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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2/29 19:47:45
Name PleaseBeQuiet
Subject [일반] 두 번째 코로나 감염 후기... (수정됨)
마지막으로 맞은 백신은 작년 11월 말에 1차 부스터로 맞은 모더나였구요 (당시 미국에 거주), 그로부터 약 두 달 후인 올해 1월 말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오미크론이었겠죠? 동거인이 먼저 확진을 받고 며칠 후 저도 양성이 나왔는데 전 거의 무증상이었어요. 내가 지금 열이 나긴 나는 건가, 아님 그냥 오늘 과로한 건가 싶게 약간의 몸살 기운과 미열이 하루 정도 있었을 뿐 멀쩡했거든요. 그래서 격리기간 동안 약 필요 없이 그냥 실컷 쉬다 극복했기에 코로나를 좀 우습게 여겼었나봐요... 육개월 마다 한 번씩 접종하는 게 권고사항임을 알면서도 2가 백신 접종 타이밍이 안 맞아 그냥 한국에 돌아와 정신없이 일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지난주에 끝나서 이제 곧 백신 맞아야지 했는데...계속 몸살 기운이 있더라구요. 처음엔 일 때문에 요즘 유독 과로했으니 그런 건가 싶었는데, 가벼운 감기 증상이 사흘 정도 계속됐어요. 근데 잠을 좀 푹 자니 괜찮아지는 느낌이고, 자가키트 검사도 음성이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임신한 친구까지 포함해 조촐하게 모이는 식사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오한과 발열을 느끼며 잠에서 깼어요. 저에겐 그게 숙취 때문이건, 바이러스 때문이건 간에 '나 지금 진짜 몸 아픔'을 나타내는 저만의 절대기준이 있는데요, 앓아누워있으면서 자꾸 몸이 꿈틀꿈틀 경미한 발작을 하고요, 끙, 하는 신음이 저도 모르게 날 때입니다 (...) 아무튼 월요일 그런 상태로 일어나서 병원에 갔죠. 의사선생님이 "요즘 감기와,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을 한다"면서 독감 검사를 받아보라 하시더군요. 독감 검사는 비급여로 3만원... 그래서 전 그냥 코로나 검사부터 받자고 했어요. 역시나 결과는 양성... 그래서 월요일 오전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의사샘이 약을 좀 세게 지어주겠다며 주신 처방전대로 약을 한아름 안고 집에 돌아왔어요.

월요일 첫날 증상은 (불편한 크기 대로) 인후통, 가래, 코막힘, 두통, 오한, 몸살, 기침이었고 약 먹으면 그럭저럭 버틸 만했어요. 목소리는 거의 완전 잠겼구요.

화요일인 둘째 날은 위 증상 그대로에 평소 앓는 목 디스크에서 유발된 두통이 더 심해졌습니다. 둘째날 밤에 자는 동안 여러 번 깼는데요, 평소 알러지성 아토피가 아주 살짝 있는데 그새 굉장히 심해져서 저도 모르게 몸을 벅벅 긁다가 깨고, 열 때문인지 답답해서 일어나 잠깐 창문을 열었다가 다시 잠들고, 그랬어요.

수요일 셋째 날엔 다행히 좀 더 숙면한 듯 약간 가뿐하게 일어났는데 미각과 후각이 상실되었단 걸 깨달았고, 그 외에 증상은 모두 나아졌습니다. 약 먹을 때가 되면 슬슬 추위가 느껴지며 좀 더 안 좋아지는 기분이었다가, 약 먹으면 또 괜찮구요. 하지만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집중이 힘듦.

넷째 날인 목요일 오늘, 여덟시간을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이제 오한이나 몸살, 두통도 거의 없고, 여전히 코막힘(+ 코로 숨 쉴 때 쓰라리듯 쌔한 통증)과 가라앉은 목, 그리고 가래 때문에 유발되는 기침 약간, 정도예요. 하지만 미각과 후각은 어제보다 3% 정도 돌아온 듯... 여전히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정점은 지나간 같고, 자가가격리가 풀리는 월요일 밤까지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요,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모두 열심히 말하고 있어요. 난 이제 백신 옹호론자가 되었노라고... 물론 하위변종의 특징과 감염된 당시 내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백신 접종 후 약 두 달 후에 걸렸던 1월 말에는 거의 무증상이었는데, 그후 11개월 만에 걸린 지금은 코로나 초기 사람들이 말하던 증상을 다 겪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병원에 가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세가 많고 약간의 지병도 있으신 우리 부모님이 저처럼 백신 맞은 지 거의 일 년이 지나서 걸렸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어서 부스터 맞으시라고 말씀드림)

이제 다들 한 번씩은 걸려서 사람들이 거의 감기취급하는 코로나고, 부스터도 잘 안 맞는 사람들이 제 주변엔 대다수인데다, 걸려도 보통 경미한 증상이라고 들었는데, 당황스럽게도 제 경험은 이랬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방심해도 되는 바이러스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요즘 특히 저질 체력이었던 것도 (지난 두어 달 동안 운동 안 하고 일만 했거든요), 확진 전 일주일 정도는 특히 잠을 많이 못잔 것도 이렇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 이유였단 생각이 들어, 앞으로 진짜 잘 먹고 푹 자고 다시 운동한다(!) 다짐도 하고 있구요.

최근 걸리셨던 분들, 어떠셨었나요? 저만 이렇게 고생한 건...아니겠죠? ㅠㅠ

+덧붙이는 내용:
주변에 최근 코로나로 고생한 사람은 저뿐인 거 같아서 (다들 경미하거나 아예 무증상)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하는 건가 싶어 하소연하듯 올린 글이었는데, 댓글들 읽어보니 저와 대체로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꽤 많네요... 이 지긋지긋한 녀석... 그냥 계절독감처럼 이제 각개전투로 조심하고 살아야겠다 싶어요 뭐... 어쨌든 다들 건강하고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라고 자가격리자가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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