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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16 15:32:27
Name 류지나
File #1 1S3987PNVV_5.jpg (243.0 KB), Download : 58
출처 정조실록 등
Link #2 http://sillok.history.go.kr/id/wva_12209009_004#footnote_2
Subject [유머] 답안지로 백지를 받고 빡친 교수




조선시대에는 매해 9월 9일이면 통례적으로 성균관 유생들은 시험을 칩니다. 국제, 또는 구일제라고 하지요.


어느날, 성균관 유생들의 답안이 궁금했던 정조는 그날의 국제 문제를 특별히 자기가 냅니다.


[포촉불언 홍곡장장(抱蜀不言 鴻鵠鏘鏘)이 무슨 뜻인지 써보라]

*포촉불언 = 제기(제사그릇)를 안고서 아무 말이 없음
홍곡장장 = 기러기와 고니가 날아오름


이 뜬금없는 문제에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답을 쓰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유생들은 종이라도 아낄겸 백지를 제출하게 됩니다.
백지를 받은 정조는 개빡치게 되고 [정조어필-시국제입장제생(正祖御筆-示菊製入場諸生)]이라는 답안문을 남기게 되죠.

정조의 답안은 출처의 정조 실록에 실려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포촉불언 홍곡장장 뜻 해석 -> 관자라는 책에서 나온 말로 아무말 없이 제기를 품고만 있어도 묘당이 청소되고 기러기와 고니가 날아오르고 백성들이 노래하듯이, 왕이 제기를 품으면(촉을 닦으면, 즉 신하를 잘 돌보고 수신을 하면) 나라가 평안해질 것이라는 뜻임

왜 냈음? -> 마침 9.9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듣고 평소 주의깊게 보던 이 구절이 생각나서 시험에 냄

백지 답안에 대해서 -> 야이 돌대가리들아! 내가 율부 형식으로 쓰라 하면 밤새도록 답 못 받을거 같아서 과부 형식으로 쓰라 했는데도 어떻게 다 백지를 내니? 내가 비참하게 이런 교서를 새로 써서 니들이 못한게 아니다라고 덮어줘야겠니? 부끄러운 줄 알면 내가 말한 해석대로 3일 내로 시 한 편 지어서 내거라.


정조가 왠만한 학자들보다 공부를 깊게 했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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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21/09/16 15:34
수정 아이콘
이런 유학 꼰대 같으니
아카데미
21/09/16 15:34
수정 아이콘
관자 그거 먹는거 아닙니까?
눈팅전문가
21/09/16 15:36
수정 아이콘
구구구구구
블레싱
21/09/16 15:39
수정 아이콘
정조 암살설이 타당성이 있는거 같은...
캬옹쉬바나
21/09/16 15:40
수정 아이콘
아니, 저걸 어떻게 아냐고 크크크크
말다했죠
21/09/16 15:41
수정 아이콘
관자? 고조선 표범가죽 써서 냈었어야지
유목민
21/09/16 15:41
수정 아이콘
유생 : 나 안해 이C
21/09/16 15:41
수정 아이콘
해야할 노력은 안하면서 절로 되기만을 바라는 걸 꾸짖어야 하는게 답인 것 같은데.. 근데 그런 답을 쓰면 정조한테 끌려갈 것 같아서 안쓴 것 같은데..
전자수도승
21/09/16 15:49
수정 아이콘
평생 상관이 될 지도교수에게 대학원으로 끌려가는 죄 많은 대학부생 같은 겁니까
TWICE NC
21/09/16 15:54
수정 아이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 해야하는 사대부 아녔나봐요
조선 초기엔 그런 분들 좀 계셨던걸로 보이는데...
전자수도승
21/09/16 15:55
수정 아이콘
칼보다는 세종처럼 죽을때까지 부려먹혀지는 그림 때문에 피했다......는게 농담이 아닐지도?
이른취침
21/09/16 17:04
수정 아이콘
바른 말은 해도 일은 하기 싫었던...
AaronJudge99
21/09/16 17:10
수정 아이콘
그런분들은 연산군이 다 죽였...농담입니다 크크
21/09/16 16:06
수정 아이콘
교수님 시험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골드똥
21/09/16 16:14
수정 아이콘
난이도 조절 실패의 책임은 시험 주최측에 있읍니다
내맘대로만듦
21/09/16 16:16
수정 아이콘
시험범위 : 내마음속
출제방식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잘 냈어야했는데 안내서 화남
거짓말쟁이
21/09/16 16:23
수정 아이콘
제나라 관중이 편찬한 책이라는데 이 정도면 당시 유학자들 기준으로는 출제범위 넘어섰다고 하기에 애매할 수도..

정조는 저렇게 잘난 맛으로 살다가 단명했죠..의사들도 돌팔이 취급하고 자기 스스로 약 지어먹다가 탈이 나기도 했다하니
21/09/16 16:27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or 구질구질
동년배
21/09/16 16:40
수정 아이콘
지금같이 인터넷 검색이나 서지검색도 안되던 시대에 텍스트 싸움은 결국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으로 승부볼 수 밖에 없는데
어렸을 때부터 궁중에서 온갖 책 다 보고 새로 나온 중국 신간도 사신 보내 다 구해 볼 수 있는 왕하고 민간에서 자라 서원 향교에서 책 좀 본다고 성균관에서 몇년 굴러본 유생들이 텍스트 싸움이 되겠습니까 심지어 한쪽에는 왕권 트레잇 붙어있는데...
능숙한문제해결사
21/09/16 18:58
수정 아이콘
정조는 그냥 유생들이 아니라 경연을 폐지 시켜도 신하들이 끽소리 못하고 오히려 교육을 시켰을 정도라....

조선이 당대 최고학자들 모아놓고 '경연'이란 이름으로 왕 기죽이고 군약신강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대 최고학자가 왕이 되어버리면 저 정조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거죠

왕권트레잇에 붙어 있는 특수능력 사용안해도 다이겨버리는 기현상이죠 크크크
21/09/16 19:48
수정 아이콘
조선 왕권 트레잇이 많이 오락가락했는데 그중에 제일 강했던때의 임금들이 하나같이 말빨 만렙에 대학자 혹은 권위자여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궁중에서 온갖 책 안봐 선언한 임금들을 강제로 굴린게 경연이죠.
솔직히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도 보고, 공부도 하고, 정치도 하고, 내명부 관리도 해야하는 슬픈 직업에 따로 휴일은 없고
기껏해야 순회(이것도 국고 상황 맞춰서)나 가고, 숨돌릴겸 사냥가고, 휴식이래봐야 병가나 내고 했으니까요.

폭군은 그런거 없지만.
뽀롱뽀롱
21/09/16 17:30
수정 아이콘
교과서 주석에 써져있는 논문의 이름을 써주고 의미를 적어보라고 했는데 그 논문이 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게 실화냐?

내가 그 논문은 학계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괜찮다고 재시험 내야되니? 니들 공부 안함?
21/09/16 17:52
수정 아이콘
대단한 군주이긴 하지만 문체반정의 악영향을 생각하면 뭐...
그렇게 뛰어났던 지식인이 정작 조선 후기의 학문 발전은 멈춰버리게 만든 느낌이라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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