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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23 02:12:37
Name 퀸오브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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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잡담]왠지 슬퍼집니다.


전 이번에 대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입니다. 부모님께선 약간 실망하셨지만 서울에 있는 한 4년제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과라서 저는 후회가 없습니다. 3월 2일에 입학식을 하기때문에 3월 1일에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대구부근에 있는 작은 동네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이곳을 벗어난적이 없습니다. 몇일전에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습니다. OT에 가니 거의 다 서울출신이라 말투도 다르고 말붙이기도 쉽지않더군요. 서울엔 제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서울엔 친척도 없습니다. 이제 몇일만 지나면 생전 처음으로 아무도 아는사람이 없는곳에 뚝 떨어져 살게될겁니다.
  친구들은 다들 서울가서 좋겠다며 축하를 해줍니다. 전 웃으면서 말을 받아주시만 속으로는 약간 슬퍼집니다. 성격은 밝은편이라 두루두루 친합니다. 사람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죠. 친구는 많지않지만 몇몇의 정말 친구가 있는사람, 친구가 많지만 정말 마음을 털어놓을수 있는 친한 친구는 없는사람. 전 두번째였습니다. 학교에선 말도 잘하고 전교생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두루두루 알지만 정말 나의 마음을 털어놓을수 있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졸업식까지 하고나서 학교도 안 가니 연락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학교다닐땐 나의 주위엔 항상 사람들이 있었는데...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약간 슬퍼집니다.
  고3때부터 이런 생각이 가끔씩 들었습니다. '인생은 외로운것이다, 혼자서 걸어가야한다' 아침 6시에 등교해서 새벽 2시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밖은 언제나 어두웠습니다. 길에는 사람도 거의 없고 차들도 다니지않았습니다. 항상 하늘을 올려다보면 달과 별이 반짝입니다. 밤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나봅니다. 정말 이것저것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잠이 들고 다음날이 되면 다시 이성적으로 돌아옵니다. '난 공부를 해야하잖아'
  수능도 치고 대학도 합격하고나서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쓸대없는 생각들이 제 머리속을 메웁니다. 2달, 3달전까지만 해도 일생일대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수능점수. 지금은 제가 생각해도 너무 게을러졌습니다. 오전 11시에 일어나 새벽3시가 되면 불 다 끄고 잠자리에 누워 여러가지... 추억들에 잠기다보면 1시간을 뒤척이다 잠이듭니다. 요즘들어 자꾸 옛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입학식날, 중2때 첫사랑을 만나 가슴설레던 일, 중3때 첫사랑과 또 같은반이 되어 터질것같은 가슴으로 "또 같은 반이 되었네" 하고 말을 건넬때 그녀가 빙긋 웃어준날, 고등학교 입학식날 늦어서 첫날부터 맞았던일, 거리에 뛰쳐나가 사람들과 대한민국을 외쳤던 월드컵기간, 고3올라간 첫날 너희들은 인간의 권리를 포기해야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졸업식날 친구들과 반창회하면서 기울인 술잔.
  고등학교때 교과서에서 외국의 어느 시인이 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라는 시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 시를 보고 눈물이 나오는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지금 심정이 딱 그런 마음입니다.
  이제 집을 떠나면 8년에서 10년간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게 힘들것같습니다. 가끔씩은 내려는오겠지만 정들었던 우리 동네를 항상 보는건 어려울것 같습니다.
  정말 인생은 외로운것이고 혼자서 가야하는건가요? 조금은 무서운 기분입니다.
  오늘 뜻밖의 뉴스를 접했습니다. 배우 이은주씨를 더 이상 볼수없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갑자기 슬퍼집니다. 자살은 합리화될수 없는 수단이지만 하나의 젊은 생명이 사라졌다는 것이 절 슬프게만듭니다. 밤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듭니다. 한밤중에 쓰고 또 고쳐쓴 연애편지를 다음 아침에 보면 자신이 생각해도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가 쓴 이글을 내일 나 스스로 읽어보면 이해가 안될겁니다. '내일 왜 그렇게 심각했지?' 그러나 지금은 밤의 여신이 지배하는 시간이기에 이성이 약해지는 시간이기에 저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이트를 통틀어 이런 글을 쓸수 있는 곳은  pgr21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끄적여봅니다.
  이런생각 저런생각에 잠기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왠지 슬퍼집니다. 이런 잡담으로 게시판의 한 자리를 차치해버리다니 조금은 미안합니다.
  인생은 정말로 외로운건가요?

  ps.1 밤늦게 두서없이 글을 쓰게됬습니다. 쓸데없는 글이라 생각되시면 바로 뒤로를 누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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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냥이
05/02/23 02:16
수정 아이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항상 즐거운 것이죠. 처음 해보시는 것이라 두려움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요. 많이 하다보면 버릇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겁먹지 마세요.
Tormento
05/02/23 02:19
수정 아이콘
고독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참 맛을 알 수 있다고 하죠.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Dark..★
05/02/23 02:21
수정 아이콘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재복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외로우세요? 너무 외로워하지 마세요.
당신도 외롭고 나도 외롭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외로워요.
모두 다 외로우니까 혼자 외로울까봐 울지는 마세요.
다 같이 외로우니까 즐겁게 외로운거에요."

원래 대사와는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외로운 와중에도 즐거움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메렁레피
05/02/23 02:51
수정 아이콘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새로운 일들도 겪게 될겁니다....:) 새로운 의미도 찾게 될것이구요....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05/02/23 02:55
수정 아이콘
처음에는 다 서툴고 힘들고 그런거에요 진실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대한다면 금방 친해질수있으실거에요. 낯설다 생각하지 말고 새롭다! 고 생각하신다면 적응하기 쉬울거에요
이블베어
05/02/23 04:25
수정 아이콘
아직 길게 살지 못했지만, 적어도 대학교는 외롭습니다. 저는, 남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거나, 남이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러면, 조금 덜 외롭답니다.
스위트콘
05/02/23 08:50
수정 아이콘
저도 부산에서 19년간 살다가 처음 서울로 대학을 왔을 때 정말 암담하더라구요. 생전 처음보는 낯선 사람들, 낯선 거리, 낯선 말투...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렸어요;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딪혀보자는 맘으로 버텼어요.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니까 서서히 적응하더라구요. 너무 조급히 마음갖지 마시고, 서울서 즐거운 독립생활;;(사실 요게 젤 큰 매력이에요!) 즐기시길 바랍니다.
퀸오브저그
05/02/23 14:45
수정 아이콘
모두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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