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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10/07 0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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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연예] 그저 사고였을 뿐 후기 (노스포)



저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아예 이란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이번에 황금종려상 받았다길래, 어 쩌는 영화인가 보다 하고 보러 갔을 뿐이죠.


* 느림의 미학

요즘 유명한 감독 중에 정적인 이미지를 제일 잘 쓰는건 드니 빌뇌브라고 생각합니다. 드니 빌뇌브의 모든 작품을 보면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 느림을 통해서 관객들의 주의를 끌어 모으는 장면들이 꼭 있죠. 예를들면 콘택트(원제 어라이벌)의 오프닝 씬이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얼마전 별 생각없이 넷플릭스에서 드라이브라는 영화를 봤는데, 여기는 조금 다릅니다. 드니 빌뇌브는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인다면 여기는 사람이 천천히 움직여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씬, 하나 보고 가시죠.




왜 엉뚱한 영화들 이야기를 하느냐, 그저 사고였을 뿐을 보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게 카메라 웍이였거든요. 유튜브에서 클립 하나만 퍼와보자면



그냥 검색해서 줏어온 클립인데, 마침 이 영화에서 가장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이 담겨있네요. 뭐 했냐고요? 좌우로 움직였잖아요 크크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시점 전환, 인서트 그런거 없습니다. 대부분의 씬에서 카메라는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 인물들을 담아낼 뿐입니다. 보다보면 그냥 카메로 한대로 다 찍었나?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마다 감독마다 스타일마다 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 씬을 여러번 다른 각도로 찍은 다음 편집으로 이어 붙이는게 일반적인 영화라면, 이 영화는 그런게 거의 없거든요. (아예 없었던거 같은데, 자신은 없어서... )

그렇다보니 컷 편집 같은게 거의 없습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 한편에 컷이 만개쯤 쓰인다면, 이 영화는 컷이 천개는 될지 모르겠습니다. 숫자는 아무렇게나 적은거고, 그만큼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깐 영화가 대부분 롱테이크 씬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고 컷 편집은 없습니다. 전 일반 상업 영화를 봐오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대부분 지루해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딱히 지루한 영화는 아닌데, 편집으로 리듬감, 속도감, 변주 등을 안주니 굉장히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감독의 사정

영화보고 나서 나무위키를 좀 읽어보니 "정작 본작은 이란 정권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강한 내용이라 또 이란 정부의 승인 허가 없이 촬영한 작품" 이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제작비가 얼마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승인 받지 않고 몰래(?) 찍었다라고 생각해보면 진짜로 카메로 한대로 다 찍은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같은 씬 여러 각도로 찍는건 절대 안한거 같긴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카메라웍 이야기만 했지만, 사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거든요. 제 상상처럼 카메라 한대 가져다 놓고 롱테이크로 다 찍어서 만든 영화로 이 정도 완성도를 뽑아낸건 대단히 대단한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괜히 수십억 들여서 카메라 여러대 가져다놓고 같은씬 반복적으로 찍고 편집작업만 몇달씩 걸려서 컷 붙이는게 아닌데, 그걸 다 생략하고 만든 영화의 완성도로는 대단히 뛰어난게 맞다고 생각해요.

근데 문득 얼마전 "얼굴" 생각이 납니다. 얼마전 연상호 감독님이 총제작비 2억으로 찍어서 화제가 된 영화죠. 실제로 저도 영화 보면서 "이게 2억으로 된다고?" 라며 감탄을 많이 했었습니다. 세트 유심히 쳐다보면서 어떻게 했지? 난 때려죽여도 못할거 같은데? 이런 생각 많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작비 적게 들었다고 관람료 깍아주는 것도 아닌데 감독이나 제작사나 좋지, 내가 좋을건 뭘까? 라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똑같은 돈 내고 들어가서 보는건데, 제작비 차력쑈 같은건 제 알바가 아니고 오히려 돈 제대로 들여서 더 좋은 작품 찍어주는게 저한텐 이득이거든요.

마찬가지로, 감독이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전 그냥 예산 있는대로 다 들이붓고, 채신기술 다 때려박아서 어떤 제약 없이 감독의 능력을 극한으로 뽑아낸 영화를 보고 싶은데요...



* 남의 이야기

어쩔수가없다 관련해서 주된 비판 중의 하나가 개연성 부족이였습니다. 전 그런 부분에서 딱히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는데,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이 제법 많았나 봅니다. 이건 뭐 각자의 감상이 다른거니 그야말로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이후 원배틀애프터어나더를 보는데 마침 장르의 유사성도 있고 상당히 극단적인 인물을 그리고 있다보니, 문득 어쩔수가없다 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주인공에 이입하지 못하는 분들이 원배틀애프터어나더를 보곤 이입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물론 영화가 다르고 영화가 감독이 다르고 주제가 다르고 다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비교하는게 적절하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생각이 든게 원배틀애프터어나더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영화의 주요 주제, 배경 등의 측면에서 한국관객이 이입하는데에는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쉽게 말해서 우리네 이야기로 확장되어 해석될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는 미국 이야기니깐요.

그저 사고였을 뿐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였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건진 알겠고, 이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로 해석되어 우리네 삶에 닿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이야기라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는거죠. 솔직히 말해서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영화를 실컷 비판해놓고, 이런 얘기 하자니 좀 민망스럽긴 한데... 사실 영화 자체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조금 지루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괜찮게 봤고 엔딩씬은 제법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제가 모르겠는건, 이게 왜 좋은 작품인지를 모르겠어요. 요즘말로 "그정돈가?" 정도의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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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영구
+ 25/10/07 05:11
수정 아이콘
물론 원배틀이나 그저사고였을뿐이나 그 나라 역사와 문화를 모른다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대상을 떠나 보편적으로 와닿는 정서가 있으니 우리가 외국영화를 보는거겠죠. 그리고 필름시대 불과 20년전만해도 카메라는 주로 하나로 촬영되는게 많았고 지금도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장르따라 원캠을 많이 쓰는거 같습니다. 저도 그저사고였을뿐 정말 좋게 잘봤습니다. 원배틀은 초반에 너무 편집이 유려한데 오히려 재미없다가, 후반부에 참 좋았던거 같습니다. 그저사고였을뿐에서 인질이 진짜 였다는게 밝혀진 순간 (이미 관객들은 알겠지만)이나 마지막 엔딩소리는 정말 좋았던거 같습니다.
국밥한그릇
+ 25/10/07 08:27
수정 아이콘
오히려 외국이라 저긴 그런갑다 하는게 있을까요.
무협이나, 판타지 세계가 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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