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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24 14:19:40
Name 김진권
Subject 결정적 전투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알게 되어 오랫동안 눈팅만 해오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주시길....


  전쟁은 각각의 전투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전투라는 것은 그 규모야 어쨌든 전쟁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지요.
  하지만 하나의 전투가 그 전쟁, 나아가서는 이후 역사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예를 들자면. 살라미스 해전이나 밀비우스 다리 전투, 명량해전, 워털루 전투,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99년부터 시작하여 어느새 7년의 역사를 가진 스타리그도 그렇습니다.
  TV에서는  1주일에 수십 경기씩 중계를 해주고 있고, 그것들이 모여 '스타리그(여기서는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리그'로 정의하겠습니다;;)'를 이루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수많은 경기들 중에서 '바로 이 경기'라고 할 만한 경기가 있습니다.
  아마 이글을 보시는 분들 누구나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꼽는 '결정적 전투'는 바로...

  2004년 4월 1일 온게임넷 듀얼 F조 마지막 경기 'Boxer vs July'입니다.


  1년 전 경기지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이 한 경기로 임요환 선수의 10회 연속 OSL 진출이 좌절되었으며,
  또한 지금은 '투신'이라 불리며 e-sports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성준 선수가 생애 처음으로 OSL 무대를 밟게 되었으니까요.


  경기 내용을 대략 요약하자면..

  맵은 남자이야기였구요.
  임요환 선수 11시, 박성준 선수 1시
  임요환 선수는 초반 소수의 바이오닉 병력과 SCV를 동반 저그의 앞마당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박성준 선수는 약간의 성큰과 뛰어난 저글링 컨트롤로 일단 테란의 1차 러쉬를 막아내죠. 임요환 선수가 벙커를 지어 저그 앞마당 가스 채취를 방해합니다만 저그는 러커로 상대 병력을 줄이는데 성공하며 5시 스타팅에 멀티를 합니다. 테란은 드랍쉽으로 5시 멀티를 견제하며 앞마당을 가져갑니다. 중계진들은 이대로 흘러갈 경우 테란의 우세를 이야기했고, 보고 있던 저도 ‘그러면 그렇지 임요환이 저런 무명의 선수에게 질 리가 있겠어’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박성준 선수를 저그 본좌에 등극시킨 저글링 러커가 테란의 앞마당을 돌파해버립니다. 그리고 러커 7기가 본진에 입성, 이어지는 파상공세... 임요환 선수는 결국 gg를 선언하고 맙니다...


  당시 임요환 선수가 하향세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림푸스 4강에서 서지훈 선수에게 스윕당한 이후 점점 우승권에서 멀어져가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임요환 선수가 누굽니까. 저그가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 혜성처럼 나타나 테란의 시대를 열어젖힌 장본인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테란의 대 저그 우세의 상징적인 존재인 선수입니다. 임 선수의 바이오닉 컨트롤에 많은 저그 유저들이 농락당해 온 것도 사실이죠.

  반면 저그는 스타리그가 시작한 이래 최악의 암흑기였습니다. 테란에게 치이고, 그동안 만만하다 여겨왔던 토스에게도 밀리며, 각종 메이저 대회에서 저그를 찾아보기 힘들어질 지경이 되었죠.(베넷에서 테란이 절반을 넘어가게 된 것은 이미 꽤 되었습니다) 저그의 등뼈 역할을 해왔던 ‘조,진,락’이 무너지며 ‘저그는 우승할 수 없다’는 속설은 ‘저그는 이제 희망이 없다’는 절망으로 변해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시점에, 거의 무명에 가깝던(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박성준 선수가, 다른 선수도 아닌 임요환 선수를 그것도 소수 저글링-러커의 컨트롤로 잡아낸 것은 이후 저그 대반격의 신호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목동 체제가 등장하며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저그는 테란에게 항상 부담을 느껴야 했고, 특히나 중요한 접전에서는 끝내 테란의 벽을 넘지 못해 저그의 열등감은 계속되어 왔었죠. 러커가 머린의 밥이 되는 참상에 많은 저그 유저들의 가슴이 무너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그 유저들의 컨트롤 능력 향상에 따라 저글링-러커는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조합으로 거듭났고, 바이오닉 병력이 함부로 러커에게 달려드는 일은 크게 줄어들었죠...

  만약 박성준 선수가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물론 박성준 선수의 가공할 공격력을 감안했을 때, 분명 스타리그에 진출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언젠가는’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메이저와 마이너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죠. 저그의 암흑기는 좀 더 계속 되었을테고, 어쩌면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임요환’ 선수를 이기고 스타리그로 올라간 것은 다른 선수를 이기는 것과는 정신적 영향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죠.
  
  이후 박성준 선수의 행보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질레트에서 서지훈-최연성-박정석을 연파하며 저그 최초의 메이저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고, 박태민 선수와 함께 ‘양박(朴)’ 천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저그는 다시 리그의 중심으로 굳건히 일어섰습니다. 저는 이 경기로부터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스타리그 역사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스타리그를 볼 때마다 이 경기가 자꾸 생각나는 것은 그 때문이겠지요..


  여러분들의 ‘결정적 전투’를 듣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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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좋은드라
05/06/24 14:25
수정 아이콘
요환 선수 입장에서는 벙커가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저도 한동안 멍했답니다.
My name is J
05/06/24 14:28
수정 아이콘
올림푸스 8강 서지훈 vs 강도경 in nostalgia 에서의 경기였죠.
강도경선수는 16강에서 3승 서지훈 선수는 16강에서 재경기였나..--;;여튼 힘들게 올라왔었고
두선수가 만난 것은 8강.(그땐 풀리그였습니다만.)
적어도 기세상 강저그에게 쏠릴수 밖에 없었는데...
무려 8번이 넘는 오류로 인해서 계속되는 재경기..(싸우다 한게 아니라 튕겼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그렇게 아주아주 오랜 시간을 고생해서 겨우 시작한 경기는 대각선-

경기는 많은 멀티를 먹고 부자저그가 된 강저그를 서지훈 선수의 한방병력이 쓸고 다닌 경기가 되었지요.
이후 서지훈 선수는 올림푸스배 우승을..강도경 선수는 충격의 8강 3패후 바로 듀얼에서도 도진광 선수의 깜짝전략에 지고 pc방 예선행을 결정짓습니다.(이후 도진광 선수는 스타리그에 진출하여 패러독스에서 임요환 선수와 그 유명한 경기를 치루게 되지요.)

그 전 두개시즌연속으로 16강에서 2승1패를 하고 재경기에서 혼자 탈락했던 강도경선수가 3전승으로 8강에 올랐던 시즌이어서..정말 기대도 많았고 나중에 이어진 결과에 실망과 아쉬움도 많았던 경기였습니다.
아직도 가끔 생각하죠..만약 요새 같았으면 그때 그 경기는 한주 미뤄졌을거라고요. 적어도 선수들 사이의 경기 순서라고 바뀌었거나....
요새 세팅이나 규정문제로 들끓는 곳을 보면...세월이 빠르단걸 느낀다니까요..으하하하-
Dr.protoss
05/06/24 14:49
수정 아이콘
2001년 한빛소프트 배 임요환 선수 대 장진남 선수의 8강 경기.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시작된 이래로 스타크래프트 판은 거의 저그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당시 테란은 저그를 상대로도 프로토스를 상대로도 힘겨웠지요.
임요환 선수와 장진남 선수는 이미 배틀넷에서는 상당히 잘 알려진 고수 중의 고수였습니다.
맵은 저그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는 레가시 오브 차였습니다.
임요환 선수는 3번이나 커맨드 센터가 깨지는 어려움 속에서 엄청난 근성과 방어능력을 보이며 결국 승리합니다.
임요환 선수를 통해, 테란의 시대를 열어젖히게 되는 신호탄이 되었던 결정적 전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피플스_스터너
05/06/24 14:58
수정 아이콘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를 통털어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10초를 꼽으라면 임요환 vs 장진남 한빛배 결승 1경기에서 임요환 선수의 드랍쉽이 본진을 출발해서 사방에 깔려있는 오버로드와 스컬지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장진남 선수의 본진에 떨어지는 순간까지의 10초를 꼽겠습니다. 그 드랍쉽이 중간에 격추되었다면...???

뭐 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Frank Lampard
05/06/24 15:11
수정 아이콘
장진남이 만약 그때의 8강전, 레가시오브차에서의 경기를 잡아냈더라면, 저그의 시대가 아마 2002년까지는 지속되었으리라 봅니다. 장진남에겐 여려모로 아쉬운 경기였죠.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는...
Dr.protoss
05/06/24 16:23
수정 아이콘
Frank Lampard//임요환 선수와 장진남 선수에 대해서 어느 쪽에 대한 편애가 없어서인지, 그저 그 경기를 기념비적인 경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달리 장진남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안타까운 경기가 아닐 수 없군요. 그런 관점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같습니다. 장진남 선수도 첫 본선 진출에 결승행을 이루었던 대단한 저그 유저인데...
ELMT-NTING
05/06/24 19:08
수정 아이콘
저는 최연성 vs 박성준의 질렛트배 스타리그 4강 첫번째 경기를 꼽겠습니다.
더블하는 테란을 상대로 4해처리까지 늘려가며 저글링과 럴커 집중, 그리고 럴커난입.


이 경기로 인해 4강의 모든 것이 결정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그리고 박성준 선수는 질렛트배를 차지하며 저그의 시대를 알립니다.
05/06/24 19:39
수정 아이콘
뭐 엄청나게 중요하고 비중 높았던 전투는 아니지만 제 기억에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전투는 이재훈 vs 임요환 전입니다. 그 유명한 일부는 통통통통~전투 말이죠.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나네요.
비류연
05/06/24 20:39
수정 아이콘
파나소닉 준결승 5차전..박경락대 조용호;; 아방가르드....

박경락 선수가 당시 보여준 타종족전 능력은 정말 경이러운 정도였죠.;;
조용호 선수는 10드론 정도 스포닝에 초반 공격을 선택하지만 박경락 선수는 앞마당을 가져가며 스토리대로 밀리죠.

그 당시 박경락 선수가 올라갔으면 엄청난 결승전이 나왔을뻔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 박경락 선수의 대테란전 포스는 이윤열 선수의 사기물량-_-;;과 맞먹을 정도였으니...
스트라포트경
05/06/24 21:32
수정 아이콘
그경기 보면서 진짜 멍~했습니다... 뭐 요환 선수가 별로 못한것도 없던것 같은데 그렇게 무난히 밀리는걸 보니 '이선수 진짜 대박 터지겠구나...;;'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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