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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2/25 01:40:52
Name Red Key
Subject [일반] 쓰라린 마음 (수정됨)
A는 아파트 정문 경비실 앞 주차차단기에 차를 정차하고 방문하려는 집의  동 호수를 누른 뒤 호출했다. 오늘도 어제와 그저께처럼 묵묵부답이었다. 가볍게 한숨을 쉰 뒤 A는 조수석 창문을 내린 뒤 유리창 너머로 턱을 괴고 앉아서 A를 바라보고 있는 경비원에게 꾸벅 인사한 뒤 오른손 검지를 펴서 오른쪽 눈 옆에 가져다 붙였다. 어제도 그저께도 한 잔소리를 오늘도 하러 나오려던 경비원은 A의 차 뒤에 차가 따라 붙는 것을 보고 반 쯤 나온 몸을 돌려 경비실로 들어가 주차차단기를 열어 주었다. 주차차단기를 통과하며 A는 연신 고개를 꾸벅였고 경비원은 손사래를 쳤다.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누른 뒤 엘리베이터에 탄 A는 며느리가 관리사무실에 말해 차량 등록을 해주던가 아니면 제발 제때 주차차단기를 열어주면 얼마나 좋을 까하는 생각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제 집인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른 뒤 문을 열고 들어간 A는 중문을 열며 공손하고 밝은 목소리로 집안을 향해 크지 않게 외쳤다.

- B 할머니 안녕하세요.

평소  잠시 기다리면 좀 더 기다려라 또는 안에서 들어와 도와 달라 반응이 오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A는 조심스레 다시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 B 할머니 모시러 왔습니다.

또 잠시 기다렸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B 할머니가 기거하는 가장 안 안방 쪽으로 주의를 기울이니 무언가 실갱이하는 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본 A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신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간 뒤 안방 문 앞에서 서서 노크를 했다. 방문 너머 들려오는 실갱이 소리 사이로 들어와 도와 달라는 며느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B 할머니와 며느리가 옥신각신 엎치락 뒤치락거리고 있었다.

= 미안해요. 어머니가 난리를 쳐서 문을 또 못 열어 줬네요.

불편함을 오늘은 슬쩍 말해보려 했지만 현재 상황을 보니 그러면 안되겠다 싶어 A는 며느리에게 미소를 띄며 양 손바닥을 펴서 흔든 뒤, B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 B 할머니, 오늘도 놀러 갑시다, 같이 가세요.

> 야이 개X발새끼야, 너 나 죽이러 왔지? X발놈. 이 개X발놈에 새끼야!!

가쁜 숨으로 씩씩 거리면서 목소리가 뒤집어지는 쇳소리로 악다구니를 쓰는 B 할머니를 보며 A는 익숙하게 무서운 척 하며 능글 맞게 받아쳤다.

- 아이고, 우리 B 할머니 오늘은 왜 또 이렇게 무섭게 이러실까요. 고함 치시면 아침 먹은 거 빨리 꺼지세요. 배고프시다. 천천히 같이 가세요.  저 따라가서 재미있게 하루 지내세요.

흥분 했을 때 가까이 다가가면 손으로는 할퀴고 발로는 차는 B 할머니의 특성을 아는 A는 천천히 다가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며느리가 날이 추우니 할머니께 외투를 입히려 하는데 강하게 거부해서 속상하다는 말을 했다. 외투 입히는 것을 도와 주기를 요청해 그러겠다 하니 할머니께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순간 B 할머니가 옆에 앉은 며느리에게 소리쳤다.

> 야 이 X 같은 X아. 니도 나 죽일려고 그러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이 X발X. 놔라 이 X아!!
= 어머니 추우니까 옷 입고..
> 이 X발X, 우리 아들이 알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개 같은 X!!
= 예, 어머니 아들이 시켰으니 이 옷 입고..

> 이 미친 X, XX를 잡아 찢어 버릴까 보다!!

입에 담기도 힘든 그 욕설을, 여자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욕설을 60을 바라보는 며느리가 남자인 타인 앞에서 시어머니에게 듣는 심정은 어떤 심정일까. A는 멈춰진 시간 속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고 그 순간은 귀가 들리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눈가가 벌개진 며느리는 한숨을 푹 쉰 뒤 낮은 목소리로 다시 B 할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어머니 추우니까 이 옷 입고 가..

B 할머니의 팔을 잡고 외투를 입히려던 며느리는 팔을 뿌리친 뒤 따귀를 때린 할머니 때문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따귀를 맞은 며느리는 어찌 보면 기다렸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만큼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3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였다.

며느리는 할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힘껏 흔들었고, 오열 했으며, 고함을 질렀다.

= 어디, 어디, 엉엉~ 어디, 며느리 XX를 잡아 찢는다는 소리를 엉엉~ 다른 사람 앞에서 엉엉~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던 A는 1.5초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정신이 퍼뜩 든 A는 B 할머니와 며느리 사이로 뛰어 들어가 두 사람 사이를 몸으로 막으며 다급히 말했다.

- 이러시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진정하세요!

그 순간에도 B 할머니는 욕설을 뱉으며 A를 발로 차며 A의 팔을 꼬집고 할퀴었다. 하지만 A는 시어머니에게 달려 들려고 하는 며느리를 말리느라 할머니를 저지할 수 없었다. A는 외투는 제가 가면서 입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며느리를 마주 보며 B 할머니 등 뒤로 감춘 뒤 안방을 나와 할머니를 끌고 나오다시피 모시고 집 밖으로 나왔다. A의 등 뒤로 며느리의 침대에 얼굴은 묻고 내지르는 서럽디 서러운 울부짖음이 들려 왔고 A는 누가 들을까 겁이나 현관문을 급히 닫았다.

A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아서. 정신없이 B 할머니와 엘리베이터를 탄 A는 부스스해진 할머니의 머리를 매만져 드리며 아이고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하며 뒷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뒷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A가 측은한 눈으로 할머니를 계속 되 뇌이자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B 할머니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 우리 아들 지금 학교 갔다. XX중학교. 나 우리 아들한테 데려다 줘. 어딘지 알지?

- 아이고 할머니. 그래요, 아들한테 갑시다.

A는 B 할머니를 차에 태워 모시고 와 주야간보호센터 생활실 안으로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를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들을 보자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좀더 생각을 정리하기로 하고 지친 기색으로 돌아섰다. 사무실에 의자에 앉으니 힘이 쭉 빠졌고 10시도 안된 시간이었지만 A는 벌써 4시 40분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자에 앉아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고 한숨을 몇 차례 쉬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느냐 물어오는 직원에게 자세를 고쳐 잡고 말할 준비를 했다. A의 입만 바라보는 직원에게 몇 차례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별일 아닙니다. 하고 A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고개를 갸웃 하던 직원을 모른 척하고 업무를 시작하려 하니 A는 오른팔에서 시큰한 통증이 느껴졌다. 외투를 벗고 팔을 걷어 올리니 꼬집힌 멍이 군데군데 있었고 손목 쪽에는 손톱으로 긁힌듯한 길쭉한 피멍이 들어 있었다. 피 안 났으면 괜찮지 뭐 하면서 A는 업무를 시작했다.

A는 일하는 중간 중간 오른팔에 따끔하고 쓰라린 통증을 느꼈고 그때마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오늘 일어난 일은 분명히 노인 학대가 맞다. 치매 노인의 노인 학대의 가장 큰 가해자는 가족이다. 그 모습을 직접 보게 된 A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A는 노인 학대 신고 의무자이다. 그 시설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그러하듯이.

1577-1389. 사무실에도, 어르신들이 계신 생활실에도, 직원 게시판에도 붙어 있는 그 번호.
A는 그 번호를 몇 번이나 힐끔 거리며 보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5번 쯤 쓰라린 손목 통증을 느낀 A는 마침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B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는 A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에 반해 B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당신의 중학생 아들이 안전하게 귀가해서 집에 있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A는 아파트 정문 주차차단기 앞에 차를 정차 한 뒤 동 호수를 눌러 호출했다. 경비원이 허리 춤에 양손을 짚고 경비실을 나올 때 쯤 주차차단기가 올라 갔고 A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차를 목적지로 향하였다. 가려는 동 출입구에 B 할머니의 60이 넘은 중학생 아들이 나와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B 할머니를 차에서 내리시게 한 뒤 아들에게 할머니의 손을 넘겨 드렸다.

> 우리 아들 왔나,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어? 집에 가자

어머니의 손을 잡은 아들은 어머니를 지그시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는 눈을 돌려 A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들은 입을 열었다.

= 우리 어머니 때문에 고생했죠? 아까 전화 주셔서 집사람한테 무슨 일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전화 드려야죠.

= 이제 어머니 못 가시는 건가요?

- 아닙니다. 내일도 모시러 오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 내일 뵙겠습니다.

어머니를 부축한 아들이 돌아서자 코너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며느리가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코너에서 나와 시어머니를 맞이 했다. 시어머니 앞에 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안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니”를 수도 없이 되 뇌며 하며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B 할머니는 아들의 손을 놓고 며느리를 조용히 안아 주었고, 곧 조용히 다가가 그 둘을 안아주던 아들의 등도 금 새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A는 하루 종일 했던 고민을  반 쯤은 덜어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A는 하루 종일 그를 몇 번이나 신경 쓰이게 했던 손목의 쓰라린 통증보다 몇 십 배나 심한 쓰라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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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군
22/12/25 01:50
수정 아이콘
바로 옆 가족이 아니면 모르죠. 그 지옥을. A가 모시고 살면 될 일을...무슨 다 이해하는 척.
22/12/25 02:04
수정 아이콘
첫댓 조졌네요. A를 누구로 이해하셨길래
A가 모시고 살면 될 일을...무슨 다 이해하는 척.
이라는 댓글을 다셨는지 궁금합니다.
수타군
22/12/25 02:30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이런 일을 실제로 겪은 상황에서 감정에 치우쳐 제대로 읽지 못했네요. 죄송 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2/12/25 02:14
수정 아이콘
노인요양시설쪽 사람이 A인거같은데...
어떻게 이해하신건지...
수타군
22/12/25 02:30
수정 아이콘
제가 감정에 치우쳐 잘 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죄송 합니다. 글 쓴 분에게도 죄송 합니다. 댓글은 고치지 않겠습니다.
천학비재
22/12/25 02:30
수정 아이콘
글을 다시 읽어보심이...
수타군
22/12/25 02:31
수정 아이콘
냅 죄송 합니다.
22/12/25 01: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857만7,830명, 이 중 추정 치매환자수는 88만6,173명이었다. 치매유병률은 10.33%에 달했다.

이제 80을 앞둔 외할머니께서 지난 가을에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평생을 시장에서 장사하시며 보내셨던 분이라 셈이 아주 빠르십니다. 무엇이든 여쭤보면 얼버무리시는 일 없이 기다 아니다 명쾌하게 답 주시던 어른이시기도 합니다. 저보다도 더 열심히 뉴스를 챙겨보시고, 여든이 다 되신 노인이심에도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매일 아침저녁 동네 한 바퀴 도시는 강철체력이시고요. 그런데 이제는 치매 환자가 되어 버리셨습니다.

지난 11월에 저희 집에서 할머니를 일주일 간 모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와 동생 이름을 잊으셨더라고요. 다행히도 당신의 따님들, 아드님들이 누구누구인지는 아직 잘 기억하십니다. 그러나 모두 일곱 명인 손자, 손녀들 이름은 거의 대부분 떠올리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와 동생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시는데...... 하...... 쓰면서 또 눈물이 나네요.

아무리 노화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든 치료의 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너무 끔찍한 병이에요.
22/12/25 02:53
수정 아이콘
햇빛 찬란하던 5월, 어르신 모시고 나들이 갔다오는 길에 10년차에 접어든 쿨럭대는 마티즈 운전석 뒤에서 느닷없이 날아드는 효자손 어택과 노호성에 차가 뒤집힐뻔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금 와서야 그때 뒷좌석에 같이 타고 계시던 간호팀장님과 제가 웃으면서 기력도 없는 노친내가 참 야무지게도 때리시더라고 추억삼아 어르신들의 무용담을 이야기하곤 했었죠...
그 어르신은 결국 요양원 적응(3년 넘게 있었는데도)을 못하시고 자택으로 돌아가셨는데 퇴소하던 날 모시러온 자부님의 안쓰러운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저는 이제 요양쪽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현직에 계시는 요양보호사님이나 사회복지사님들의 헌신과 희생에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닉넴바꾸기좋은날
22/12/25 17:54
수정 아이콘
요양원 공익 생활할때 그 뭐랄까 참 어지러웠습니다.
위로는 복지사들이 요구하는 많은 일들이, 시설장님의 호통이,
좌우로는 어르신들의 폭력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계신 보호사 선생님들을 보면 참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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