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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17 21:37:49
Name 별마을사람들
Subject 정녕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어제 동료 여직원이 읽던 책을 힐끗 본적이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

"누나 ! 왜 그런 책을 읽어요~~ 차라리 좋은 소설 한편을 읽지...."

난 제목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해였던것이었으니...말 그대로 그 책은 잘먹고 잘사는 법을 기술한, 식이요법에 관련된 책이었다. -_-;;

내가 그 책 제목을 보고 느낀것은 물질만능주의로 대변되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베스트셀러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우려였던 것이다.
진짜 험하게 표현하자면 상사한테 아부잘하기, 직원들 잘 굴리기, 그럴듯하게 남 잘 속여넘기기...이런걸 경제능력 향상과 자아실현이라는 그럴듯한 명제로 포장한 책들중에 하나! 가 아닐까 생각했었던 것이다.
위에 나열한 대로 잘만하면 정말 요즘세상에서 잘먹고 잘살지 않겠는가?

요즘엔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운것들을 자주 떠올리려고 한다.
얼마나 많이 배웠던가... 가족, 기업, 국가... 이 세가지의 공통과 틀린점에 대하여 !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정으로 뭉친 집단, 기업의 최우선은 이윤추구...그럼 국가는 무엇이지? 민족공동체? 아니, 미국같은 나라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닐텐데... 의무와 권리를 공유하는 이익집단이란 정의 어떨가?
졸업한지 10년도 훌쩍 넘어버린 지금에 와서 떠올려봤자 당최 생각나는 건 없고...이것은 마치 지금의, 미래가 모호한 스스로의 마음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박봉 월급쟁이...
그래도 세금은 잘 내고 있다. 일단 급여명세표를 보면 갑근세, 주민세, 국민연금, 의료보험등 시시콜콜 따져서 20만원 넘게 공제된다.
어디 그 뿐인가, 담배 많이 피는 골초라서 남들보다 세금 더 내고, 술 좋아해서 또 세금 낸다. 차에 기름 넣으면 또 세금이고...OTL
좋다~ 불만은 없다 이거야. 하지만...하지만 말야...
내가 낸 세금은 도대체 어찌 쓰이는 거지? @.@
어떤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를 대비해 필요도 없는 자기 지역관련 시설물들 무대뽀로 인가하여 연간 수백원억의 혈세를 낭비케 만들고...

요즘 현대인들의 최우선 가치는 일단 돈에 있다고 본다. 물론 그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우선은 돈이 있어놔야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깐....
연애하려면 돈 필요하지, 가족중 누가 아파도 돈 필요하지, 돈이 있어야 집도 사고 차도 사고...T.T
주위에서 누군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너 결혼 안하냐?
'결혼이요? 하하 여자가 있어야 결혼이든 뭐든 하죠!'
그랬더니 일단 돈부터 모으라고 한다...돈이 있으면 여자는 당연히 생긴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십분 공감되는 말이었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바로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는게 정말 싫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역시 그 대열에 한자리 꿰차고 있다. 아는 동생들이나 조카들 보면 공부 열심히하라고 충고한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기업들어가 돈(!) 잘 벌고 이쁜 마누라 얻을거다...라고.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dog소린가!
솔직히 공부 열심히 해서 나쁠건 없다. 하지만...세상은 그런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좋아하는것들...네가 정말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것들...그런게 있으면 그걸 파~~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같은반 우등생, 서울대나와서 삼성들어가서 연봉 5000받아도 네가 사람 사귀는데 기질이 있어 영업이나 장사 성공하면 너, 비록 고졸이라도 경제적 측면에선 그 우등생보다 낫다라고...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인생의 가치를 찾아서 그걸 실현하는게 진정한 행복이란다. 나중에 성공의 뒷편에서 조용히 어깨 두드리며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가치를 어디에 두는게 문제지만 절대 돈에는 두지 말기를 바란다. 사람과 사람과, 또 사람을 생각해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이 단편을 일년에 한번씩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린왕자를 적어도 삼년에 한번씩 평생 읽어보기를 원한다. 진정한 인생의 가치와 행복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나중에 네가 이 물음에 어이없다는 실소를 머금을 수 있게 되도록.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나는 내일도 여전히 정상출근하여 팀장한테 살살 아부를 떨 것이다.
"커피 한잔 하시죠? ^^*"

횡설수설했던 이글의 결론이라고 굳이 이야기하자면
세상이 너무 메말라 간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그리고 그에 대한 부족한 투정...정도라고 하겠다.
경제발전이 우선시되었다가 후에라도 환경에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아주아주 나중에 사람사는 세상이 적어도 물질적으로 충분해졌다고 느끼게 되는 시절이 오면...한번쯤은 사람 사이의 사랑, 정을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까진 세상살이가 그런대로 살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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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17 21:52
수정 아이콘
There is No ideal world out there....and that world makes good people screwed.....but...but....Don't Let the world win....~~!!! That's your Destiny..my man..^^
상갓집개
05/02/17 21:52
수정 아이콘
대략 공감하지만 공감만 하면 아쉬울거 같아서

다른견해 를 제시 할께요^^

위에 보면 돈이생기면 여자도 당연히 따라온다고 했지만 사실 여자가 생기고 돈을 모으는편이 빠릅니다

그리고 고졸이라도 자기만 능력 있다면 누구나 출세할수있다고 하셨는대
100번 맞는말씀 이지만 그냥 인문계나오고 평범한 능력에 고졸이라면
아마 취직하기가 훨씬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요즘 대졸구직자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들 하지만

사실 더문제는 고졸이신분들입니다

그게더욱 심각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님이 생각하시는 고민들 저도 하는고민이고 남들도 물어보면 다하는고민이더군요 기운내시길바랍니다
오재홍
05/02/17 22:51
수정 아이콘
고졸도 밥먹고 살수 있죠 대신 여가시간이 부족할겁니다
05/02/17 23:15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로ㅋ1☆
05/02/18 00:04
수정 아이콘
멋진글ㅠㅠ 강추!!
슷하급센스~
05/02/18 00:06
수정 아이콘
저희집에도 '잘먹고 잘 사는법' 그 책 있죠.
05/02/18 00:15
수정 아이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듯한 글 같은데;;
좋은글이네요 ^^;; 아니면 낭패 ㅠ
★가츠처럼★
05/02/18 00:22
수정 아이콘
사람과 사람, 그리고 정 .... 여기 아니어도 게시판 같은델 보면 행복에 대한 것은 대략 두가지로로 압축 되더군요.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행복(부의 행복이 더 맞겟군요), 자기 만족의 행복..

저도 인간애가 빠진 행복은 불완전한 행복이라고 믿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

그런데 저는 부의 행복을 빠른 나이에 일구어 놓고 후자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더군요.. -_- 그게 더 쉬우려나
그대는눈물겹
05/02/18 02:22
수정 아이콘
전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것은 고졸보다 대학생이 취업하기 쉽고 좋은대학가면 좋은직장이 오고 좋은직장에 가면 돈을 많이 벌고 돈이 많으면 결혼이든 뭐든 인생이 펴진다라고요.

아마도 전 저예기를 학교 선생님한테 가장 많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들었고 주위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선배님들한테 귀에 못이 수백번 박히게 들었습니다.

그리고서 어떤 친구가 선생님께 고졸하고 돈 잘버는 사람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1000명에 한명 태어난 재능있는 사람이고 너희는 그렇게 할수 없으니 그냥 공부열심히 해서 좋은대학가라고 하죠.

마치 모든 학생들에게 이 세상은 메트릭스 안처럼 짜여진 인생을 사는게 가장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꼬셔서 모두의 머리속을 메트릭스가 만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대학가야한다' 라는 만들어진 인생에 세뇌를 시킨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구하나 선생님 어머니 아버지 아줌마 선배들중 어느누구도 저 메트릭스가 만든 삶의 굴레를 벗어던지지 않습니다. 왜냐면 혼자 그렇게 하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죠. 모두가 가는데로 자신의 생각속에 중용이란 좋은가치대로 좋은게 좋은데로 흘러가는데로 살고 있습니다. 중용이란 말 이럴땐 참 나쁜것 같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무엇하나 넘칠정도로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들하는 만큼씩만 해서 부족하지 않게 살자는 말이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이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한 훌륭한 사람의 인생을 추종하고 따를수 밖에 없긴 합니다. 왜냐면 전 1000분의 1에 나올까 말까한 대단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어떻게 아냐구요? 학교 선생님 부모님 선배 아줌마들 모두 저에게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넌 약간 재능은 있는데 엄청난 천재는 아니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라" 라구요. 그 사람들은 어떻게 저의 학생들의 재능을 그렇게 정확하게 알수있는지 신기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그런게 보이나 보네요.
★가츠처럼★
05/02/18 02:50
수정 아이콘
그대는 눈물겹다님//
음 세상 사는게 어떻게 보면 선입견의 순환' 같더군요. 누가 이루어 논 것이나 누가 만들어 낸 일이라든가 누가 한 말이든가.. 가끔 유심히 보면 말도 글도 행동도 거의 비슷한게 많은 것 같더군요. 나이를 먹으면(저는 나이 아직 어리지만 제 생각입니다.) 그런게 보이는 게 아니고, 그런 말 자체도 이미 그들도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말을 내 뱉을 수 있는 거 같아요. 누구도 한 인간을 정확하게 끄집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입견 속의 평가만 돌고 도는 것 같더군요. 그 선입견을 깨고 창조한다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무슨 말인지 저도 모르겠슴 -_-

추종하고 따르기 보다 개발하고 창조하십시오 혹시 그대는 눈물겹다님이 만분의 일에 나오는 천재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
05/02/18 06:20
수정 아이콘
초절정공감합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고 반성했습니다.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나는 노력하고 있는지..
쓰잘데기 없는 것들에 정신이 팔려 정작 소중하고 중요한것들에 소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별마을사람들님 ..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는눈물겹
05/02/18 14:00
수정 아이콘
★가츠처럼★//님 제가 속으로 하고싶었던 예기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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