과 관계자분들..그리고 팬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전에는 멀다고 못갔는데 이제는 지척에 살아도 못가네요...아흑-)
솔리타드제이
05/09/10 02:29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글이 옆으로 좀 길은감이 있네요~
살짝 엔터눌르는 쎈스~~~
수시아
05/09/10 02:33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에 맵 논쟁으로 얼룩질까봐 조심스러운데요. 네오 포르테는 포르테의 힘싸움형 스타일 맵의 존재가치에 의해 단점을 보완하면서 네오 포르테로 재무장했지만 저그-테란전, 테란-프토전이 생각보다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데이터가 많이 쌓이는 가운데에서도 네오 포르테에서 우주검색결과는 총전적 프토-테란 : 17-9, 테란-저그 24-13 게임레포트에 있는 TheInferno님이 정리해놓은 피씨방 예선 결과는 프토-테란 13:5, 테란-저그 21-13입니다.
참고로 밸런스 조절이 어려운; 저그-프로토스는 12-16(우주검색) 10-11(피씨방)는 밸런스가 괜찮습니다.
추상적으로 힘싸움을 추구해서 싸먹는 위치에 있는 종족이 유리해 보이는 원인도 있겠지만 저그의 테란전 3햇강요나 테란의 토스전 앞마당 보호범위에서(전체 관점에서 보면 앞마당과 본진 동시 방어 기점?) 전략적인 가지수에서 한 종족에게 핸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선수들의 빌드오더 예상, 심리전이 승부의 중요변수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고 볼 때 무엇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큰 메리트로 작용하기 때문일 거란 예상;입니다.
네오크로우
05/09/10 02:41
수정 아이콘
가장 재미있었다는 1경기를 못보고...2,3,4 경기만 본것이 아쉽네요..ㅠ.ㅠ; 오늘이 금요일인줄을 너무 늦게 알아서... 흐윽. 그나저나 4경기는 아무리 눈씻고 봐도 홍진호 선수는 잘못한게 없어보이는데..굳이 뽑아내자면 6시 30분 근처 멀티를 늦게 알았다는것?? (결국은 제거 했지만) 그외에는 없다고 보는데 최연성 선수..3팩 돌리며 그 탱크 숫자는 정말..;;;; 간만에 최연성 선수의 괴물 모드를 본것같아 즐거웠습니다.
05/09/10 02:42
수정 아이콘
최연성... 초반 저글링에 뮤탈 견제로 scv꽤나 잡혔죠. 해설자들이 테크보자고 하니까 다올라감-_-; 조금 후 진출하는 병력보니까 난감하더군요.
네오크로우
05/09/10 02:48
수정 아이콘
동의 하시는분 많을듯.. 오늘 최연성 선수는 미네랄 핵 맞죠?? ^^;;

절대 최선수의 승리를 폄하하는것은 아닙니다..^^;;;
05/09/10 02:58
수정 아이콘
"나는최연성이다나는최연성이다나는최연성이다" 라는 문장이 너무나 공감이 가는군요...;;
snookiex
05/09/10 03:05
수정 아이콘
미네랄 핵에 한표!
농담입니다. 인터뷰보니까 3팩 전략은 아마추어때 자주 썼다고 하시던데 베틀넷에서 유행하는 것이 아닌지...
granadoespada
05/09/10 03:35
수정 아이콘
전 가스핵인것 같던데요...-.-
정말 너는 최연성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 울린 네마리
05/09/10 05:23
수정 아이콘
계속 터져나오는 해설자들의 "헉!!" "헉!!" 소리..
희열과 꽉찬 화면의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탱크 웨이브~~

무한에서나 볼수 있을까?? 멀티를 몇개나 먹고 가스를 얼마나 캔다고 배슬에 그 탱크가 쏟아져 나온답니까??

속전속결 아니면 엄청난 물량... 게다가 빠른 GG타이밍...
최연성 선수의 스타일은 너무 시원시원합니다.
Milky_way[K]
05/09/10 09:16
수정 아이콘
드랍쉽의 임요환; 3팩의 최연성; 티원팬들은 그저 감사;;^^~~
가루비
05/09/10 09:57
수정 아이콘
임요환과 최연성이 한팀이라는 게 이렇게 뿌듯해 보이는 날이
없을 만큼 행복한 개인리그의 어제였습니다!!

'-' 놀랍죠. 저런선수들이 있다는건...


오늘 박태민,전상욱선수 역시도 선전을 기원합니다.
우리진진고고
05/09/10 10:47
수정 아이콘
keidw//"나는최연성이다나는최연성이다나는최연성이다" 라는 문장이 너무나 공감이 가는군요...;;이글을 보니..갑자기..

다나는 최연성이다!!!!!!!!!!!!!!!!!!!!! 예전 논스톱에서 봤던..그 다나.
Neosteam Rule
05/09/10 10:50
수정 아이콘
T1 테란라인은 정말 부러움의 극치죠.
초반 인터뷰보니, 최연성 선수 꼭이긴다고 생각하면 항상 이겼다고 했는데, 초반 및 중반까지 홍진호 선수가 너무 잘해줘서, 이번엔 질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은 이기네요.
탱크물량 정말 할말 없습니다.
하늘 한번 보기
05/09/10 10:51
수정 아이콘
임요환식 테란/ 최연성식 테란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T1이 정말 무섭다는 김도형 해설의 말이 생각나네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FreeComet
05/09/10 12:54
수정 아이콘
아마 1경기 어쩌구저쩌구의 임요환. 이번 경기의 어쩌구저쩌구의 최연성.. 이 두 선수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T1은 정말 행복한거에요~ 뭐 이런내용이었던듯; 어쩌구저쩌구의 압박-_-;;
야크모
05/09/10 14:59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쓰시네요.
짤은 글 속에서도 분석력과 필력이 묻어납니다.
모든 경기의 관전평 모두 공감이 가네요.
송병구 선수에 대한 평가까지도.

p.s. 송병구 선수 이번 시즌 경기들을 보면
경기마다 초반에 험한꼴 많이 봤는데도 매 경기 "정말 잘한다" "정말 재밌게 한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이 선수는 확실히 스타리그급 선수인거 같습니다.
야크모
05/09/10 16:40
수정 아이콘
최고의 테란은 임요환이고
최상의 테란은 이윤열이고
최강의 테란은 최연성이다
엘케인
05/09/10 23:41
수정 아이콘
↑ 윗 님 말씀 공감요^^
[S&F]-Lions71
05/09/11 08: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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