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스페셜도 아니고, #1이 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판'님은 연애고수이며 다른 분야에서도 두루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먼저 #1은 요즘 유게 대세인 동물에 의한 '판'님의 소환입니다. 일단!!
'판'님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댓글을 살펴볼까요?
일단 저는 그저 디스커버리 채널과 수렵서적을 사랑하는 비전공자에 불과한지라...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토막토막 풀어내기에 적합한 댓글을 선호하게 되는군요. 언젠가 재미있는 주제가 떠오르면 자게에 써보려는 마음은 항상 먹고 있습니다.
사실 유치원 졸업선물로 받은(저는 유치원을 2년 다녔습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버려졌다고나 할까...ㅡㅜ) 파브르 곤충기와 시튼 동물기를 읽고 나서부터 EBS다큐멘터리 - 방송 3사 특집 다큐 -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 내셔널 지오그래픽 - 케이블 개국후 디스커버리 코스를 거쳐온 평범한 동호인이죠. 그마저도 TV를 없앤 이후부터는 삽도 서적들로 때우게 되더군요. 대학교의 도서관에 미디어 라이브러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랄까...(학부생 분들은 도서관을 애용해 보세요. 아무도 빌려가지 않는 동물생태학 섹터의 책들 중에 의외로 다양한 정보가 숨어 있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컬러삽도로 도배된 책일수록 알맹이는 적다는 거~ 활자 빽빽한 책들이나 사진이 부실한 수렵서적들이 오히려 행동양태를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결국은 비전공자로서의 얕은 지식일 뿐입니다. 사실 분류학이나 동물행동학을 전공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지식들은 몇몇 특정 인기동물들에게 집중되어 있기 마련이고, 그나마 기록이 풍부한 수렵방식, 먹이의 종류, 출산 및 공동생활의 형태 정도에 그치지요. 다큐멘터리 팀들이 가져온 자료들도 사실 제작비 빵빵한 특수상황이 아닌 경우 대부분 현지 가이드들이 이미 개척해놓은 코스를 따라 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란 일반인 입장에서 쉽지 않더군요. 대학원 도서관을 검색해 보아도 마찬가집니다. 사실 실용학문으로서의 연구가치가 크지 않거나 연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분자생물학 논문이 다수이고 순수 생태학적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댓글란을 채우려 노력해볼 테니, 동물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_+ 동물원들 돈 좀 벌어서 희귀동물들 팍팍 사오게 말입니다. 하하.(개인적으로 자이언트판다를 못 보게 된 게 너무나 아쉬운 사람으로서 ㅠㅠ 물론 이건 정치적 이유가 더 크지만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판'님의 댓글과 함께 동물의 세계로 빠져보시죠! 유게글들이 대부분이라 본문도 재밌습니다!
1.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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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하얀 헤드셋을 뒤집어쓴 귀여운 젠투펭귄이군요. 황제펭귄보다는 작지만, 체구가 작은 펭귄은 아니죠.
흔히 TV가 만들어낸 환상 때문인지, 펭귄은 얼음이 뒤덮인 지역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만이 얼음 덮인 지역을 고수합니다. (사실 제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펭귄도 이놈들까지가 다입니다. 으하하하) 호주, 남미, 갈라파고스 섬, 그리고 열대 아프리카 해안에서도 펭귄들이 살고 있답니다. 펭귄들의 주민등록법은 단 하나의 조항만을 갖고 있지요. '남반구에 살 것'. 펭귄은 북반구에서는 절대 자연서식하지 않습니다. 동물원을 제외한다면 말이지요.
영상에 나온 젠투펭귄은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칠레부터 남극까지의 추운 바다에 서식하는 종 중 하나일 겁니다. 매우 사람과 친근한 종 중 하나지요. 사실 대부분의 펭귄들은 사람을 겁내지 않습니다. 킹 조지섬에서의 연구를 수행했던 동물학자들은 펭귄들이 몰려들어 귀찮게 하는 경험을 기록해 놓고 있지요. 어떤 학자는 펭귄의 꼬리깃털 수를 세어보려다가 펭귄에게 싸대기를 얻어맞고 어금니가 부러진 적도 있습니다. 황제펭귄이나 아델리, 왕 펭귄들도 마찬가지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두달 동안 서서 알을 품는 부성애의 상징으로 황제펭귄을 기억하실 겁니다. 1미터 2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최대의 펭귄이죠. 40센티미터 남짓한 요정펭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펭귄이 80센티미터에서 1미터 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기억으로는 펭귄은 현재 열다섯 종 남짓할 겁니다.
킬러웨일, 즉 범고래에 대해서는 뭐 더이상 설명이 필요할까요. 모든 분들이 다 잘 알고 계시지요. 바다의 왕자입니다. 포유류 특유의 빠른 방향전환과 높은 지능, 거대한 신체... 인간을 제외한 어떤 동물도 범고래를 사냥하지 못합니다. 흰곰도 그린란드상어도 범고래떼가 몰려오면 얼음 위로 대피하지요. 범고래들은 먹잇감들이 빙산 위로 올라가면 밑에서 흔들거나 솟구쳐 내리찍어서 몇 마리를 물에 빠뜨린 후 잡아먹습니다. 펭귄들은 이 살육자들을 피하기 위해 해안가에 몰려 서 있다가, 먼저 뛰어든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면 그제서야 따라 뛰어드는 광경을 자주 연출하곤 합니다만, 물 속에서 시속 30킬로미터 남짓에 불과한 펭귄이 범고래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요. 영상의 경우 돌고래 스스로가 배가 고프지 않았거나, 펭귄이 운이 좋았던 경우로 보입니다. 범고래들은 영리하기 그지없는데, 일단 다랑어 떼를 발견하면 흩어져 각 방향을 막습니다. 다랑어 떼는 점차 빙빙 돌게 되지요. 그러면 같이 빙빙 돌면서 포위원진을 구축합니다. 그리고는 한 마리씩 안으로 들어가 다랑어를 물고 나오지요. 차례로 들어가기 때문에 포위망은 흐트러지지 않고, 그렇게 다들 먹이를 확보하고 나면 포위망을 풀어줍니다.
범고래들이 원주민들의 카약 아래 위로 스쳐지나가며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는 기록 역시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그물로 고기를 잡고 있으면 그물 가운데 뛰어들어와서 장난을 치는 케이스 역시 보고되어 있지요. 돌고래가 인간에게 절대우호적인 종은 아닐지라도, 인간을 먹이로 생각하지 않는 종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인간과 성적 교접이 가능하다는 아마존의 분홍돌고래는 좀 지나친 케이스일지도 모르지요. 인디오들은 분홍돌고래가 인간을 유혹한다고 믿으며, 절대 사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기 아쉬우니 심술 하나. 돌고래들도 동족상잔을 합니다. 뭐 워낙 종이 다양해서 동족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북극에서 바다표범 숨구멍 앞에서 기다리는 흰곰을 아시지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뿔이 달린 일각고래 역시 숨구멍을 뚫어놓고 들락거리는 종족입니다. 북극곰은 일각고래의 숨구멍 또한 애용해서, 한 마리의 곰이 스무마리 넘는 일각고래를 사냥했다는 기록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녀석에겐 천적이 하나 있는데 바로 흰줄박이돌고래랍니다. 2인 1조로 일각고래를 사냥하는데, 일단 깊이 잠수했다가 급부상하면서 배를 들이받습니다. 놀란 일각고래의 양 옆으로 달라붙어서 가운데의 일각고래의 장기가 터지거나 뼈가 부러질 때까지 짓눌러 죽이지요.
아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 범고래의 등지느러미가 서 있느냐 누워 있느냐는 야생 여부와 크게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본 야생의 영상들은 다들 서 있었지만, 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 자료는 거의 기억이 나질 않고, 단지 빠르게 유영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 등지느러미를 세우지 않고 헤엄칠 때도 있지만, 야생에서도 등지느러미를 눕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데다가, 동물원의 돌고래들도 대부분 등지느러미를 세우고 헤엄치기 때문이지요.
2.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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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소형의 흑곰에게 사냥당하는 사슴이군요. 이번엔 초식동물들의 반항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흔히 처음 동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역시 누가누가 제일 세나겠지요. 거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실 겁니다. 코끼리, 하마, 코뿔소.. 그 뒤에야 백수의 제왕이라느니 하면서 사자 호랑이 등 육식동물이 줄지어 나오지요.
어라? 상위 빅 3를 모두 차지한 게 초식동물 아니야? 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실 때도 있었겠지요.
뭐 호랑이를 밟아죽이고 지나가는 지상 최강의 들소 사라당이라던가, 표범을 찢어죽이는 실버백 마운틴고릴라들을 포함해서 수없는 강자들이 있지만, 사진이 사진이니만큼 , 오늘은 곰 vs 사슴으로 한정지어볼까요.
지상 최대의 곰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북극곰 혹은 알래스카 갈색곰을 꼽습니다. 둘 다 600킬로그램 이상을 자랑하는 덩치들이죠.
이 녀석들 중 일단 툰드라의 강자 북극곰은 제외해 봅시다. 이 녀석이 만나는 사슴이야 캐리부 떼들인데, 무리이동하는 캐리부들을 상대로 1대 1 교전기록을 찾기란 힘들기 때문이죠. 사실 체구에서도 알래스카 갈색곰에게 아주 약간 밀립니다.
그렇다면 8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지상 최대의 곰, 알래스카 갈색곰은 어떨까요. 공교롭게도 알래스카 갈색곰의 주무대인 타이가에는 마침 사슴의 제왕, 무스가 서식합니다. 말코손바닥어쩌고 하는 긴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갈라진 주걱 모양의 거대한 뿔을 가진 녀석이죠. 어깨높이 2-3미터, 최대 800킬로그램까지 성장하는 지상 최강의 사슴입니다.
서식지역이 겹치는 이 둘이 사이가 좋을 리는 없겠지요? 갈색곰과 무스의 대결은 종종 일어납니다. 물론 완전히 성장한 수컷 곰이 아니라면 무스를 건드리려 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보다 훨씬 크니까요. 젊고 경험없는 곰들은 무스를 사냥하려다 되려 호되게 당하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지요.
성장한 수컷 곰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둘의 대결에서 곰은 근소한 차로 우위에 서고 있지만, 그것은 병들고 늙거나 어린 무스들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성장한 무스가 곰에게 사냥당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까요? 잠시 본문의 사진을 보시면, 사슴이 뒷발로 일어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와피치 류의 특징적인 공격자세입니다. 800킬로그램의 무게가 실린 앞발을 쳐들어 내리찍죠. 어떤 맹수의 두개골이건 한방에 박살내 버리는 무서운 일격입니다. 기린 역시 이런 내리찍기 공격을 매우 애용하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영상들에서 오히려 뿔보다는 이런 체중을 실은 내리찍기 공격이 자주 보이며, 이런 공격을 맞아 두개골이 깨져 즉사하거나, 어깨뼈가 으스러져 도망치다 다른 곰에게 잡아먹힌 곰의 기록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북미 전역에 서식하는 곰과 무스의 대결은 자주 일어나고, 대부분 먹이가 된 무스의 모습이 보이기에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사슴은 곰의 먹이 정도로 전락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싸움에서 무스들이 승리를 거두고, 곰이 포기하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대부분의 대형 초식동물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기껏 이긴다 해도 부상을 입을 경우 야생에서의 부상은 곧 다른 포식자들에 의한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육식동물은 젊고 건강한 대형 초식동물을 섣불리 공격하지 않지요. 뭐 배가 불러도 살육 자체를 즐기는 오셀롯 같은 특이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3. 산양 걱정은 붙들어 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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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록님//산양은 절벽지형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문제없이 되돌아왔을 겁니다. 크랙 역시 절벽을 수직으로 달려 내려왔다 올라가는 장면이 있죠.
하지만 산양의 실족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 하하.
링크로 들어가 보니 바위를 핥을 뿐이었다 라고 하는 걸 보면 산양이 스스로 내려간 것이 80퍼센트 정도 맞을 겁니다.
산양은 암염을 핥음으로써 염분을 섭취하는 습성이 있거든요. 원체 활달하고 잘 놀라는 동물이기 때문에 가만히 저 자세로 바위를 핥았다면 암염을 섭취하러 내려갔던 게 확실해 보입니다. 교회에서 예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양들과 달리 산양의 운동능력은 퓨마 수준이거든요.
4.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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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거, 타이곤, 레오폰 등 다양한 이종교배의 후손들이 있지요.
이 아이들은 자연상태에서라면 거의 탄생하지 않았을 녀석들인데, 주로 동물원 사파리 지역에서 인위적으로 탄생한 경우가 많았죠.
이 녀석들은 우선 덩치가 굉장히 커지고, 무슨 이유에선지 성장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사람으로 치면 거인증 같은 경우입니다.
서울대공원 사파리 지역에도 라이거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아마 사파리 투어에서 배제되어 있을 겁니다. 너무 커서 사파리 내 서열 다툼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격리 수용되어 있지요.
Ha.록님의 라이거가 혼자 있으면 외로울 것 같다는 이야기에:
서울대공원의 라이거는 한 마리가 아니라서 괜찮긴 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송곳니가 끊임없이 자라서 주기적으로 갈아내거나 부러뜨리는 수술을 받지요. 자연발생적인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간혹 일부 동물원의 경우 입장수입을 올리고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종교배를 감행시키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에게 굉장히 의존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동물들이지요.
마음속의빛님의 최강 이종교배 동물에 대한 의견에:
개인적으로 이종교배 최강의 간지포스탑은 레오폰이라고 생각합니다.
5. 뱀이다~ 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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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주제죠. 독성을 가진 종들은 정작 자신의 독에 대해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게 보통입니다. 인간도 그렇죠.
킹코브라는 뱀을 즐겨 먹는데, 같은 코브라가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 잡아먹기도 합니다.(코브라는 영역을 가진 동물입니다)
이때 서로 독성에 대해 면역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물무늬비단뱀을 사냥할 때처럼 한번 물어뜯고 빠져서 죽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서로 빳빳이 몸을 세우고 입을 크게 벌려서 서로 한번에 삼키려고 듭니다. 입큰놈이 이긴다! 라는 원칙이 적용되지요.
다른 몇 분의 의견을 듣고:
역시 독은 흥미로운 주제군요.
일단 알려진 독사들의 독은 신경독과 출혈독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뱀들(우리가 알고 있는 방울뱀이나 한국의 살모사 등)
은 출혈독을 갖고 있지요. 이 독은 동물의 혈관에 들어가 출혈을 일으키고 혈액의 응고를 방해하여 죽음에 이르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런 출혈독에 대한 항사독소는 독사 스스로가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방울뱀이 서로를 한 번씩 물어도, 가벼운 마비 증세 이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문제가 되는 코브라의 경우, 신경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아주 간단히 표현하자면,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인데, 그 신경 중에 호흡중추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죽게 되는지 아시겠지요. 신경독의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아무리 늦어도 5분 내에 물린 인간은 즉사에 이릅니다. 간혹 코브라에 물리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도되지요? 그건 이미 코브라를 인지한 상태에서 물려서 한 번만 물린 경우에서 운 좋게 빠른 처치를 받은 경우입니다. 독사들은 이에 독을 바르고 다니는 게 아니라, 독샘에서 독아를 통해 주입하게 됩니다. 보통 긴 독아를 지닌 독사들은 한번에 충분한 독을 주입하는데, 코브라는 특이하게도 두 세번씩 빠르게 연달아 물어서 독을 충분히 주입시킵니다. 일부 코브라들은 독을 침처럼 발사하여 상대의 시각을 마비시키도 하지요. 영화 쥬라기공원의 딜로포사우러스들이 쓰는 방식이지요.
자. 결론으로 달려가볼까요. 신경독에 대한 내성을 지닌 동물은 없습니다. 코브라라고 해도, 같은 코브라의 공격을 받으면 즉사하지요.
따라서 보통의 뱀들처럼 서로를 감아올라가면서 물어뜯는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가 위험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야생 상태에서의 코브라들은 서로 뻣뻣이 서서 상대의 머리에 맞춰 일직선을 유지하며 결코 서로 물어뜯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결국 크게 입을 벌려 상대의 위험요소인 입 자체를 통째로 삼키려 들지요.
킹 코브라는 굉장히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최다 인명피해를 낳는 동물이 혹멧돼지라면, 인도에서는 킹코브라죠.
이 녀석은 영역본능이 강해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포유류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감행하기 때문입니다. 배고프지 않아도 공격하는 독사인 데다, 배의 비늘을 세웠다 눕히며 s자로 이동하는 뱀들과 달리, 직선으로 빠르게 달립니다. 어지간한 사람의 달리기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지요. 보통 독사의 위험권역을 그 독사의 몸길이를 반경으로 하는 원으로 놓습니다. 최대 6미터까지 성장하는 킹코브라의 경우 지름 12미터의 거대한 원을 그리게 되지요. 일단 공격의 목표가 되는 순간 총을 가진 인간도 치사율 90퍼센트에 가깝습니다. 내리치듯 빠르게 공격해 오는 킹코브라를 명중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혹시나 여러분이 킹코브라를 만나게 되어서 위험권역 안에 들어간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이 녀석은 혀를 내밀어 공기의 진동을 느끼는 데 익숙하지, 사실은 지독한 근시거든요. 후각은 좋습니다만... 킹코브라를 생포하는 과정을 묘사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장관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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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뱀은 무엇일까요. 공인된 기록만으로는 10미터 30센티미터를 넘긴 인도산 그물무늬비단뱀입니다. 물론 최근에 14미터짜리가 발견되었다고는 합니다만, 이 녀석의 기록이 아직 공인받지 않은 상태지요.
그런데 사실 가장 긴 뱀에 사람들은 흥미가 없습니다. 길이에서는 조금 밀릴지언정, 압도적인 동체의 굵기와 중량을 자랑하는 절대강자 아나콘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더군요. 공인기록은 9미터 남짓이고, 사실 대부분의 개체는 그렇게까지 길지 않습니다만 요 녀석은 비단구렁이들보다 한 둘레 굵은 동체에서 나오는 괴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세계 최대의 뱀. 이라고 하면 보통 아나콘다를 가리키죠.
그렇다면 아나콘다의 라이벌은 없을까요? 오카피나 난쟁이하마, 피그미코끼리처럼 아주 최근에야 신비동물학에서 생태학의 영역으로 넘어온 전설적인 뱀이 있긴 합니다. 아마존을 대표하는 아나콘다에 맞서서, 오리노코강의 전설 스크루죠. 습지지역에서 서식하면서 먹이를 사냥할 때나 체온을 조절할 때 외엔 물 밖에서 지내는 어설픈 물뱀 아나콘다와 달리, 스크루는 정통파 물뱀입니다. 오리노코강의 흙탕물 속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목격담 외에는 잘 알려진 적이 없지만, 이 녀석은 비공식적으로는 15미터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의 과장 습관을 감안하더라도 10미터를 넘기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천천히 조이고 질식시켜 잡아먹는 보아뱀 류(아나콘다 포함)와 달리 스크루는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소를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 삼켜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6. 곰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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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곰이군요. 그래도 저 때의 포유류들은 장난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작 죽지는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다 자란 북극곰은 지상동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데다가, 사납죠. 물론 육식동물 중에서만 한정한 이야기지만.
저녀석 다 자라면 전장6미터, 어깨높이 2미터짜리 움직이는 소형트럭이 됩니다.
얼음 위에서도 제트모빌을 따라잡는 스피드를 내는 데다가, 헤엄도 잘 쳐서 카약을 뒤집고 원주민들을 살상하는 사고도 잦았죠.
진부령님의 죽은척 하면 곰을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
곰뿐 아니라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체도 자주 먹습니다.
곰을 만났을 때 죽은 척하라는 것은 곰이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서
자세를 낮추고 가만히 있으라는 대처법이 와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후각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배고픈 곰에게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살행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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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야생 상태에서 가장 만나선 안될 동물 중 하나가 어린 곰입니다.
곰은 인간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동족을 먹이로서 즐겨 잡아먹는 동물인데(정말 즐겨 잡아먹습니다)
생후 1년 반에서 2년까지 자식을 데리고 다니는 어미곰은 굉장히 예민합니다.
아기곰을 만났다는 것은
반경 300미터 안에 평균 0.5톤 이상의 어미곰이 있다는 뜻이며
아기곰을 데리고 있는 어미는 영역에 접근하는 모든 개체를 적으로 간주, 공격을 개시합니다.
보통 야생동물을 상대로 뒤돌아 도망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이지만
아기곰을 만났다면 이건 답이 없습니다. 어차피 죽습니다. 미친듯이 질주해서 도망치셔야 합니다.
물론 곰은 인간보다 훠어어얼씬 빠르므로.. 사실 답이 없는 상황이죠.
곰은 안 그래도 위험한 동물이긴 합니다만
최악의 경우가 세 가지 있습니다.
1. 겨울잠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첫눈을 넘긴 곰(보통 겨울곰이라고 하죠. 결국 죽는데, 죽을 때까지가 문젭니다.)
2. 상처를 입은 곰( 성질이 엄청나게 더러워지죠)
3. 성장하지 않은 자식을 데리고 있는 곰(사실 이건 대부분의 맹수에게 해당하는 겁니다. 새.끼를 두고 있는 표범 가족의 영역 내로 접근할 경우 경고 없이 바로 공격한다는 점에서 최악이죠.)
야누스님의 물구나무 서서 곰을 문으로 바꾼다는 의견에:
곰은 부패한 고기를 굉장히 잘 먹습니다. 대부분의 맹수처럼 곰 역시 먹이를 숨겨두고 매일 찾아와 먹죠. 곰에게 죽은 척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죠.
그런데 물구나무를 선다고 곰이 문이 되진 않겠지만 효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마사이의 모란들이 어린 사냥꾼에게 가장 긴 창을 쥐어주는 이유는 처음부터 힘들게 훈련시키기 위함도 있지만, 동물들은 손에 쥔 도구를 신체의 연장으로 파악하여 그 크기가 클수록 함부로 덤벼들지 않기 때문에 어린 모란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지요. 물구나무를 선다면 최소한 더 커진 키만큼 곰이 좀 더 신중해질 가능성은 있겠군요. 물론 물구나무를 서는 것보다 막대기를 쥔 손을 높이 든 채로 천천히 물러나는 게 낫겠지만요.
https://cdn.pgr21.com/zboard4/zboard.php?id=humor&no=55278
음.. 일단 흑곰이 평지에서 시속 5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린다는 보고가 있지요.
우사인 볼트가 10초에 100미터를 달리는 스피드를 한시간 내내 유지할 수만 있다면 시속 60킬로미터가 될 겁니다.
하지만 트랙이 아닌 산림지대에서도 곰은 속도가 그리 줄지 않는 반면, 인간은 굉장히 크게 감속하지요. 상대가 안 됩니다.
흑곰은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하는 곰인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고 말이죠.
사진의 곰은 어깨와 등 쪽에 혹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리즐리 계열의 갈색곰으로 추정되는데
물론 합성이겠지만, 이 거리에서 인간이 곰을 마주쳤다면 코끼리사냥용 구경750 라이플을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죽을 것 같습니다. 곰도 죽일 수는 있겠지만요. 곰은 고양이과나 개과의 맹수와 달리 총탄에 강한 동물이기 때문에 유효사거리 100미터를 넘어가지 못하는 총으로 사냥하던 구한말 - 일제시대의 포수들은 곰에게 치명상을 입히고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주 가깝지 않은 한 범이나 표범은 총탄에 맞은 경우 도주를 선택하다가 피를 흘려 죽곤 하는데, 곰은 달려드는 성격에다가 총탄에도 강한 성질을 갖고 있지요.
개신님의 곰 대처법 질문에: 1. 얼어버린다. 2. 죽은척한다. 3. 미쳐버려서 덤빈다.
99퍼센트의 사람이 1번 테크를 탄 후 곰의 먹이가 됩니다. 로어라는 게 비단 게임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맹수들의 포효는 먹잇감을 마비시키죠. 도시인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고, 어지간한 사냥꾼도 저 거리에서 곰을 마주친다면 대부분 얼어버릴 겁니다.
2번 테크를 탄 후의 결과는 전에 댓글을 단 바... 곰의 먹이가 됩니다.
3번 테크... 말할 필요가...
https://cdn.pgr21.com/zboard4/zboard.php?id=humor&no=55729
WizarD_SlayeR님의 자동차 하나 놔두고 어른 북극곰과 서양인이 술래잡기하던 영상 언급에 대해:
결국 그분은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 목숨을 건졌지만 중상을 입었답니다. 단 한 방에 뼈까지 드러나는 부상을 당했죠.
사실, 곰은 보기보다 굉장히 사나운 맹수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지만, 곰이야말로 테디베어, 코카콜라 등 이미지메이킹의 승리죠.
흔히 두려워하는 사자나 호랑이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죠. 가을 무렵에는 겨울잠을 위해 보이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므로 매우 위험합니다. 겨울에 잠자리를 찾지 못해 도태된 겨울곰의 경우 거의 움직이는 살인기계죠. 마을까지 내려와 집 안에서 사람을 물고 갔다는 기록도 흔히 전해집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구한말까지만 해도 그랬죠. 조선총독부의 해수소탕정책 전까지 곰은 최악의 해수 중 하나였죠.
그래서 곰을 사냥하기 편한 것은 주로 봄이었죠. 막 겨울잠을 마치고 깨어난 곰은 굉장히 약합니다. 다큐멘터리를 보신 분이라면 잠에서 일어난 곰이 천천히 관절을 펴면서 준비운동을 하다가 연한 풀이나 수초를 뜯어먹으며 소화기능을 회복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초여름부터 곰은 원기를 회복하고, 아기를 데리고 나온 곰(곰은 겨울잠 자는 동안 출산을 하여 데리고 나옵니다)은 그때쯤부터 아기곰이 성장하는 1년여간 최악의 맹수 중 하나가 되죠.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녀석은 대부분의 맹수와 달리 영역을 벗어나는 인간도 추적해서 잡아먹기 때문이고, 아기를 데리고 있을 경우 극단적으로 예민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럼 슬슬 곰의 이미지 뽀샵질 이면을 폭로해 볼까요.
이 녀석, 동족상잔 전문가입니다.
동족을 즐겨 잡아먹는 포유류는 참 드문데... 이 녀석들은 동족을 먹이로서 즐겨 잡아먹는 몇 안되는 대형 포유류 중 하나죠.
북극곰이야 워낙 피폐한 환경에서 살다 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갈색곰들은 번식기에 사나흘 정도 같이 짝짓기를 한 후 바로 서로를 내쫓습니다. 그리고 내쫓자마자 영역을 떠나지 않고 미적거리던 상대방을 가차없이 잡아먹지요.
곰들의 하키게임?
https://cdn.pgr21.com/zboard4/zboard.php?id=humor&no=55831
아,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길고 두꺼운 분이어야 가능하겠군요. 특히 격투 장면에서 사람은 저렇게 뛰어갈 수가 없지요. 번호판 뒤쪽의 주름은 갈색곰 특유의 목 뒤쪽의 혹(사실 근육 덩어리입니다) 뒤쪽으로 번호판을 당겨 묶느라 치켜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두 마리는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만 말이지요.
서커스 영상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곰은 포크댄스도 추고 수저로 식사 흉내까지 낼 수 있습니다. 하키 스틱을 사람처럼 쥐지는 못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고정시켜 이용할 수도 있지요. 공을 굴리면서 앞으로 걸어갈 수도 있는 녀석인데 스케이트화를 고정시켜주기만 한다면 못 탈 이유는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서커스에 대해 그렇게 좋아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곰들이 쇼를 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쇠막대기로 두들겨 맞습니다. 채찍으로 어릴 때부터 두들겨 맞은 동물들은 채찍의 파공음만 듣고도 소스라치곤 합니다. 위 동영상의 격투 신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야생 상태에서 저렇게 빠르게 장난 상대, 혹은 격투 상대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떨어지는 습성은 없습니다. 호각이나 화난 목소리 뒤에는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처참하게 폭행당한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가능하죠. 기본적으로 척추와 골반의 구조상 대부분의 동물들은 일어서서 오래 행동한다는 것 자체가 척추에 무리입니다. 발톱과 이빨을 뽑아버린 채 쇼를 시키는 서커스단도 부지기수인 데다가, 불 고리를 통과시키기 위해 일부러 불로 가볍게 지져서 공포심을 없애는 서커스단도 있었지요.
비단 곰이나 침팬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샌디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