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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01 01:00:56
Name 막군
Subject [실화...]Hit the Post!
2003년 10월 25일, 토요일.

드디어 오늘이다.

아, 어제 정말 잠을 못잤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 팀 대항 준결승전이다!

게다가, 상대는 2학년 3반.

진짜, 우리학교계의 한-일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우리 2반과 3반은 전교가 알아주는... 숙적관계니까.

뭐, 그것에 대해서 언급을 하자면

진짜 책을 한권 내도 모자랄 정도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어쨌든, 3반은 진짜 무슨일이 있어도 이겨야 해!

진짜, 정말로 말이지.

2주전, 그러니까 2003년 10월 10일, 그러니까 우리가 8강전에서 8반을 이기고 올라온 3일후 그들의 경기를 봤는데.

진짜 3반은 탁군만 막으면 이길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탁군이 누구냐고?

우리학교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녀석이지.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3학년들을 다 제치는...

다른학교랑 축구시합해도 돋보이는 녀석이라고.

물론, 국가대표의 실력은 모르겠지만 U-15에도 들수있을것 같아.

음, 너무 과장됐나...

어쨌든, 탁군은 그만큼 강해. 하지만 난 탁군의 패턴을 다 이해하지!

난 탁군의 개인기 패턴을 지난 2년동안 지켜봤고, 5번하면 1번정도 막을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어!

뭐, 겨우 그정도냐고?

... 아 글쎄, 그녀석 잘한다고!!

쿨럭, 그래 알았어. 나 축구 잘 못해.

하지만, 축구를 사랑하는건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어.

방에는 내가 좋아하는 쉐바의 포스터가 붙여져있고, 축구화가 비록 싸구려일지라도 빵구가 날만큼 열심히 뛰었어.

진짜, 결승에서 뛰고 싶어.

그런마음으로 학교에 갔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흥분하더라.

진짜, 3반은 이기자고. 무슨일이 있어도. 그렇게 다짐했지.

경기는 1교시였다.

그래서, 자습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체육복 갈아입고... 담임선생님과 체육선생님께 허락받고 일찍 운동장에 나가서 연습했지.

근데 어랍쇼? 오늘 몸이 잘풀리네?

공도 한번 차봤는데 그대로 들어가고...
어쩌면 내가 일낼지도?

"마, 오버하지마라" 옆에서 누가 말했어.
... 그래, 나 축구 잘 못한다.
하지만, 진짜 이 시합이 끝난 뒤에는,
모두가 나를 존경... 까진 아니라도 놀라운 눈으로 쳐다볼수 있게 해주겠어!

떨리는 마음은 계속됐고, 그런 마음속에서 선생님이 우릴 부르더라.
유니폼 입고, 상경례, 그리고 공수선정.

...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지.
우리반 녀석들, 모두 스탠드에 올라서서 우리를 응원해주더라.
아, 그때의 흥분감이란!

그런데 이게 뭐람, 초반에 흔들리는거야.
어이없게 전반 2분에 우리 골대 맞고 어느 녀석이 다시 차넣어 1:0 이 됐어.

허탈하더라.
하지만 꼭 이기고 싶었어.
그래서, 하느님께 하지 않던 기도도 했어.

'제발 이기게 해주세요, 우리반이 제발...'

그래, 그 기도가 통했나봐. 잠시... 한 5분간? 안정을 취했어.

그런데, 두번째 골을 허용한건
그 5분 뒤였어. 우리진형에서 드로인.

3반 압박이 심하더라. 물론 나에겐 안했지.
던질곳을 찾다 못한 친구녀석이 나에게 주더라.

난 분명 발은 공격수에게 향하고 있었고.
폼 좋고, 타이밍 좋았어.

얼라? 근데 내 공이 없잖아?

... 뭐야, 탁군?

'철렁'

눈깜짝할새였어.

... 할말이 없었지.
나때문에, 나때문에 또 한골을 먹은거야.

모두 나를 쳐다보더라.
그때의 미안함은... 정말 말로 할수 없었어.
진짜 쥐구멍에 숨고 싶었지.

... 밖으로는 안 흘렀지만, 가슴속에서 눈물이 나더라.
뭐, 나중에는 '이제 진짜 정신차리자. 꼭 이겨야 해' 라는 마음으로 다시 경기에 임했지만.

수비를 보고 있더니 우리반이 한골을 넣더라.
역시! 싶더군.

전반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어. 근데 탁군 이시키가 또 그냥 안놔주는거야.

나는 당시 다른 녀석을 맡고 있어서 볼 수는 없었지만, 대충 5명 제치고 슛하더라.

... 재수없는 놈, 뭘 그리 잘한담?

그게 골대로 출렁하고 들어갈줄이야.

3:1, 전반 종료.
모두 암울해져 있었어.

그런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더라.

"2반 이기라!!!"
"3반한테 지면 안된다!!!"
그건 우리반이 아니였어. 위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래, 그건... 수업을 땡땡이 친 1반녀석들과 4반녀석들의 소리였지.
훗, 그녀석들... 모두 3반선생님이 국어담당이잖아.

그러니까 우릴 응원해주겠지.
그래, 저 녀석들을 봐서라도 이기자!

다시 마음을 먹었어.

킥 오프, 경기는 계속됐... 어라?

이야!!!
우리반 부반장 녀석이 해냈다!

센터서클에서 패스해줬는데, 바로 슛. 마치 소림축구처럼.

철렁 하고 들어가는거야!

점수는 3:2. 비슷해졌지 다시.

근데, 탁군이 저걸 봤는데 가만히 있겠어?
달려오더라. 바로.
수비수 2명을 무섭게 제치고, 나에게 달려오더라.
'너같은 놈 따위 바로 제쳐주겠어' 이 표정이였어 그녀석.

푸하핫, 근데 내가 어쨌는줄 알아?

마치 피파의 A 키를 누른것 처럼 - 태클했어. 그것도 몸을 날려서.
그놈에게 공을 완벽하게 뺐은거야!

대충 난감해 하더군. 나는 웃어줬지.
그녀석 원래는 착한녀석인지라, 웃으면서 일으켜 세워주더군.

아야!
젠장, 태클하면서 왼쪽 다리가 까졌어.
왼쪽 바지 찢어지고... 무릎에는 피가나네?

하지만, 엄살부릴때가 아냐!

... 그렇게 경기를 진행했어.

후반 15분까지 우리는 계속 팽팽히 경기를 치뤘지.
근데, 누가 그러더라

"야, 니 내 막는다매? 안 막나?"
... 탁군 목소리는 아니였어.
그녀석은, 3반의 또다른 공격수로, 한마디로 말해서 '허접' 해. 그래서 내가 그녀석을 막아주겠다 했는데, 탁군에 정신이 팔렸지.

뭐, 그리고 안 막아도 괜찮을 녀석 같고.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정상적인 수비에 임했지.

참... 근데 하느님도 웃기더라.
그녀석에게 공이 가는거야.
아무도 없었지.

'아차!' 싶어서 달려갔는데.

골은 이미 골대안으로 들어갔었어.

남은시간 6분. 점수는 4:2.

... 끝인건가?
이렇게 끝나는거야? 싫어!

현실에 벗어나고 싶었어.

...훗, 근데 정말 고마운 부반장녀석.

또 그걸 성공시키더라!

이번엔 골키퍼가 잡다 놓쳐서 그랬어.

짜식, 이기면 내가 햄버거라도 사줘야 겠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어.

공은 계속 왔다갔다 거리고, 남은시간 3분.

공이 3반 진영으로 가더라.

수비를 하던 난 참질 못해 홀로 달려나갔어.

그리고... 루즈볼상태의 공은 내게 왔지.

'퍼억!'

아... 아야!!!
아아아아... 이게 뭐람.

어떤 놈이... 내 배를 발로 찬거야. 그것도 퍽! 소리 나면서.

분명 PK 에어리어 안인데?

... 뭐? 경기 속행?

... 화가 났어. 움직이기도 힘들정도로 심하게 박았는데.
뭐 이딴게 다있담.
수비수가 미안하다고 얘길 해도, 귀에 들리지 않았어.

점점 '패배' 두글자가 엄습해오더라.

... 남은시간은 40초.
진짜 시간 없었어.
아... 제발 45분전으로 돌아가줘. 부탁해.

모두 다 포기한 눈이더라.
3반은 볼을 돌리면서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는 눈치였어.

그때, 우리반이 중앙에서 공을 뺐았고, 공격에 들어갔어.
나도 함께. 마지막 공격이 될테니까.

반장이 그대로 한사람 제치고 슛!
...아, 수비수 몸맞고 키퍼에게 간다.

............. 싫어! 지는건.

난,

무슨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달려갔어.

... 골키퍼는 내가 오는걸 모르는지,
걸어서 잡으려 하더군.

온몸을 날려서 슛.
모두가, 우리반이, 1반이, 4반이, 그리고 심판이 지켜보는가운데.
혼신을 담은 내슛을 받아라.




..............

'땅!'

아아, 이런 신의 장난이!

그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굴러가더라.

순간, 소리를 질렀지. '으악!' 하고 말이야.

하지만, 더이상 아쉬움을 나타낼수 없었어.

공은 계속 굴러갔지.

달려갔어 진짜 빠르게.

공을 잡았는데....

'삐익'

... 이미, 이미 선을 넘어갔어. 골킥.




















아이들은 전부다 나에게 책임을 묻더라.

'바보, 그런걸 어떻게 못넣냐?' 라면서
심지어 어떤 놈은 '너는 영웅 될수 있었는데 그거 못너어서 개시키 됐다' 라더라.

....... 그래 내가 할말은 없지만.

너무해 다들.

아무도 없는곳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쳤지.





이제... 축구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아이들도 안끼워 주더라.

역적이 되버린거지......

아, 그때로, 그때로 다시 돌아갔으면.

다시한번 기회를 준다면....

하지만, 그럴순 없겠지.

내겐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 될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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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01 01:12
수정 아이콘
그냥... 추억이 된 일을 끄적여 봤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네여... -_-;;
03/11/01 01:47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축구 볼 때 그런 장면이 제일 안타깝죠..;;
sad_tears
03/11/01 10:00
수정 아이콘
ㅠ.ㅠ 무지 슬프네요...
중학교땐 학교에서 축구할때 가끔 역적이 될때가 있죠.~
BlueZealot
03/11/01 18:07
수정 아이콘
저도 축구를 사랑하고 왠만큼 합니다....~
못하는 애가 실수하면 감싸주는편이죠 ~_~ㅋV
못하는데 어찌합니까
브라운신부
03/11/02 04:59
수정 아이콘
부반장의 플레이가 궁금하군요.... 호나우도의 명성에 밀린 세브첸코를 보는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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