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17 18:39:25
Name zaive
Subject 거리의 악사
거리에서 공연을 하던 악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방송사 PD가 길을 걷다가 그 악사의 연주에 반해 방송에 내보냈고
그 방송이 호응을 얻어 어느덧 고정 프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악사는 자신을 찍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기에
별다른 보수 없이 열심히 자신의 연주를 하였습니다.
비록 자신을 보러와주는 관객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서는 그도 꽤 유명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 악사에게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당신 바보야? 왜 당신을 찍어가는데 가만히 있어
재주는 당신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잖아...
내가 당신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대리인이 되어 줄께...

이제는 대리인이 악사의 초상권을 주장합니다.
공연을 찍기 위한 대금을 지불하라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악사에게도 고민은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알려졌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자기의 연주를 들으러 오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공연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다른 악사 중에서는 부자의 마음에 들어
부자를 위한 노래를 작곡해주고 돈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의 악사는 부자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보다는
천진 난만한 아이들을 위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 보다 즐겁습니다.

물론 우리 악사를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개중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새로운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악사의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입니다.

악사는 그런 관객들을 위해 언제나 무료로 공연을 합니다.
입장료를 받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거리 공연에서 입장료를 받기도 어렵고
입장료의 수준을 정하는 것도 악사가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악사의 가장 큰 지지자 들은 어린 학생들이기에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악사의 지금 가장 큰 바램은
대리인이 방송사와 잘 타협을 해서
금전적인 문제 없이 평생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연주를 위해
밤을 새며 연습을 한 악사에게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p.s
1. 거리의 악사는 고정 팬을 만드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눈길을 줄진 몰라도 다른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면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가 버립니다.
지금까지는 주변의 악사들이 변변찮은 음악만을 들려주었지만
언제 어디서 훌륭한 악사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2.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하려는 부자들이 적습니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곳은 피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3. 대리인이 방송사와 잘 타협을 한다고 해도
악사의 살림이 나아질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냥 지금보단 나아질거란
기대를 할 뿐입니다.

4. 악사의 이야기는 제가 대충의 이야기만 들은 것이라
진실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가끔 지나가며 악사에게 얘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6/17 18:53
수정 아이콘
으윽, 아무리 시간이 없는 척 해도 이런 글에 댓글을 안달 수는 없군요. 정말 확 와닿습니다. 양자 간에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타협의 결과물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zaive님의 글에서 나타나는 거리의 악사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런 가능성을 높여주리라고 생각합니다.
03/06/17 19:04
수정 아이콘
사실상 게임계의 미래를 그렇게 밝게 보진 않습니다.
게임이란 것이 남에게 보여지기 보단 자기 스스로 즐기는 것의 성격이 강하기에
게임'방송'이 주가 되는 식의 기형적(?) 팽창을 가진 게임산업은 반드시 구조조정을 거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의 가을
03/06/17 19:07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멋진글입니다...
아무쪼록 좋은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랄뿐입니다...
HalfDead
03/06/17 19:42
수정 아이콘
아. 서글퍼지기엔 글이 너무 좋네요 ^^;;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가서 우리 악사들마저도 악기 놓고 나서야 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겟습니다.

추천게시판 가기전에 꼽싸리 대리만족 성공. -_-;;
몽땅패하는랜
03/06/17 20:02
수정 아이콘
게이머들의 요구가 100%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양보와 타협이라는 협상의 미덕을 발휘하여 그동안 화려한 내면 속에 힘들게 연습해오던 프로게이머들에게 좋은 혜택이 갈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선례를 남기기를 바랍니다.
zaive님의 글. 감동적이면서도 강한 메세지가 들어있네요. 정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0126 이윤열의 .. 막말로 미친듯한 물량-_-;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6] LordOfSap2074 03/06/17 2074
10125 스무살의 변명 [4] Judas Pain1356 03/06/17 1356
10123 [퍼옴] 새 프로게임팀 'SG 패밀리' 결성 [6] Canna2459 03/06/17 2459
10124 [re] SG 팀 유니폼 사진입니다. [3] Hunter1644 03/06/17 1644
10122 오늘의 명언^^(아, 그렇다고 유명하신분이 하신 말이 아니에요;;;) [1] SummiT[RevivaL]1169 03/06/17 1169
10121 거리의 악사 [5] zaive1135 03/06/17 1135
10120 오늘의 빅게임 온겜넷 듀얼토너먼트 죽음의조! [84] 두번의 가을2424 03/06/17 2424
10118 프로게이머 출연료-상금 관련 기사 [6] 정현준2476 03/06/17 2476
10116 [피투니] 실력 향상. [3] 피투니1467 03/06/17 1467
10113 [잡담]지훈아! 내가 간다~ [10] Zard2363 03/06/17 2363
10112 [단편] 저글링 (상) [15] 공룡1312 03/06/17 1312
10111 [온겜게시판펌]서지훈의 방패와 임요환의 창 (서지훈선수플레이는 컨트롤 물량과 경기운영 모든 것이..) [1] 플토매냐1782 03/06/17 1782
10110 [알림] 글쓰기에 여유를 가지세요. ^^ [7] homy2326 03/06/17 2326
10108 파인더. [6] 삭제됨1204 03/06/17 1204
10107 안보이던것들이 보이십니까? [4] clonrainbow1376 03/06/17 1376
10106 서지훈...퍼펙트 테란화 되다... [2] 임한국1696 03/06/17 1696
10105 [퍼옴]겜티비 예선 대진표 [14] 나는야~~1957 03/06/16 1957
10104 [잡담]임요환 선수를 걱정하시는 분들께.. [5] 우라싸야~2371 03/06/16 2371
10102 재밌는상상 - 모든 공격이 일반형이 된다면.. [20] wook982678 03/06/16 2678
10101 황제가 3위를 한다면... [8] 레디삐2703 03/06/16 2703
10100 타이슨이 무차별 격투기 선수와 붙는다면? [14] 마이질럿4012 03/06/16 4012
10099 [스포츠조선 펌] '겜TV' 자본금 줄이고 투자 받아 정상화 걷는다 [11] 카나타1891 03/06/16 1891
10098 토요일 팀리그 해설에서... [14] clonrainbow1864 03/06/16 186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