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기서 하프마라톤 종목에 처음 참가하게 됐고, 완주를 했습니다.
풀 마라톤도 아니고 고작 하프마라톤(21.0975km)에 불과했지만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네요.
어제까지 추웠다가 오늘 이례적으로 날씨가 무척 포근해서(비는 왔지만) 뛰기에 아주 좋더군요.
체중이 30대에 들어서며 점점 불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20대 최저점보다 35kg나 쪄서 0.1톤을 2kg 남긴 시점까지 불었습니다.
원래는 달리기 대회 같은 덴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운동 종목을 달리기로 선택하고 나니 이왕에 뛰는 거? 에 혹했네요.
그렇게 육중한 몸을 이끌고(...) 2달 반 동안 850km 정도를 뛰었습니다. 아이폰의 Nike+GPS 앱을 활용해서요.
그리고 지난 달인 10월16일에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려 했습니다. 신청까지 다 해놨는데...
나가기 열흘 전에 오른쪽 무릎 부분이 굉장히 안 좋더군요. 며칠 운동 쉬면서 봤는데 그래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정 안 되겠다 싶어서 정형외과에 가봤더니 오른쪽 무릎 쪽 잔혈관에 염증이 생겼다 하시네요.
그 체중에 그렇게 뛰어댔으니 아작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르지요. -_-;
전 그냥 마음이 약간 다급해진 나머지 "이거 낫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물었더니 "최소 2-3주는 걸리죠." 하시네요. -_-;
"저... 일주일 뒤에 마라톤 대회 나가는데 그때까지 나을 가능성은 없나요?"
"이건 그냥 물리치료 받으면서 푹 쉬어야 하는 거라 방법이 없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줘요. 마라톤 대회는 다음에도 있잖아요."
아무튼 그렇게 3주 정도 쉬다가 이왕에 목표로 삼은 거 완수해보자 싶어서 남은 3주간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회에 나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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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목표는 2:10 내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잘해도 시속 10km씩 계산해서 2:06 안에만 들어오자였는데
(2시간 이내 골은 상상도 못했죠) 의외로 선전해서 공식기록이 1:56:26.50으로 나왔습니다.
대략 시속 11.3km 정도로 계속 뛴 건데, 보통 하프마라톤에서 2시간 이내 골인자 비율이 35~40% 인 걸로 알고 있으니
첫 출전치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기록도 예상보다 13분30초 이상 단축됐고, 처음 도전한 것치고는 결과도 만족스러워 기분이 좋습니다.
우선 풀 마라톤 세계기록(2:03:38) 이내에 들어오긴 했다는 점에서(...) 가장 만족합니다.
같이 뛰더라도 최소한 추월은 안 당할 테니까요. ^^;
아무튼 이번 주로 누적 달리기 거리가 1000km를 넘어섰고, 오늘 한 언덕까지 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훌륭한 기록은 아니지만 그냥 자랑하고 싶어져서 글을 써봤습니다. 스스로에게 뿌듯해서요.
덤으로 체중도 14-5kg 정도 줄었습니다. 앞으로 12kg만 더 빼면 이쪽도 목표 도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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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뛰면서 느낀 점이 여러 가지 있는데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점을을 적어보겠습니다.
1. 신발이 제일 중요하다.
운동화도 용도가 달라서 꼭 러닝화로 신는 게 중요하더군요. 저도 처음엔 그냥 아무 운동화로 막 뛰었다가 발목이 엄청 안 좋아져서 찾게 됐는데요. 러닝화 중에도 연습용/대회용/병행용으로 제품군이 나눠지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연습용은 신발 무게는 비교적 무거운 반면 쿠션이 많이 들어간 것이고, 대회용은 가벼운 대신 쿠션이 적습니다. 당연히 기록 단축용도입니다. 병행용은 이 둘의 중간 정도의 타입이고요. 때문에 신발을 구매하러 가신다면 각 신발 제조사들이 카탈로그나 포스트 같은 걸 제공하니 그걸 참고하시는 것도 좋으리라 봅니다. 고가의 제품일수록 무게와 쿠션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발에 컴팩트하게 달라붙어서 자세 교정까지 해줍니다. 뛸 때 복사뼈 부근에 집중되는 하중을 바닥 전체로 분산시켜주더라고요. 괜히 러닝용이 아니더군요.
2. 쿠션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발만으론 부족합니다. 충격을 완화해주는 쿠션도 은근히 중요한데요. 고가는 1x만원대 제품도 있던데, 전 그냥 적당히 탄력 좋은 녀석으로 업어왔습니다. 다리의 피로를 줄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3. 10km 이상 뛰면 물이나 스포츠 이온 음료를 준비하고 다니라.
근처에 음수대가 있다면 상관없습니다만, 없으면 물통 하나씩 갖고 다니시는 게 좋습니다.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면 더더욱.
4. Nike+GPS에 대한 평가
아이팟터치라면 Nike+iPod에 익숙하실 텐데요. 그보다 성능은 좀 떨어지지만 아이폰용으로도 Nike+GPS가 앱으로 출시됐지요.
GPS를 활용해 속도와 거리 측정을 해주는 앱인데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단 점에서 편의성이 좋습니다.
관련 앱을 10여 종류를 써본 결과, 디테일은 다르지만 성능은 거의 비슷합니다. GPS 기능도 아이폰의 것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오차가 자주 생기고 어떤 앱이든 예외는 없습니다.
단, 직선 루트는 거의 정확합니다. 곡선이 많이 섞이면 오차율이 커집니다.
저는 집 근처 공원의 250m 조깅트랙에서 주로 연습하는데, 10km를 뛰고 나면 오차가 크게 500-1000미터 정도 생기는 것 같더군요.
한 마디로 다 거기서 거깁니다. 아무 거나 기호에 맞는 걸 쓰시면 됩니다.
그래도 Nike+GPS가 가장 낫다고 느꼈는데요. 딱 한 가지 점 때문입니다. '나레이션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매 km 리포트를 목소리로 말해주는데(설정 가능), 이것도 누적되면 목소리 안 좋은 앱은 진짜 켜기도 싫어집니다. -_-;;;
아무튼 혹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5. 마라톤 선수들이 존경스럽다.
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나, 뛰어본 분들의 한결 같은 증언은
'30-35km 지점에서 몸의 에너지가 바닥나고, 팔은 안 올라가고, 머리는 멍하고, 내가 왜 여기서 뛰고 있지?란 생각만 든다'더군요.
전 하프마라톤 대비한다고 매주 한 번 2시간씩 지속주 연습을 했는데,
이것만 완주해도 몸에 힘이 쭉 빠지고 다리에 오만 통증이 밀려옵니다.
그런데 풀 마라톤 뛰시는 분들은 오죽할까요?
여담인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프든 풀이든 마라톤을 하다 보면 생리현상이 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보통은 뛰기 전에 다 해결하는 편이지만 사람 일이 꼭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니니 문제지요.
저 같은 취미영역에 있는 사람은 그냥 근처 화장실을 찾습니다.
그런데 기록이 중요한 일류 마라토너들은 그렇지 않더군요.
뛰면서 싸는 테크닉을 익히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합니다.
달리기의 특징은 두 발이 모두 지면에서 떨어지는 때가 있다는 점인데요.
때문에 한 발을 딛으면 근육이 수축되니 놔두고, 두 발이 모두 떨어질 때 조금씩 끊어 싸기를 합니다.
땀하고 섞여서 따로 구분되지도 않아서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변마저도 이렇게 끊어 싼다고 하네요. 그렇게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인 마라토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때문에 이런저런 점들을 모두 종합해서, 이봉주 선수가 10년 이상 현역 선수 생활을 유지하며
41번 완주를 하신 점에 큰 존경심을 느끼게 됐습니다. -_-; 그 어떤 마라톤 선수도 달성해 본 적 없는 대기록이기도 하죠.
p.s. 다음은 내년 봄에나 한 번 도전할까 하네요. 목표를 조금 구체적으로 당겨도 될 것 같습니다. 1:45 내 완주라든가.
그 다음은 풀 마라톤에 도전해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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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말씀 드리자면, 아마 처음에 페이스 오버를 하신 것 같습니다.
전 처음 3km는 워밍업으로 뛰고 그 다음부터 쭉 일정하게 갔다가 마지막 1km를 빨리 뛰거든요.
진짜 진짜 제일 중요한 게 페이스 조절이더라고요. 주변에서 아무리 빨리 뛰든 현혹되지 않고 항상 뛰었던 대로 뛰는 거요.
고백하자면 제가 지금 뛰면서도 그게 된다는 게 신기해요. -_-;;; 처음엔 제가 뛰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헐.. 그러고보니 하프마라톤이 21키로 밖에 안되었었군요.
어제(!!) 아이폰 암밴드 산 기념으로 그냥 집 근처 쉬엄쉬엄 16km를 1:56:01(!!)에 뛰고 들어왔거든요. 저도 왼쪽 무릎(!!)이 연골연화증으로 안 좋습니다. 저도 몸무게(!!)가 회사생활 시작하고 13키로가 불어나버려서 3주(!!)전까지 빡세게 10키로 뺐는데 그후 너무 술만 먹어서 어제 날씨도 좋겠다, 한번 뛰어본거거든요. 좀만 더 열심히 했으면 기록까지 같았겠네요.
뭐야 이거..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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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0km만 뛰다가
내년초에 아디다스런까지만 나가고
슬슬 하프준비하는 사람입니다.(현재 기록이 48분이네요 10km)
우선 정말고생하셨고 부럽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그냥 저도 추가로 달리는쪽에 대한 소소한 팁(?)을 리플로 달아보자면
달리기대회에 나간다고 그냥 무작정 달리기 연습만 하지말고 근윤운동을 병행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보통 초보시절에 '아 그냥 10km정도야 근성으로 달리는거다!'하고 나갔다가
다음날 다리부위보다 어깨부분의 근육통을 느끼는 분들이 꽤 많죠. 이러한 부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뛰기 한달전부터는 하루에 30분정도 웨이트를 하는것을 추천합니다.(저같은경우는 마라톤일정이 잡히면 3분할로 돌리던 웨이트를 무분할로 바꾸고 매일 런닝 5km씩 뛰는 훈련을 했습니다. 주5일)
그리고 개인적으로 뛰기전에 에너지드링크 하나 마셔주면 효과가 좋더군요.(실제로 그런건지 플라시보효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내년 하프마라톤에서 LenaParkLove님을 만나면 같이 열심히 뛰어봐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