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7/20 15:28:50 |
Name |
jerrys |
Subject |
워크3가 장르의 벽을 허물었다? |
요새 워크3를 게임채널에서 발견하면 눈을 부릅뜨고 살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SBS의 게임관련 모 프로에서 워크 3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경탄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그러한지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타이틀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게임할 시간도 많지 않고, 게임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아서 방송만을 열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 디아블로2를 샀다가 한달만에 되판 기억을 곱씹으면서 말입니다. 디아블로 1때는 정말 레어아이템의 수치를 외울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2에서는 반복되는 똑같은 형식에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어쨌거나 워크3가 자칭타칭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보도성 기사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당혹감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워크래프트를 이후에, 남들의 외면 속에 저 혼자만 맛들인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쥬라기원시전1. 썰렁한 오프닝과 뜨는 멘트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미완성의 느낌이 강한 이 게임의 숨겨진 매력에 많이 매료되었었습니다. 3일간 CD를 대여해 밤낮으로 즐긴 이후로 오매불망 이 게임을 잊지 못하다가, 1999년에 인터넷을 통하여 한 대학생에게 구입을 했었습니다. 게임잡지의 부록으로 나왔다던 낡은 타이틀을 4000원을 주고 구입해서 고이고이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게임을 한번 하면 온갖 엽기적인 행동으로 질릴 때까지 하는 성격입니다. 그 이후 용산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쥬라기원시전의 거대한 광고판을 보며 출시일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타이틀이 출시된 이후에 구입을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아니 망설이기보단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워크3가 그토록 자랑으로 여기던 롤플레잉과 전략시뮬레이션의 결합에 아주 멋진 단초를 갖고 있었던 쥬라기원시전1의 미덕이 전편보다 발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였습니다.
특징이 강한 8개의 종족
3가지 특성을 바탕으로 한 유닛 업그레이드 시스템
각 종족에 따른 무기의 차별성
영웅유닛의 존재
특수 아이템의 존재
각 종족마다 판이한 마법 및 기술
떨어지지 않는 미세한 그래픽
혹시 쥬라기원시전1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기억하고 있는 쥬라기원시전1
의 특징들을 간추려보았습니다. 발상의 전환, 아이디어라는 측면에서 쥬라기원시전1은 게임계에서 70년 같은 7년여의 세월을 뛰어넘어 워크3 앞에 있었습니다.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은 맹아를 가지고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많이 시간에 지난 후에 쥬라기 원시전2는 전편보다 많이 평범해진 모습으로, 자신의 개성을 삭제당한체 나타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아이템의 요소는 아예 삭제되었고 종족도 4개로 축소되었으며, 종족간의 뚜렷한 차별성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진전을 이어받은 듯한 워크3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워크3가 쥬라기원시전의 아이디어를 채용했는지, 혹은 쥬라기원시전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무도 경탄하지 않는데, 어떤 이유로 방송계에서만(?) 그토록 경탄하는 퓨전한 장르상의 결합을 태초에 시도했던 게임은, 쥬라기원시전1이란 얘기입니다. 게임의 완성도와 밸런싱의 측면에서 비교가 안된다는 얘기는 설득력은 있으나 다른 측면의 얘기입니다.
독창성에 대한 강조, 최초로 시도한 장르상의 혁명이라는 얘기가 그들의 입에서 나올때는 나름대로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여긴다 하더라도 그들의 잘못은 아닙니다만... 그런 내용을 그대로 받아 마치 사실인듯이 (우리의 게임을 심연으로 사장시킨채)앵무새처럼 되받아 보도하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적어도 "암흑의 철퇴를" 손에 든채 "우가-"하고 외치면서 쥬라기평원을 활보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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