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14 15:21:27
Name 낙화유수
Subject [re] 이런 해석은 어떤가요? (무비스트에서 펀글)
방금 보고 왔습니다.
매트릭스3... 참 재미있더군요...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특히 한국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트릭스3의 스토리는 의외로 솔직하고 단순한 것입니다.
그럼 제 나름의 해설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1. 우주는 순환하는가, 무한히 앞으로 나아가는가...
: 돌면서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우주.

매트릭스에는 지금 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여러가지 세계관이
함께 나옵니다. 대표적인것이 원형적 세계관과 직선적 세계관입니다.

원형적 세계관은 자연의 주기적 변화를 관찰하다가 유추한 것입니다. 이 우주가 창조되고 계속 발전하다가 어느점에서 쇠퇴하기 시작해 결국 멸망하고, 또 다시 창조되고 멸망하기를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매트릭스가 바로 우주이고, 이 우주-매트릭스가 창조되었다가 멸망하고 다시 창조되었다가 멸망하기를 되풀이 한다는 것입니다. 매2에서 이미 드러난 바가 있죠. 지금의 매트릭스가 6번째(?) 매트릭스라고... 이전에도 매트리스-우주가 창조되었다가 멸망하고 창조되었다가 멸망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구요. 영화의 우주관은 기본적으로 이 우주관을 가장 밑바닥에 깔고 가는겁니다.

그래서 스미스요원이 마지막으로 네오를 처치하려할때 그 상황이 이미 벌어졌다고 기억합니다. 바로 5번째, 4번째, 3번째, 2번째, 1번째 매트릭스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었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이러한 세계관은 인도인의 세계관이었습니다. 부처님도 이 우주의 부처님이고 앞으로의 우주에는 미륵부처님이 나온다는 불교적 관념도 이 인도인의 세계관을 반영한것이죠.
영화에서 인도소녀가 등장하면서 그 사실을 더 정확하게 암시해주고 있습니다. 그 인도소녀는 다음 매트리스에서 오라클의 역할을 할 미륵오라클 일것 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렇게 순환, 반복하는 세계만을 설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직선적 세계관도 가지고 있지요.

직선적 세계관은 세계가 창조된 후 앞으로 무제한 달려간다는
관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비록 매트릭스가 반복해서 창조되고 멸망해도 그 끝은 모른채 계속 변화해간다는 오라클의 말에서 나옵니다. 운명의 결과는 모르고 자신은 그저 믿는다는 것이죠.

영화에는 이렇게 두 세계관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2. 네오는 자폭했는가?
: 순교했습니다.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바로 기독교의 예수님과 같은 인물입니다.
영화는 실질적으로 네오가 자다가 꿈을 깨면서 시작합니다. 네오(neo)라는 말은 새것(new)라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텐데, 그로부터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구원받은 세계요. 그런데 그 구원은 그가 살아서 투쟁으로 만든 세계가 아닙니다. 그가 죽어야만 그 구원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이 죄많은 인간이 되어서 인간대신 죽음으로 구원이 이뤄졌다고 봅니다. 네오는 같은 방법을 택합니다.
스미스요원과 싸우다가 스미스요원과 일단 한몸이 된 후 죽는거죠.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를 보면 신부가 악마에게 내몸에 들어와라!!! 한후 투신해 죽으면서 악마도 죽인것과 같습니다.

결국 네오는 자신이 죽을것을 알았고, 자신이 죽으면서 절대로 죽을수 없는 스미스요원을 죽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네오는 자폭했다기보다는 순교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3. 오라클과 백발할아버지는 누구인가?
: 세계를 창조한 두 신입니다.

서양에서 신봉하는 기독교적 유일신관(concept of God)에는 정말 풀기힘든 두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예정과 의지라는 것입니다. 신이 절대 전능자라면 모든것이 일어날 줄 알았을텐데 왜 세상을 만들고 선악과를 만들어서 인간을 타락하게하고 다시 구원하고 하느냐는겁니다.

구원에도 예정설이라는 것이 있어서, 구원받을 사람은 다 정해졌다는 겁니다. 그럼 구원 못받는 사람은 원래 그렇게 예정되어 있기때문에 악한짓을 하고 벌을 받는데, 그 사람들은 억울한 것이 아니냐 하는것입니다. 의지라는 것, 선택이라는 것이 전능한 신앞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같은 의미로 질서-무질서도 문제가 됩니다. 신이 진정으로 완벽한 존재라면 그가 창조한 이 세계에 왜 이런 무질서가 많은가. 어떻게 완전한 질서에서 무질서가 창조될 수 있는가.

매트릭스는 사실 이 문제들에 대한 워쇼스키 형제 나름의 대답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두 사람-오라클과 흰수염 할아버지-은 바로 세계를 창조한 두 신입니다. 절대적인 기계나 프로그램으로 말해지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고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신입니다.

전편들에서도 이미 말을 하지요. 오라클이. 자신은 이 세계를 설계한 두 존재중 하나라고.

흰수염의 노인은 질서의 신이요, 오라클은 무질서의 신입니다.
매트릭스는 하나의 신이 아니라 두 신이 합작으로 만든 세계입니다. 코스모스(cosmos)와 케이어스(chaos).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개념이지요.

네오가 기계의 도시에 진입하면서 육체의 눈이 아니라 정신-영적인 눈으로 도시를 보니 그것이 빛의 도시처럼 보입니다. 조화와 아름다움의 극치이죠. 이것은 기계도시의 설계-지배자가 단순히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매트릭스3편에서 오라클은 그렇게 말합니다. 한 존재는 방정식의 정답을 찾고 자신은 정답을 흩어 놓는다고. 영어로는 (제가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는 방정식의 양변을 똑같은 것으로 만들고, 나는 그것을 흩어놓는다."
2x+3=7 이라면 백발남자는 x=2라는 정답을 만들어놓지만, 오라클은 2x+3=7y라고 하며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어 놓는 양상입니다.

흰수염 할아버지의 매트릭스는 말이 안되는 방정식-프로그램이 나타나면 삭제를 시킵니다. 할아버지가 질서의 신이니까요. 3편 처음에 인도가족이 나타나 그렇게 얘기하지요. 자신들은 프로그램이고, 법칙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인 딸이 삭제당할 위험에 빠지니까 기차역에 왔다고요. 그 딸은 결국 오라클이 보호해주죠...

사실 이 신은 기독교의 신과도 다릅니다.
기독교의 신은 사랑의 신으로 자신이 직접 세상에 왔는데,
매트릭스의 신은 이 세상을 창조-유지만 하려고 하죠.
질서를 깨뜨리는 인간을 죽이면서 까지요...

아뭏튼 워쇼스키형제는 이렇게 이 세계가 두 존재 - 질서와 무질서-로 부터 창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무질서는 완전한 무질서가 아닙니다. 그 무질서 안에도 하나의 질서가 있습니다. 바로 의지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세계가 질서라는 유일한 법칙에 의해 운용된다면, 예외도 없고 변화도 없이 똑같이 운영되겠지요. 하지만 세계의 한 면에는 무질서가 있어서 변화라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질서-법칙-운명>과 <무질서-의지-선택>이 같이 작용하며 이 세계를 창조-유지해 간다는 겁니다.




4. 스미스요원은 누구인가
: 무질서의 잘못된 아들 - 악마

원래 스미스요원은 질서를 수호하기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네오에게 죽임을 당하고 다시 부활한 후 질서와는 상관없이 매트릭스를 지배하려는 도전자가 됩니다.
그런데 오라클은 스미스요원을 아들이라고 부르죠...

성서가 말하는 악마가 바로 이런 존재입니다.
사탄은 원래는 신의 가장 아름다운 천사였는데, 신처럼 되기위해 반란을 일으켰다 땅으로 쫒겨나는 존재입니다. 그후 계속 세계정복의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도전하다 결국 멸망하여 무저갱(끝이 없는 구덩이)과 끝없는 불구덩이에 던져지게 됩니다.
딱 스미스요원이죠?


음음...
저 나름대로 매트릭스를 해석해봤습니다.
보신분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시겠죠.
그럼 또 다른 재미있는 해석을 기다리며...

>이제서야 레볼루션을 봤는데 그동안의 수수께끼와 매트릭스의 흐름을 이제 알것 같습니다.
>
>(아키텍트=하나님=알라신=물떠놓고 소원비는 천지신명=원시시대 동물신..등등)
>시대를 막론하고 역사와 함깨 해온 흔히 말하는 절대자(GOD) 입니다.
>99%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지배계급이 99% 인간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현실에 눈을 떠 이것을 거부하고 지배계급에 투쟁하는 1%의 시대를 막론하고 역사와 함깨 해온 세력.. 매트릭스의 시온입니다.
>
>아키텍트가 모든것을 좌지우지 하는듯 했지만 못하는 것이 있고 알수없는 원인에 의해 아키텍트 자신도 파멸 직전에 옵니다.
>GOD의 능력을 부정하고 있죠.
>예전 99%의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테크놀러지 진화의 산물일 뿐입니다.
>아주 교묘하게 크리스트,이슬람를 포함 모든 종교의 전지 전능한 절대자를 부정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통제 수단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 말이죠.
>미국땅 에서는 상상도 못할 결말이라고 하면 알아들을것 같기도 하네요.
>
>수많은 난해한 철학들이 나오는데 저런식의 과오를 범하면서 지금 이순간이나 미래를 이어가는 정신적인 양식이 되어가는듯 보입니다.
>시온이 보여주듯... 1%의 투쟁과 희생이 있었기에 불완전 하게 역사를 이어올수 있었다는거 같습니다.
>
>레볼루션은 혁명과 순환,주기라는 뜻이 있죠.
>모든곳(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
>종교적으로 볼때 과거 크리스트의 하나님과 예수가 그랬고 이 영화에서는 아키텍트와 네오의 시작과 끝을 보여줍니다. 뭐 시간이 더 흘러 판타지 세계에서 처럼 마법같은게 등장한다거나 해서 새로운 아키텍트와 네오가 등장과 소수반란세력의 투쟁.. 계속 이런식으로 순환의 역사가 올지도 모릅니다.
>
>일단 레볼루션 까지는 통치,통제 수단을 종교와 기계문명으로 보고 있는것 같고 허구적이고 말도 안되지만 깨어있는 자의 투쟁과 적당한 타협으로 인한 필요악 이라는 선을 그은것 같습니다. 더이상 손을 못댈 지경에 이르렀어도 인간이 창조해낸 것이라는 사실...
>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순환하는 광범위한 인류의 역사를 한 스리즈물로 집대성한 작품입니다.
>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에반게리온이 있는것 같은데...역시나 일본식입니다.
>인류 - 개인
>투쟁 - 방관,절망으로 인한 포기
>순환 주기의 역사 - 부자간의 한 세대
>히어로(멋진,수퍼맨) - 히로인(성적 호기심...)...-_-;;
>불완전한 세상의 인간들 - 불완전한 미성숙 아그...;;
>광범위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 한명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가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
>생각나는건 많은데 표현할수 있는건 이정도 뿐입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IntiFadA
03/11/14 16:25
수정 아이콘
짝짝짝짝짝~~~~ 훌륭한 텍스트 독해력! 원츄입니다~ ^^
Reach[St.P]
03/11/14 16:44
수정 아이콘
아!!! 대단!!! 원츄 백만개!!! 제가 본문에 달은 리플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완벽히 흠잡을 데 없는 풀이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유추이겠지만 말입니다. 나중에 영화가 상영관에서 막이 내리고, 후일에 메이킹필름이나 감독들 후기 같은 것에서 그들이 직접 밝힐 때에 속 시원하게 알 수 있겠지요. 그저 그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것 같으면서 아쉬운 영화입니다. 간단한 철학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하여 동양권 관람객들은 주로 오해를 할 소지가 많은 영화인 것은 틀림이 없으니까요. 물론 서양권 관객들도 이해하기 난해함이 없지 않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영상과 액션신 등에 조용하게 묻혀서 지나가는 영화 속의 철학적 의미를 간파하기는 어렵죠.
무계획자
03/11/14 16:51
수정 아이콘
neo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뜻 대로 새로운 이라는 뜻 도 있지만
원래 감독이 the one에서 one의 철자를 변경 시켜서 neo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구 하더군요.
the one.. 기독교도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절대자 같은 그런 거인 듯 하네요.
03/11/14 16:56
수정 아이콘
영화 속에서도 네오를 the one이라 칭하던 걸로 기억...(가물가물;;)
sad_tears
03/11/14 17:23
수정 아이콘
너무 난해하네요
Third Master
03/11/15 12:47
수정 아이콘
3번읽다보니 작년에 들은 철학시간에 한때가 떠오르는군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003 자판기. [2] nodelay2606 03/11/14 2606
15002 김성제 선수와 최수범 선수... [16] 토이스토리6150 03/11/14 6150
15001 [잡답]최근팀들의분위기2 [13] 예진사랑5374 03/11/14 5374
15000 제발 답변좀 많이 해주세여.. [6] 날아라 초록이2804 03/11/14 2804
14999 [문자중계]2003 온게임넷 2nd 듀얼토너먼트 F조...드디어 마지막이네요. [203] Legend7082 03/11/14 7082
14997 [잡담]결혼은 어떤사람과..? [27] Vocalist4118 03/11/14 4118
14996 itv 게임스페셜이 바뀌었더군요. [12] relove5731 03/11/14 5731
14995 출사표..^^ [9] Ace of Base3884 03/11/14 3884
14993 매트릭스 레볼루션 -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앞으로 보실분은 No!) [10] Neos4238 03/11/14 4238
14994 [re] 이런 해석은 어떤가요? (무비스트에서 펀글) [6] 낙화유수2967 03/11/14 2967
14992 위로해주세요.. T_T [5] 정현준2828 03/11/14 2828
14991 [도움요청] 그들만의 리그... [5] 3276 03/11/14 3276
14990 피터 선수와의 손짓발짓 대화 [17] TheHavocWorld6575 03/11/14 6575
14989 [짧은 글]그 후......- 박용욱 편 [3] kama5441 03/11/14 5441
14988 지존은 없습니다 [14] Ace of Base6210 03/11/14 6210
14987 apm에 관하여 [27] Kimera5714 03/11/14 5714
14986 EA 스포츠 설립 이래 최고의 게임, NBA 2004! [20] 막군4352 03/11/14 4352
14984 굿데이...드디어 준척을 건졌군요 이신문사 [6] 물탄푹설5473 03/11/14 5473
14982 잡담1편. Neo Hall Of Valhalla [11] 하늘아래민우^4203 03/11/13 4203
14981 태란의 끝에 가장 가까이 있는 "그" [13] kimera6833 03/11/13 6833
14979 [잡답]최근팀들의분위기 [10] 예진사랑5900 03/11/13 5900
14978 이승환 좋아하세요? [78] 챠우챠우5363 03/11/13 5363
14976 오늘은 문자중계 안하나요? [217] 박정석테란김5078 03/11/13 507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