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2/05 01:39:15
Name 도대체
Subject pgr의 마지노선...^^
pgr은 제게 아주 소중한 사이트입니다.
물론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께 pgr은 소중한 사이트인데 괜히 제가 유난을 떠는 건 아닐지 걱정되지만 그래도 오늘은 글을 남기고 싶네요.
많은 사람들이 E-sports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전 게임을 알게된지 이제 겨우 2년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정말 많이 발전한 것이 느껴집니다. 게임 관련 기사도 처음엔 리그주관사로서 스포츠 조선에서 그것도 사회, 문화 섹션의 한 귀퉁이에서만 보였었는데, 요즘엔 거의 모든 스포츠 신문에 그것도 한 면을 통틀어 기사가 나옵니다. 온게임넷, mbc게임 모두 스튜디오 확장 공사를 했는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20~20대 남성분들의 케이블 시청률 1위, 광안리 10만 관중(물론 이 기사에는 버럭하실 분들이 많으시지만^^::) 등 정말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걸 느낍니다.


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게임 채널은 케이블 방송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공중파에서 게임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여전히 부모님 세대에게 게임은 부정적인 것이죠. 굳이 부모님 세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그런 취미생활일 뿐이죠. 20대 중반 (헉... 내 나이가 벌써...ㅠㅠ) 이 되어 가는 제 친구들에게 게임과 게이머를 좋아하는 저는 특이한 -어떤 친구들에겐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 됩니다. 친구들의 의아한 눈빛이 느껴질 때, 대놓고 미쳤냐고 한 친구가 물어올 때, 그럴 때 참 난감합니다. 일단 유명한 선수들의 연봉을 얘기해 줍니다. 그리고 빵빵한 스폰서 선수들의 생활을 얘기하지요. 그들이 살고 있는 숙소의 평수나 선수단의 벤 등을 말한 뒤 10만 관중 이야기도 꼭 합니다. ^^:: 어느 정도 기선이 제압되면 진지하게 각을 잡고 말을 꺼냅니다. 난 사실 게임 그 자체도 좋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게이머들이 가진 열정도 부럽고, 그 게임을 키워보겠다고 노력하는 관계자들도 친근하고, 무엇보다 게임계를 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좋아하는 팬들이 너무 좋다고... pgr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글 한번 읽어보았냐고, 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그 과정이 너무 좋다고... 단지 생소하다고 해서 이상한 눈빛으로만 바라보지 마라. 그 열정을 너희들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합니다. 물론 실컷 떠들어봤자 제 친구들에게 여전히 게임은 먼나라 세상이지만 그래도 마음속 한구석이 시원해집니다. ^^


친구들에게, 주변사람들에게 게임을 말할 때 늘 버팀목이 되어주던 곳, pgr...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사실 좀 부정적이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예전의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고 이전에 계시던 분들의 걱정이 있었지만, 처음 들린 사람이 보기엔 참 가족적인 분위기였고 아는 분들의 친분이 너무 두터워 보여서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왠지 모르게 계속 오게되고 우연히 추게의 어떤 글을 클릭해서 읽다가 그만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그 날 밤 꼬박 새서 추게의 모든 글을 읽어버렸다는... pgr의 글 읽다가 밤을 샌 적도 많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을 때 비록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댓글을 모두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도 많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추억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슬픕니다. 음... 막연히 슬프다기 보다는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이 허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더 이상 사랑방이 아닌 광장이 되어버리려 할 때, 우려하던 많은 글들이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광장이 되면 또 그 나름의 질서가 생길 것이고, 몸집이 커져가는 것을 무조건 막으려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게됩니다. 물론 지금 pgr엔 나름의 질서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 질서는 너무 삭막하고 무서워 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제 짧은 생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pgr에 대한 애정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따뜻하신 분들이 계시지만, 상처를 안고 떠나시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논쟁조차 피하고 비판은 무조건 금지, 댓글은 무조건 좋게 달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비판하고 싶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을 때에도 조금 참게 되는 여유를 갖자는 것입니다. 애정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에도 좋게 보면 이해의 여지가 있을 때가 많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때 표현하면 되죠. 나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서 겉만 보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요? 글도 마찬가지죠. 내가 쓴 글을 자세히 읽지도 않고 내 뜻을 알려하지도 않고 겉만 보고 충고한다면 기분이 상하게 되고 서로 따가운 말들만 주고받게 되겠죠. 물론 애정이 있어도 싸울 수 있고 상처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애정이 있으면 서로에게 준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힘도 생기게 마련이지요. 예전의 따뜻한 온기가 있는 pgr이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저도 또 다른 식구들도 모두 모두 노력해 보아요~ ^^;;


ps 1 저 따위가 뭐라고 이런 글을 남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pgr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S급 글장이가 되어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절대타이밍으로 스타급 센스를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내어 글 올립니다.

ps 2 이번 주 토요일 프로리그 결승전 날 김동수 해설의 헤어스타일이 기대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트리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이 너무 좋았다는...^^::

ps 3 pgr 식구 모두들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여름하늘_
05/02/05 04:20
수정 아이콘
서로의 의견을 마치 배격해야 할 대상인듯이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 보면 은근히 상처받습니다.
특히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단처럼 취급될때가 제일 그렇죠..
언제나 자신의 말이 절대적인 진리인 양, 애써 논리적인 것 처럼 글을 쓰지만
그 뒤엔 언제나 무시무시한 칼이 숨겨져 있더군요.
논쟁글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PGR이 더 팍팍해짐을 느끼고, 사소한 글 하나, 댓글 하나 달때에도
내 글이 다른사람들에게 혹여 안좋은 말이라도 들을까 너무 걱정하게 되고 필요 이상으로 신중해집니다.
이제 봄이 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추운날씨... 게시판 분위기라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지 않겠어요? ^^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단 하나일 수 없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PGR식구들이 되었으면 하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 도대체님..^^
Milky_way[K]
05/02/05 12:07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써지고 읽혀지는 자체가 아직 pgr에는 온기가 남아있는거겠죠^^*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_ _)
청보랏빛 영혼
05/02/05 12:2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이야 말로 PGR에 어울리는 멋진 글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807 [소설]when a Man Loves a Woman #3: 사랑은 빈집이다 [4] Timeless4180 05/02/05 4180 0
10806 프로리그 결승하는 날이면 괜히 설레입니다^^ [20] LoveActually3358 05/02/05 3358 0
10805 [대한민국 0 : 1 이집트] 주절거려봅니다. [19] 티티3780 05/02/05 3780 0
10804 11월12일 그날 게시판엔 무슨일이 벌어진 것이었을까? [7] 상갓집개3168 05/02/05 3168 0
10803 기숙사학원을 갔다왔습니다 [9] ForChojja3484 05/02/05 3484 0
10802 수능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1- 수포는 대포?) [25] 비롱투유4340 05/02/05 4340 0
10801 첫사랑 꿈을 꿨다. [3] 고무신3373 05/02/05 3373 0
10799 글로벌 컴퓨터를 아시나요~~썩어요.. [15] 쫌하는아이.3352 05/02/05 3352 0
10798 왜 이렇게 마음이 씁쓸한 거죠? [10] 핸드레이크3667 05/02/05 3667 0
10797 주간 PGR 리뷰 - 2005/01/29 ~ 2005/02/04 [4] 아케미5097 05/02/05 5097 0
10796 pgr의 마지노선...^^ [3] 도대체3706 05/02/05 3706 0
10795 드래곤볼 최강자 열전 [25] Timeless3688 05/02/05 3688 0
10794 눈이 되지 말고 배가되어라 [5] 총알이 모자라.3536 05/02/05 3536 0
10793 표정. [3] 최유형3285 05/02/05 3285 0
10792 (수정)차기 듀얼토너먼트 대진 예상 [20] 세상에서젤중4560 05/02/04 4560 0
10791 오늘 무슨 짜고 나온 듯한...(그리고 앞으로 4강의 경우의 수) [43] 저그맵을 꿈꾸5137 05/02/04 5137 0
10789 아르바이트 하면서 지루함을 잊게 만드는 스타유닛 상상 [15] 마음속의빛3544 05/02/04 3544 0
10788 전태규 선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28] 상갓집개3167 05/02/04 3167 0
10787 스카이 프로리그 3라운드 결승전 많이들 놀러오세요! [34] 윤인호3571 05/02/04 3571 0
10785 E-SPORTS를 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35] 안전제일4160 05/02/04 4160 0
10784 [사과글] 선수들은 '경기'를 하고, 팬들은 '응원'을 합니다. [25] 청보랏빛 영혼3314 05/02/04 3314 0
10783 저작권, 간접광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에 관한 궁금증 [9] 강짱SoulMate3757 05/02/04 3757 0
10782 차기 듀얼토너먼트 대진표 예상 [22] Altair~★3874 05/02/04 387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