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5/22 23:58:30
Name 껀후이
Subject [일반] 우당탕탕 연애 정복기 (4)
1편 링크 :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no=71794&page=4
2편 링크 :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no=71868&page=3
3편 링크 :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no=71913&page=4

소개팅에 나가서 사진과 실물이 달라서 실망한 경험이 있으신지요?
전 소개팅 경험이 많지도 않거니와 연애에 있어서 외모를 크게 따지지 않아서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불안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속 그녀는 너무나 제 이상형에 가까운데(무쌍에 귀여운 웃음), 실제 모습은 다르면 어쩌지...

더군다나 공대녀를 태어나서 친구로도 만나 본 적 없던 저에게는 약간의 편견(?)이 있었습니다.
공대녀는 옷도 투박하게 입고 성격도 남자답고 욕도 잘하고...같은 그런? 지극히 영문과스러운 생각이었죠 하하

한 칸 한 칸, 그녀를 실은 에스컬레이터는 조금씩 그녀의 모습을 제 눈에 가득 채웠고,
제 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인스타그램 속 그녀였습니다. 조금도 다르지 않고 그대로여서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하늘색 원피스에 하얀 가디건을 입고 수줍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동안 제 머릿속에 막연하게 자리 잡았던
공대녀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히 아름다웠고 여성스러웠습니다.

"아...안녕하세요?"

"뭐야 오빠 왜 존댓말해 어색하게..."

"아...아니 너무 예뻐서 하하..."

"뭐야...크크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파"

음...말투는 그래도 카톡처럼 시원시원하고 당당했습니다.
잠실에 좋아하는 초밥집에 들어가니 자리가 가득차 있었는데, 마침맞게 꼭 한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웨이팅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어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꽤 오래 전 일이라(벌써 8개월도 넘게 지났네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꽤나 쑥스러웠고 그럼에도 꽤나 즐거웠고 많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식사를 마치고 가을바람이 따뜻해서 함께 석촌호수를 걷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까 하다가 그녀의 신발굽이 낮은 것을 보고, 어색함도 없앨겸 불쑥 제안한 것인데 다행히 그녀는 수락하였습니다.
초밥집에서 석촌호수를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서, 문득 아까 나눈 장난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 아까 한 번에 알아봤는데 칭찬 안해줘?"

"아 맞다 신기하네 사진만 보던 사이인데 어떻게 한 번에 딱 알아봤어?"

"뭐 사진이랑 별 차이 없던데 크크 칭찬 해줘 안해줘 그래서?"

"칭찬 뭐 어떻게 오구오구 잘했어 이렇게? 크크"

"아니 손 잡기로 했잖아 크크 잡는다?"

"어...어...? 어..."

전 덥썩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젓가락을 집던 그녀의 손이 유독 하얗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살짝 머뭇거리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횡단보도를 건넜고, 롯데월드 타워를 지나 석촌호수로 들어섰습니다.
그녀는 많이 당황했을겁니다. 어쩌면 불쾌했을 수도 있고요. 살짝 뗐던 그녀의 손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 너무나 좋았습니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그녀의 손을 잡고 석촌호수 동호를 반바퀴 돌아서 적당한 벤치에 앉았습니다.

우린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시나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의 한마디는 떠오릅니다.

"난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을수록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래서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서운해하더라고.
오빠도 나랑 가깝게 지내다 보면 그런 점들이 서운할 수도 있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우린 처음 만남치고는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벤치에서 일어섰을때 그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했던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자는 제 제안에 그녀도 꽤나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흔쾌히 응했습니다.

석촌호수 근처 바와 카페를 겸하는 곳에 들어가서 상큼한 에이드를 마시다 보니 뒤늦은 수줍음이 몰려오더군요.
무슨 용기로 그녀의 손을 잡았을까요 크크...지금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우린 카페에서 나왔고, 잠실역까지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여서 곧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조급하게 했습니다.
전 그녀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톡과는 달랐던 그녀의 여성스러움과 수줍음이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그냥 예뻤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빠는 집에 어떻게 가? 난 잠실역에서 지하철 타면 될 것 같아"

"난 버스로 한 번에 집까지 갈 수 있어 크크"

"아 뭐야 불공평해 크크 그럼 조심히 가!"

"아 저기, 이번주 토요일날 인사동 안 갈래?"

-5편에 계속-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5/23 00:23
수정 아이콘
부들부들..
사격준비!
껀후이
17/05/23 12:25
수정 아이콘
결론을 보고 쏴주심이.. ㅠㅠ
반전여친
17/05/23 00:31
수정 아이콘
아 이분 ㅠㅠ 얼른 다음편 주세요
껀후이
17/05/23 12:25
수정 아이콘
오늘 저녁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크크
Jon Snow
17/05/23 01:09
수정 아이콘
발포 허가합니다
껀후이
17/05/23 12:26
수정 아이콘
결...론을 보고 발포해주세요...ㅜㅠ
17/05/23 02:04
수정 아이콘
아니, 이분도 절단신공이 예사롭지 않네요?!
껀후이
17/05/23 12:26
수정 아이콘
하도 당한게 많다보니 복수심에...크크크
동전산거
17/05/23 06:34
수정 아이콘
아...다음...
껀후이
17/05/23 12:26
수정 아이콘
오늘 저녁에 축구 끝나고 올리겠습니다!
커피소년
17/05/23 08:29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
부들부들..
껀후이
17/05/23 12:27
수정 아이콘
저도 엄청 당했더랬죠...부들부들
준우만세
17/05/23 09:06
수정 아이콘
과거형인듯 싶은데...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적군일지..아군일지..? 궁금합니다.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껀후이
17/05/23 12:27
수정 아이콘
네 제 글 내용이 작년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크크
찍먹파
17/05/23 09:26
수정 아이콘
4편이 너무늦은거아닙니까 ㅠㅠ 5편은빨리주세여
껀후이
17/05/23 12:28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ㅠ
오늘 저녁에 축구 보고 바로 올리겠습니다!
수면왕 김수면
17/05/23 09:53
수정 아이콘
전방 과녁 주시....
껀후이
17/05/23 12:28
수정 아이콘
결론을 보고 쏴주세요...ㅜㅜ
싸이유니
17/05/23 09:55
수정 아이콘
부들부들 5편가져오세요.
껀후이
17/05/23 12:28
수정 아이콘
오늘 저녁에 축구 보고 올리겠습니다!
17/05/23 10:15
수정 아이콘
역시 썸은 석촌호수죠 ^ㅡㅡ^
껀후이
17/05/23 12:29
수정 아이콘
크크크 깐딩님 글 보면서 석촌호수 등장해서 깜놀
제가 집이 그 근처라서 자주 가거든요
이베루
17/05/23 11:03
수정 아이콘
이분 저희집에 가두고 군만두만 먹이면서 후속편 뽑아내고 싶네요... 빨리 다음편 좀...
껀후이
17/05/23 12:29
수정 아이콘
덜덜...오늘 저녁 5편이 완결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75185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41306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63226 29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37487 3
102695 [일반] 개인적으로 한국어에는 없어서 아쉬운 표현 럭키비키잖앙71 24/11/19 71 0
102694 [일반] 회삿돈으로 현 경영권을 지켜도 배임이 아닌가? [80] 깃털달린뱀9296 24/11/19 9296 10
10269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1. 급할 극(茍)에서 파생된 한자들 [2] 계층방정1455 24/11/19 1455 1
102692 [일반] MZ세대의 정의를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15] dhkzkfkskdl6998 24/11/18 6998 2
102691 [일반] 니체의 초인사상과 정신건강 번개맞은씨앗3311 24/11/18 3311 2
102690 [일반] 입이 방정 [1] 김삼관3534 24/11/18 3534 1
102689 [일반] 심상치않게 흘러가는 동덕여대 사태 [283] 아서스16326 24/11/18 16326 41
102687 [일반] 작년에 놓쳤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했습니다. [12] 가마성5251 24/11/18 5251 0
102686 [일반] 출간 이벤트: 꽃 좋아하시나요? 어머니, 아내, 여친? 전 제가 좋아해요! [96] 망각4277 24/11/17 4277 16
102685 [일반] 스포)저도 써보는 글래디에이터2 - 개연성은 개나 주자 [12] DENALI4838 24/11/17 4838 1
102684 [일반] 실제로 있었던 돈키호테 [3] 식별5572 24/11/17 5572 16
102683 [일반] [팝송] 콜드플레이 새 앨범 "Moon Music" [10] 김치찌개4237 24/11/17 4237 6
102682 [일반] 글래디에이터2 - 이것이 바로 로마다(강 스포일러) [13] 된장까스5316 24/11/17 5316 10
102681 [일반] <글래디에이터 2> - 실망스럽지는 않은데...(약스포) [9] aDayInTheLife3303 24/11/17 3303 5
102680 [일반] 이것이 애니화의 힘 - 단다단 [28] 대장햄토리4825 24/11/16 4825 1
102679 [일반] 멀웨어 제로 한 번 돌려보세요 [37] 밥과글9660 24/11/16 9660 16
102678 [일반] AMD, 직원 4% 감축 [4] SAS Tony Parker 6096 24/11/16 6096 1
102677 [일반] [방산] 이게 팔릴까 [14] 어강됴리6190 24/11/16 6190 7
102676 [일반]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 절차 [54] 비밀....6466 24/11/16 6466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