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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1/17 07:59:32 |
Name |
저녁달빛 |
Subject |
[WWI 관전기] 달빛, WWI를 보러가다...(1) |
WWI를 다녀와서 느낀 점을 저의 관점대로 한번 써봤습니다. 그냥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친가, 외가를 통틀어서 서울 사는 친척이 한명도 없습니다. (고향은 포항, 학교는 대구입니다.)
그야말로 모든 일가친척들이 경상도에 모두 있습니다. 그 덕분에 설연휴 교통체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식구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서울에 있지 않기 때문에 놀러가기가 참 힘듭니다.
저의 경우도 군대를 다행히 경기도에서 다녀서 어느 정도 지리를 익혔기에 망정이지, 완전 촌뜨기 였다면
이번 WWI를 보러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WWI 기간 동안 잠은 현역 시절 군대 고참이었던 친구집에서 해결하였습니다...^^)
사실, 군복무 휴가를 제외하고 이번 서울 방문은 딱 4번째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첫번째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논술시험 칠때이고, 두번째는 2003년 1월에 있었던 WWE RAW 아시아투어 때이고, 세번째는 개인적으로
광팬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이중헌 선수의 결승전이 벌어졌던 올 여름 hp배 결승전 이었고, 네번째가 바로
지금 WWI를 보고 있는 순간입니다.
워크래프트3는 어찌 보면 매니아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서 정보를 공유하기가 상당히 힘든
반면, 그런 정보를 조금씩 공유하다보면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지는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게임의
세계대회가 우리나라에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게임강국으로서의 위상이 더욱더 상승되고,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한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첫걸음을 내딛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Day 0
... 대구에서 경기가 열리는 첫날 출발할 경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은 우려
때문에 일부러 경기가 열리는 전날인 14일 오후에 서울에 도착하여서 1년만에 서울 시내를 들러봤습니다.
(지난 여름 방문때는 결승전만 보고 바로 상경하였거든요...) 이번에는 신촌과 명동을 돌아볼 심산으로
혼자서 신촌에 와 봤습니다. 역시나 연대와 이대가 근처에 있었던 지라 젊은이들의 물결이 넘쳐흘렀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걷다가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서울말이 저를 더욱 이방인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지만, 군대 시절을 생각하며 귀를 서울말
에 적응 시켰습니다...^^ 사실, 경상도 남자의 경우 서울말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경우도,
태어나서 그런 살가운 말은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거만,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혹시나 안 좋게 보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일종의 지방에서 느끼는 괴리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더 이상은 문화 관련 서적을 참조하시길...)
그래서, 서울에서 보낸 첫날은 그냥 워밍업 한다는 식으로 보냈습니다. 역시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적응하기
너무 힘든 도시 입니다...
Day 1
드디어 고대하던 WWI가 열리는 날입니다... 친구네 집은 예전에도 한 번 와본적이 있어서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인지 잠자는 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정대로 7시에 일어나서,
코엑스로 향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pgr과 Warcraftxp에 매주마다 온게임넷 워3리뷰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의 팀공헌도 자료가 프로리그때 쓰이기도 해서 뿌듯했었습니다. 그래서, 리그 관계자 중에
한분이신 정재욱씨와 PD님이 언제 한번 서울에 꼭 들렀으면 좋겠다고 쪽지를 주셨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생각해보니까 이분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서 입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줄은 상당히 길었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10시 입장이 아닌, 11시에 입장하게 되어서
모두들 조금은 지친 기색이 엿보였습니다. 드디어 입장... 무대는 언론에 공개된 바와 거의 흡사하게
꾸며졌습니다. 큰 메인 스테이지와 메인 스테이지 옆에 놓여진 타임머신, 그리고 가운데 대형 스크린과
양쪽에 꾸며진 선수 개인화면 스크린에 로템 휴식 공간과 그밖의 여러 이벤트 부스등...
처음 열리는 블리저드 공식대회 답게 잘 꾸며진 공간이었습니다. 한가지 이색적인 것은 로스트 템플에서
힐링 포션의 연두색과 비슷한 게토레이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경기가 끝나고
잠깐 쉬는 동안 이곳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연예인 축하공연으로 체리필터와 바다가 꾸며주었고 그에 앞서서, 연예인 게임단 대표로 개그맨 윤정수씨가
나와서 입담을 과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렉시가 나올줄 알고 있던 찰라... 일정이 1시간 늦춰지는
바람에 렉시가 타 방송국 생방송 스케줄에 맞출 수 밖에 없어서 출연하지 못한다는 정일훈씨의 멘트를 들으
면서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날 게임을 보러 오신 분이 아니라, 렉시를 보기 위해서 렉시
팬클럽에서도 적지 않은 분들이 오신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정말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날 많은 인파 때문에 처음 3경기 정도는 서서 보게 되었는
데 우연치 않게 프로리그 해설을 맡고 있는 김태영씨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둘째날과 셋째날 해설
을 맡게 되었지만, 첫날의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대진표를 들고 그것도 관중들과 함께 서서 보고 있는 모습
에 조금은 감동을 먹었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김태영씨와 워3리그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눌 수도
있었는데, 그 요지로는 물밀듯 밀려들어오는 중국의 물결과 중국으로의 방송리그 수출 관련 얘기, 워3의
전략적 요소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서 다음 프로리그 때 팀을 만들어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
게 되면, 프로리그의 흥미진진함도 한껏 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미리 해봤습니다. 그리고, 정일훈씨
가 요즘 중국으로의 방송리그 수출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왠만한 분들은
아시고 있을 겁니다. 정일훈씨야 말로 진정한 워3 매니아가 아닐까 생각도 어렴풋이 해봤습니다.
16강은 단판승부라 엽기가 나오리라는 예상대로 프로텍터 러시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를 대처하는 이재박
선수의 플레이에서 단단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3경기 후 15분간의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1/3정도가
관객석을 빠져나가서 이벤트 부스로 향하거나 나가버려서 다행히 그때부터는 앉아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메인 스테이지 양쪽에 개인화면으로만 중계되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 저는 옵저버 화면과 개인화면
을 동시에 볼려고 무대에서 약간 왼쪽에서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외국 선수들의 손놀림도 상당하다
는 것과 옵저버가 놓치는 장면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경기가 치열했다는 것
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16강을 보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외국 선수들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여지 없이 테크를 올려버린다는 겁니다. 보통 우리나라 유저의 경우에는 멀티를 더 하거나, 사냥을 더해서
영웅 렙업을 더 올리는 데 치중하는 것에 비해서 조금은 이색적이면서도 무모한 전략으로 생각되었습니다.
8경기에다 축하공연까지 해서 첫날은 일정이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뜻한 대로 경기가 치루어졌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벌써부터 내일 8강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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