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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1/13 14:17:49 |
Name |
EndLEss_MAy |
Subject |
쇼트트랙과 스타, 그 혁명의 역사. |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술먹고 늦게 일어났더니 집안식구아무도 없어서 황당해하고 있는
메이입니다.
오랜만에 쇼트트랙에 관한 글을 쓰게 되네요. 요즘 세달동안 운동을 쉬었더니 서서히 몸에 지방이 쌓여감을 느끼고 저도 살이 찐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의 쇼트트랙과 현재의 스타. 역사가 짧은 종목들이지만 그 변화의 역사는 다른 스포츠에 못지 않죠. 오늘은 쇼트트랙과 스타의 변화의 역사에 대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1. 김기훈과 임요환, 개념이 다른 시작.
1)김기훈 선수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쳐 제왕으로 군림했던 선수입니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시면 왼손을 얼음에 대고 오른발로 코너를 활주하는 장면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 평범해 보이는 동작이 지금 쇼트트랙을 만들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전까지 쇼트트랙은, '400미터 스피드스케이팅을 좁은공간에서 하는 것' 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다만 다른점은 순위경기이다 보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막판 세네바퀴의 스퍼트가 중요한 점이었죠. 하지만 손을 짚는 동작은 원심력을 이겨내면서 아웃코스로 빠지지 않게 하고 쇼트트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추월코스인 코너탈출시의 인코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명 '외발주법' 이 등장한 이후로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입니다. 순간적인 컨트롤과 인코스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고 체격좋은 서양선수들에게 밀리던 절대스피드를 충분히 만회가능한 경기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동양권의 선수들은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에 더해 엄청난 연습량으로 유명하던 한국은 단숨에 세계최강국가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2)임요환, 두말이 필요없는 '황제'는 화려한 컨트롤과 드랍쉽운영으로 테란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고 상대적으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던 테란을 최강종족으로 올려놓습니다.
러커의 직선 스플래쉬데미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린.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지느 드랍쉽의 병력들..'컨트롤' 이란 개념을 다시 정립시키고 모든 유닛이 실제로 살아움직이느 것처럼 관리하는 그의 경기력은 ' 좀 재밌는 전략시뮬레이션' 이던 스타를 '방송해도 충분히 시청률이 나오는 게임' 으로 바꾸어 놓았고 깔끔한 그의 외모와 더불어 스타는 르네상스를 맞게 되고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2. 경기운영과 컨트롤이 전부는 아니다. 채지훈, 테라오 사토루와 박정석.
1)채지훈 선수와 테라오 사토루. 90년대 중반 세계쇼트트랙을 주름잡던 이 두 선수는 동양인의 한계를 무너뜨렸다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들입니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동양선수들은 김기훈선수로 대표되는 경기운영과 체력전으로 승부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두 선수들은 한국과 일본의 선수로서, 동양선수도 절대스피드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며 서양선수들을 절망시켰습니다. 운영과 지구력, 근성 등등에서 채지훈 선수가 테라오 선수를 한단계 앞선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스피드 자체는 테라오 선수가 조금 더 빨랐다고 합니다. 쇼트트랙이 '다리짧은 동양인'에게
충분히 유리한 스포츠라는 걸 입증시키는 두 선수의 능력은 세계쇼트트랙을 주릅잡기에 충분했습니다.
2)컨트롤, 물량으로 깨부신다. 박정석. 2002SKY 스타리그 결승에서 황제의 귀환을 막아낸 박정석 선수는 테란이 컨트롤이라면 토스는 물량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게 됩니다. 이후로 프로토스유저에게는 물량이 필수조건이 되었고 프로토스가 진정한 남자의 종족이라는 걸 말해줍니다. 한 화면을 가득채우는 물량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테란의 탱크-벌쳐진영을 깨부수고 GG를 받아내는 모습은 저그에 죽고 테란에 치이는 토스의 한을 날려버림으로서 스타에 또 하나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죠.
3. 수비만으로도 충분하다. 민룡과 전상욱, 강민.
1)민룡선수는 순발력에 있어서 약간의 약점을 보이는 선수였습니다. 때문에 500미터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죠. 그러나 그는 특유의 지구력을 앞세워 경기운영과 수비로 세계최강자의 반열에 오릅니다. 에이스 김동성선수의 부상으로 암울하던 2000년 세계선수권에서 그는 '쇼트트랙에서의 수비' 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줍니다. 1500미터 결승경기에서 1위로 치고 나간 후 줄곧 자리를 지켜내던 그의 모습은 경악스러웠습니다. 그다 스피드가 빠른건 아니었지만 좋은 체격과 안정된 스케이팅. 그러나 뒤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그의 좋은 체격이 시야를 방해했고 안정되어 보이는 특유의 스케이팅은 다른 선수들을 말리게 만드는 오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죠. 결국 모든 스포츠의 발전은 수비로 귀결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품게했던 그의 시대였습니다.
2)전상욱 선수와 강민 선수는 수비형 테란과 수비형 토스로 각각 토스와 저그를 때려잡은 선수들입니다. 수비력에 있어서 특화된 장점을 지닌 테란의 특성을 이용하여 넘치는 토스의 물량과 상대하지 않고 맵의 주요부분을 차지하며 끝없이 멀티를 늘려가던 그의 능력은 포르테에서의 대 송병구 전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그의 수비형 테란이후 수비형을 겨제하는 것이 맵퍼들의 주요한 화두가 되었을 정도이니 그 위력이 어느정도였는지 알만합니다.
강민선수는 대 저그전에 있어 수비형 토스로 많은 저그들을 울리며 토스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죠. 최강의 방어타워라 불리는 캐논과 엄청난 스플래쉬 데미지의 리버와 싸이오닉 스톰으로 멀티를 지켜내며, '저그의 병력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면 막으면 된다. 막으면서 멀티 먹고 커세어 리버' 를 프로토스의 대 저그전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습니다. 그 수비형 토스가 절정에 이르던 시절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서 KTF가 강민선수를 내세울 것이 뻔함에도 타 팀의 저그들이 속수무책으로 패하던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네요.
4. 압도의 시작, 김동성과 최연성, 이윤열.
1)김동성 선수를 모르는 분들을 없으실겁니다. 엄청난 스피드와 특유의 승부근성, 체력, 여우같은 경기운영으로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 전종목 석권이라는 대 위업을 이뤄낸 이 선수는 쇼트트랙에 있어 완전무결한 선수의 표본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선수들이 고질적인 약점을 보이던 500미터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던 이 선수는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드라마틱한 승부로 수많은 찬살르 받았으며 '과연 그가 은퇴하기전에 그를 이길 선수가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세계쇼트트랙에 던져준 화제의 선수이죠.
2)컨트롤, 물량? 완성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최연성선수와 이윤열선수. 괴물과 천재라 불리는 두 선수는 최강이 태어난다는 MSL을 모두 3연패하며 -이윤열 선수는 KPGA- 테란의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물량과 토스전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음에 반해 이 두 선수는 세 종족전 공히 엄청난 승률을 바탕으로 본좌의 위치에 올랐고 이 두 선수를 누가 이기는 가가 최대의 화두가 되었을 만큼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컨트롤이며 컨트롤 대로, 물량이면 물량대로, 확장력이면 확장력, 운영이면 운영. 뭐 하나 빠지는 능력이 없었죠. 지금은 조금 쇠락했지만 두 선수가 보여주는 특유의 경기력은 항상 놀랍습니다.
5. 사람이 맞는가. 안현수와 마재윤.
1)운영? 체력? 스피드? 다 필요없죠. 안현수 선수는 '압도' 라는게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00미터 스타트에서만 조금의 약점이 있을 뿐 그외에서는 절대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코스 막고 체력전하고 그런거 다 필요없습니다. 그가 원하는 타이밍에 아웃코스로 스피드를 내서 추월하기만 하면 됩니다. 편하게 추월하기위해 추월전에는 앞선수와 거리를 두고 타다가 자신의 타이밍이 오면 여지없이 치고 나가서 선두를 잡아내는 모습. 나이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이룬 이 선수가 어디까지 커리어를 쌓아나갈지는 저도 알 수가 없군요.
2)마재윤. 제가 여기서 이 선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요? 놀라운 승률과 경기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는 마본좌. 그에게 진 선수팬들조차도 그의 경기력에 경의를 표하는 이 현상. 1년이 넘는동안 기복없는 경기력. 광통령을 제압하는 여유로운 모습. 그와 동시대에 그의 경기를 보고 있는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다 쓰고 났더니 배가 고프군요. 딱 30분 걸리네요. 부족한 필력으로 힘들었습니다..헥헥..
두 종목은 참 다른점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개인이 중요시되는 경기라는 점에서 위대한 선수의 출현과 그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참 행복합니다. 전율이 느껴지고, 때론 저의 부족한 모습에 회의를 느기기도 하구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1-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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