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9/13 01:05:24 |
Name |
고로록⌒⌒ |
Subject |
[연재 제 3편] 베르트랑선수 인터뷰 후기. |
몇 명의 국산-_-a 프로게이머를 이너뷰 한 뒤, 외국인 선수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기는 오랜만에 찾은 메가웹 경기장에서 베르트랑선수가 박정석선수 때문에 연승행진이 저지된 걸 봤을 때죠.
너무 오랜만에 경기를 본 거라, 베르트랑선수가 그렇게 성적이 잘 나온줄 몰랐었거든요.
뜨랑선수가 선택된 다른 이유라면…
지난 3년간 외산 프로게이머 1호로 집중조명을 받아온 기욤이
한국말도 다 알아듣고 너무나 능청스럽게 인터뷰를 잘 하는걸 보니
왠지 얄미워서-_-aaa
뜨랑선수의 매니저인 대니얼씨와는 예전에 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니얼씨의 얼굴을 모르더라도 뜨랑선수를 찾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약속장소인 잠실TGI에 들어섰을 때
그 안.에.서. 썬구리를 끼고 있는 사람은 딱 한명 뿐이었거든요-_-a
(물론 뜨랑선수의 얼굴은 익히 압니다만 --)
뜨랑선수를 실제로 처음 본건 작년 WCG땝니다.
그 휘황찬란한 오렌지색 헤어와 검은 썬구리.
WCG가 열렸던 드넓은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고개만 돌리면 눈에 들어왔던 인상적인 선수였죠.
그리고 WCG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던
스타크래프트 종목 결승전에 올라와 임요환에게 석패했던 선수.
(전 솔직히 한국인들의 잔치가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세계는 넓습니다)
물론 Elky란 아이디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아마 월드…무슨 챌린지 리그였는데,
겜큐에서 세르게이며 프레데릭이며 기욤 등등
베틀넷 사이트에서 이름만 떠도 사람들이 개미같이 몰려들어 열띤 토론을 벌이게 만들던
쟁쟁한 외국 선수들을 초청해 벌였던 경기에서
고수로 소문났던 아이디 중 하나죠.
(당시 외국에선 Grrr….가 전설적인 인물이었죠)
다시 TGI로 돌아가서.
솔직히 뜨랑선수의 경기를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습니다.
(치명적이죠-_- 인터뷰어로써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바빴단 말입니다ㅠ_ㅠ;)
자연히 저의 초점은
‘어떤 인간인가!’
에 맞춰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봐왔던 외국인선수의 인성면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게임에 목숨걸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욤은 당당하게 “난 하루에 4시간 정도 연습한다. I practice the game less than 4 hours” 라고 말하며 한국인들은 14시간 연습한대요~ Korean gamers are game machines! 식의 외국인들의 비난을 주도했던 인물이죠…-_-a 이것도 벌써 2년전 얘깁니다. 요즘은 많이 변했죠.
하지만 뜨랑선수는 오히려 한국 게이머들과 비슷합니다.
마이크로콘트롤을 즐기는 것이나
몰래팩토리 등 엽기전술을 좋아하는 점이나
하루에 10시간 넘게 연습하는 성실함을 보이는 것 등등.
하지만 자원이 좀 남으면 유닛 뽑기보다 멀티할 궁리부터 하는 걸로 봐선
그 역시 천상 외국인이죠 ㅎㅎ
게이머의 성격으로 치자면 조정현선수와 가장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람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얘기하는 걸 좀 쑥스러워 하고,
예의바르고, 거절 못하는 성격.
실제로 현재 조정현선수와 함께 아이벤처 사무실 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있구요.
(정현선수는 C8 이나 ㄱ ㅐㅅ ㅐㄲ ㅣ 등등
아주 유용한 한국어들을 뜨랑에게 가르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굿굿-_-d)
뜨랑선수가 속해있는 ‘드림팀’ (기욤, 정현, 진남선수 소속) 외에 가장 친한 선수는
지오의 최인규선수.
프랑스에 있을때부터 싸부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인규선수가 ‘싸부 = friend’ 라고 뻥친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ㅡ.ㅡㅋ)
제가 가장 놀란건 뜨랑선수가 4살때부터 게임을 했다는 점인데요,
지금 스물 두 살인데…20대 중후반~30대에게나 ‘추억의 게임’인 고전게임들…
팩맨, 동킹콩, 울펜슈타인 3D, 둠, 소울칼리버, 페르시아의 왕자 등등을 하며 자란
게임 매니아던 겁니다.
(저는 이걸 기사에서 ‘연필보다 키보드를 먼저 잡았다’ 라고 썼죠-_-)
여기서 갑자기 얘기는 샛길로 마구마구 새서
‘옛날에 어떤 게임 진짜 잼있었지?’ ‘마자마자. 너 이건 아러?’ ‘아러 아러’ ‘우와 그것도 아러?’ 분위기로
막-_-흘러갔습니다.
아ㅠ_ㅠ 옛날이여. 그래도 전 대항해시대가 제일 재밌었어요. 훗훗-_-; 그건 일본겜이라 모르더군요.
제가 ‘울펜슈타인 3D의 후속작인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내가 유통한다’ 고 했더니
한 카피 내놓으라는 깜-_-찍한 협박까지 받았죠.
아,
뜨랑선수 까페에 보니까 습관이 입술뜯기 라고 돼있던데
사실은 ‘손톱 물어뜯기’ 입니다. 무쟈게 뜯더군요-_-; 뭐 나름대로 귀엽습니다.
어쨌든 인터뷰 다음 주에 뜨랑선수는 조용호선수를 맞아 힘겹게 이겼습니다.
어째 이리 매 경기가 힘든걸까요-_-a
그러고 이기는 건 또 멀까요-_-
‘연승저지의 왕자’ 박정석선수에게 딱걸려서
10연승이라는 온겜넷 대기록을 이룰뻔 하다 만건 정말 아쉽습니다.
내일 또 경기가 있네요.
이기든 지든 표정이 풍부한 그의
웃는 얼굴을 봤으면 좋겠습니다.^_^
후기의 후기.
이너뷰는 한국어로 진행됐습니다-_-a
물론 저도 영어를 합니다만, 쑥스러워서 고개를 돌리고 얘기하는
그의 빠른 영어를 모두 알아듣긴 힘드니까 (놓치면 저만 손해 아닙니까-_-)
대니얼씨가 수고해 주셨죠.
베르트랑선수와 친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뜨랑아 뜨랑아' 라고 부릅니다.
그 '뜨랑'이란 이름이 강아지 이름 같네요 라고 제가 웃었습니다.
대니얼씨가 따라 웃으니 뜨랑선수가 무슨 말이냐고 묻습니다.
대니얼: Ah, she said your nick's like a dog's name.(니 이름이 개 이름 같대-_-)
뜨랑: Ah ha~(그래요?)
고로록: No no-_- I said it's like a puppy's. (쿨럭;; 강아지 같다고 했어요)
...개와 강아지는 어감이 틀리지 않습니까?-_- 조심합시다. 영어.
그럼 PgR 가족여러분 모두 즐잠 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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