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3/03/17 22:46:33
Name 화잇밀크러버
File #1 min.jpg (105.9 KB), Download : 86
Subject 민들레 꽃 길 - 완 -


아직 해가 동쪽에서 선홍빛으로 예열하며 고개를 내밀기 전인 이른 새벽에 민들레와 이소는 산을 향해 출발했다.
사방에는 안개가 어슴푸레하게 널리 깔려 있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산의 그 희뿌연한 상태가 이소의 머릿속에 전염되었는지, 이소는 혼란스러워 생각을 가다듬지 못했다.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얼마 남지 않았다는 꽃이 되는 날,
일주일 전 밤에 있었던 민들레와의 입맞춤,
그 다음날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그녀의 태도,
어제 산에 올라 흘렸던 눈물과 그 이후의 이상한 행동,
전날 밤 맞잡은 손,
오늘 아침의 미소와 마지막 산행을 하자는 말이 이소의 뇌 안에서 빙빙 돌아 이소가 무엇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못하게 만들었다.

갈피를 못 잡아 어정쩡하게 걷는 이소를 민들레는 곧은 걸음으로 앞장서 걸으며 인도했고
산 입구에 들어섰을때 그녀는 뒤로 돌아 이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소씨,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이번에 산을 오르는 것으로 우리는 헤어지게 되겠군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소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지말라는 투로 언성을 높이며 말했지만 그 음성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런 이소를 두고 민들레는 다시 뒤돌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따라와주세요.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있답니다.”

민들레는 산에 오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예전에 천관의 부모님은 하늘님이라고 얘기했었지요.
천관들은 부모를 일찍 여의거나 버려진 아이가 교육을 받아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유는 천관이 비교적 일찍 인생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하늘님은 우리의 생을 사용해 세상을 이어가시거든요.”

“예전에 하늘님은 제가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하여 꽃이 될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의 산행 때 오늘이 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셨지요.
어릴적부터 천관의 삶을 몸에 익힌 저인지라 이미 각오하고 있던 바였지만 꽃이 될지라도 인간으로써 운명이 끝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나봐요.
경황이 없어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설명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산꼭대기에 올라 하늘님과 통하게 되면 하늘님은 절 이용하여 새로운 꽃을 만들고 세상에 널리 퍼뜨리실 겁니다.
그렇기에 이 산행은 이소씨와 제가 함께하는 마지막 산행인 것이지요. 이소씨와 함께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민들레의 말에 이소는 민들레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진정되지 않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요. 못보냅니다. 꽃이 된다느니 이걸로 마지막이라느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그는 민들레를 끌어당기며 산아래로 걷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만 가지 않으면 되잖아요. 그럼 하늘님과 닿을 수도 없고 닿지 않으면 꽃이 되지도 않는거죠? 그렇다면 전 절대로 당신을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대로 아가씨를 보낼 수 없어요.”

이소는 강제로 그녀를 산 밑으로 끌어당기며 강제성 짙은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강제성보다 민들레에게 가지말라고 요청하는 간절함이 강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민들레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이소의 손을 양손으로 맞잡았다.
그 감촉에 민들레 쪽을 돌아보게 된 이소는 민들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 그녀를 본 이소도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도 전 가야해요. 그것이 저의 사명,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요."

민들레의 말이 끝나고 잠시 침묵이 새벽녁의 어둠마냥 주위를 감쌌지만 그 침묵도 민들레의 말에 의해 깨졌다.

"이소씨, 절 사랑하시나요?"

느닷없는 질문이었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기에 이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 감정이었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가슴아플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 강하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으스러지게 껴안아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거운 자제심으로 충동을 짙눌렀다.

"그렇군요……."

이소의 대답에 민들레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읊조린 후 뒤돌아섰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소와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고.
산행이 재개되자 민들레는 다시 못다한 말을 시작했다.

"이소씨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나요?"

"정말 사랑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이소는 지켜주지 못했던 옛 여인이 떠올랐다.
다시 기회가 주어져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받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하리라.
그리고 그 생각은 민들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람은 여러가지 짐을 짊어지고 있지요. 그 짐들 중에는 본인이 떠받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생각하기에 생긴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모두 버려야 할 정도로 사랑이 가장 큰 가치가 될 수 있을련지요.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그리고 남몰래 당신을 연모하는 사람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맡긴 짐을 사랑 하나에 모두 내팽길 수 있나요?"

그 말에 순간 이소는 숨이 턱하고 막혔다. 이 곳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 꿨던 꿈이 생각난 것이다.
꿈에 나왔던 행방불명된 자신을 애타게 찾던 사람들이 떠오르자 먹먹함이 가슴에 가득찼다.

"전 제게 주어진 짐의 무게를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인 하늘님과 지상의 사람의 유대를 연결하고 그 유대를 지속하기 위해 부모님의 명에 따라 일찌기 인간으로써의 삶을 끝내는 것은
하늘님이 제게 주신 짐이고 제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떠받들고 있어야할 짐입니다.
이 짐은 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전 저 하나만의 욕심으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소씨, 이건 제 이기적인 부탁이에요. 제게 남은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소는 감정이 복받쳐와 굵은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이렇게나 착한 여자가 천관이라는 이유로 사라진다는 것과 또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곁을 떠난다는 것이 슬펐고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아는 데도 막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너무나도 분해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 그녀가 더 힘들어질까봐 남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큰 숨으로 호흡을 골랐다.
겨우 그것만이 이소는 그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울음을 참는 거친 숨소리에 민들레는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그녀도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억누르는데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자신을 생각하며 우는 이소를 알게 되자 아슬아슬하게 가득차있던 잔에 슬픔의 물이 흘러넘쳤고 그 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더 못다한 얘기가 남아있기에 떨리는 목소리일지라도 입을 열어야했다.

"이소씨를 만나기 전부터 전 제게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처가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을 깨우고 종으로 삼았답니다.
부끄럽고 어리석게도 전 사랑이 뭔지 궁금했어요.
사랑이란 감정을 가져보고, 절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 오래도록 제가 사라지더라도 기억해주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소씨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아가씨는 갈 곳 없는 절 종으로 삼았을뿐, 당신을 사랑하게 된 이 마음은 제 안에서 스스로 생겨난 것이에요.
아가씨가 제게 지은 죄따윈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슬픈 표정지으며 눈물짓지 말아요. 전 당신이 바라는 대로 오래도록, 아니 제가 죽을때까지 당신을 잊지 못할겁니다."

결심을 굳혀 단단함이 묻어나오는 이소의 말에 민들레는 더욱 눈물이 나왔다.
이소와 만난 것이 하늘님이 삶의 마지막에 준 선물일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이소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행복했다.
이소가 말을 끝마칠 무렵 어느덧 두사람은 산정상에 닿고야 말았다.
산마루에 올랐다는 것은 곧 민들레가 꽃이 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소는 심장이 죄이는 듯한 갑갑함에 긴 숨을 몰아쉬게 되었다.
민들레는 산꼭대기에 가장 높은 곳임을 표시하기 위해 박아놓은 돌멩이를 밟고 뒤돌아 이소를 바라보았다.

"이소씨,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꽃이 되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이소씨는 남아있는 짐을 책임지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민들레의 질문에 이소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겨우 답할 수 있었다.
그녀를 보낼 수 없다는 감성에 이성이 휩쓸릴까봐 그는 더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 답이 있기에 전 걱정없이 꽃이 될 수 있겠네요."

눈가에는 눈물을 달았지만 민들레는 미소를 보였고 곧 새하얀 빛이 그녀를 감싸안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하얀 빛에 잠기는 민들레는 본 이소는 민들레가 사라진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고 결국 감성을 억누르지 못하고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안타까운 마음마저 으스러지도록 강하게 그녀를 품은 그에게 민들레는 작게 읊조렸다.

"저도 당신을 사랑했어요."

민들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빛은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고 민들레의 몸은 하얀 민들레 꽃 씨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이소는 주변을 감싼 새하얀 빛과 시야를 어지럽히는 셀 수 없는 민들레 꽃 씨가 나부끼는 것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눈을 감게 되었다.



------------------------------------------------------------------------------------------



눈을 떴을 때 흐릿한 시야에 그녀가 세상에 남긴 민들레 꽃 씨앗이 나풀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느릿하게 내려와 볼에 닿은 꽃 씨는 마치 눈처럼 차가워 멍했던 정신을 바로 잡게 해줬고 그제서야 난 내가 민들레와 만나기 누워있던 산비탈에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민들레 꽃 씨앗같은 눈은 계속해서 내려와 얼굴을 뒤엎었고 곧 녹아 눈물과 뒤섞였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되는 과거 속에서 옛 여인과 똑같이 생긴 민들레를 만났고 사랑하게 되었지만 또 다시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기에,
설령 꿈이라 할지라도 사랑한 마음은 진실되었음에 깊은 여운이 베어나와 한 두 방울씩 눈물이 나온 것이다.

그렇게 상심을 스스로 삭히고 있을때 민들레와 작별하기 전 끌어안았던 손 안에서 까끌한 이질감이 느껴져 손을 위로 올려 움켜진 주먹을 열었다.

"아……."

펼쳐진 손에서는 흰색 날개 뭉치에 매달린 민들레 꽃 씨가 나와 바람에 날려 눈과 엉키며 흩어졌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일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과 가슴 깊이 각인된 추억은 방금 날아가버린 민들레 꽃씨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어쩌면 민들레가 해준 이야기들은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옛 연인이 동사를 각오하고 산비탈에 체념한 체 누운 내게 해주고 싶던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왠지 모를 확신에 그녀의 말을 지키기 위해 힘을 내기로 마음먹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옷과 머리카락에 쌓인 눈을 털어낸 후 민들레가 말한 내게 짊어진 짐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산을 내려갔다.
내려가며 확인해본 휴대폰에는 오래도록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 걱정이 되었던 지 여러 개의 메세지와 부재중 통화가 와 있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나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것이 많았던 것이다.

그 해 민들레와의 추억이 남은 그 산은 민들레 꽃 씨같은 굵은 함박눈이 유난히 자주 내렸다고 하며
그 일이 있은 지 5개월 뒤 그 산을 찾은 나는 민들레와 올라갔던 산 길에 민들레 꽃이 만발하여 생긴 민들레 꽃 길을 볼 수 있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젤라고소영
13/03/27 07:45
수정 아이콘
재밌었습니다.
화잇밀크러버
13/03/27 10:3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azurespace
13/03/30 00:48
수정 아이콘
짧지 않은 글인데 댓글이 없어서 심려가 크셨을 것 같군요. 잘 읽었습니다. 타이틀 그림은 직접 그리신건가요?
화잇밀크러버
13/03/30 13:55
수정 아이콘
심려가 크기보다는 오래 전에 블로그에 써둔 글을 갈무리해서 올린 것이라 부끄러운 정도였어요. 흐...
타이틀 그림은 제가 그린 것이 맞습니다.
13/03/30 23:1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화잇밀크러버
13/03/31 00:4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701 [내왜미!] 2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 [2] 트린5667 13/12/25 5667
700 [내왜미!] 1화 좋은 덕후는 죽은 덕후다 (6-완) 트린5299 13/12/18 5299
699 [내왜미!] 1화 좋은 덕후는 죽은 덕후다 (5) [1] 트린5384 13/12/11 5384
692 고물의 그저 그런 이야기들 -디아블로(2) [27] GOMUL8850 13/12/13 8850
691 고물의 그저 그런 이야기들 -디아블로(1)- [20] GOMUL8816 13/12/05 8816
687 [내왜미!] 1화 좋은 덕후는 죽은 덕후다 (4) [8] 트린5613 13/12/03 5613
689 [내왜미!] 1화 좋은 덕후는 죽은 덕후다 (3) [5] 트린5886 13/11/27 5886
688 [내왜미!] 1화 좋은 덕후는 죽은 덕후다 (2) [9] 트린7522 13/11/20 7522
685 奇談 - 일곱번째 기이한 이야기 (4) -끝- [7] 글곰5653 13/12/09 5653
684 奇談 - 일곱번째 기이한 이야기 (3) [7] 글곰5406 13/12/06 5406
683 奇談 - 일곱번째 기이한 이야기 (2) [7] 글곰5316 13/12/04 5316
682 奇談 - 일곱번째 기이한 이야기 (1) [9] 글곰5695 13/12/03 5695
679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4) [7] 글곰7749 13/08/10 7749
678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3) [11] 글곰7870 13/08/09 7870
677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2) [4] 글곰7275 13/08/08 7275
676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1) [6] 글곰8006 13/08/07 8006
671 奇談 - 첫번째 기이한 이야기 (2/2) [7] 글곰8797 10/07/20 8797
670 奇談 - 첫번째 기이한 이야기 (1/2) [11] 글곰10048 10/07/19 10048
669 [내가 왜 미니어처보드게임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덕후가 되어야 하지!] 1화 좋은 덕후는 죽은 덕후다 (1) [13] 트린7557 13/11/13 7557
667 [애니멀 플래닛] 에필로그 (완결) [15] 삭제됨6747 13/09/27 6747
575 [애니멀 플래닛] 프롤로그 [8] 삭제됨7011 13/04/12 7011
572 민들레 꽃 길 - 완 - [6] 화잇밀크러버8251 13/03/17 8251
571 민들레 꽃 길 - 6 - 화잇밀크러버7266 13/03/16 726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