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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9/29 22:45:0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887811396
Subject [일반] <더 문>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순수한 마음을 위한 안내서.(스포)

왓차를 통해서 <더 문>을 봤습니다.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뜨기도 했고, 원래 알고 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보는 내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묘사가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HAL9000과 거티3000의 유사성이라기 보단, 우주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요.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감정없는 무감각한 우주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문>의 우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더 문>의 '인간'은 좀 다릅니다. 그러니까, 음, 비교하자면 클론이지만 훨씬 인간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냉담하게 떠올라서 따뜻하게 내려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하면서요. 냉담한 우주 속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건 타자와 나의 경계선에 있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치밀하진 않습니다. 영화가 잘 짜여져 있다던가, 혹은 섬세한 복선이 깔려있다고 하기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스터리는 허무하고, 드라마는 허술한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샘 록웰은 참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쓰리 빌보드>에 이어서 다시 한 번 느끼네요.


우주는 차갑고 광대합니다. 그 우주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순수한 선의들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건 적막한 우주의 고독 속에서 나와 타인, 혹은 나 자신이 그 고독을 구원할 방법이 아닌가라는 점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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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9 23:01
수정 아이콘
누구보다도 우주에 진심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이랄까. 후훗
'더 문'을 참 인상 깊게 봐서 던칸 존스의 커리어를 기대했는데 아직까지는 한끝이 좀 모자라네요.
aDayInTheLife
22/09/29 23:06
수정 아이콘
큰 프로젝트라는 산을 못 넘는 느낌이 조금 들더라구요. 아쉽습니다. 이제 4편 째긴 한데...
Betelgeuse
22/09/29 23:04
수정 아이콘
더 문 진짜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생작으로 꼽을 만큼..
그리고 소스코드를 재미있게 보았고..
…그리고 워크래프트를 보았죠.
aDayInTheLife
22/09/29 23:06
수정 아이콘
소스코드도 되게 인상적으로 봤었어요. 극장에 봤었는데 그건....
워크는 제가 팬이 아니고+평가가 안좋으니 볼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후치네드발
22/09/30 00:33
수정 아이콘
어떤 부분에서 치밀하지 않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보기 드물 정도로 치밀하게 잘 짜여진 SF 라고 생각했는데
aDayInTheLife
22/09/30 05: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야기의 밀도가 낮은 점이나 초반부 보는 것들의 회수가 조금 애매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기한 지난 인물들의 폐기와 보급 등등 세세한 표현에 대한 치밀함이 좀 아쉽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적막감과 고독에 대한 분위기는 좋았지만요.
후치네드발
22/09/30 09:34
수정 아이콘
사실상 샘록웰 원맨 형식에 이렇다 할 시각적 스펙타클도 없는 저예산 SF 라서 완전 이야기로만 승부 본 영화인데 역설적으로 이야기 밀도가 낮다 하시는 감상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겐 굉장히 슬프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굉장히 밀도 높고 치밀한 설정을 대부분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대체한 영화라서 그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말씀하신 폐기와 보급 같은 장면도 그렇죠. 구구절절히 설명하기 보다는 로봇의 '테스트'와 지하실의 형광등 색깔로 그 의미를 치환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영화적 어법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감상과는 거리가 좀 멀게 느껴집니다. 역시 불친절하거나 교묘하다 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딸의 환영을 암시한 카야 스코델라리오 등장 씬이 되겠죠. 관객은 그 장면의 의미를 즉각적으로 포착하지 못하니까요.

클론의 인간성을 통한 인간의 비인간성과 기업의 비윤리성 비판, 적막하고 고독한 분위기 같은 감성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내러티브적인 요소만 보더라도 상당한 강점이 있는 영화입니다. 2010년 당시 휴고상 드라마틱 프리젠테이션 부문에서 <아바타>, <디스트릭스9>, <업> 같이 유명한 영화들을 제치고 수상한 이력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고급 아날로그 시계 태엽처럼 얼마나 정교한 인과적 논리로 작동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쪽지로 예전에 이 영화에 관해 리뷰했던 제 블로그 포스팅을 알려드릴게요.
aDayInTheLife
22/09/30 10:17
수정 아이콘
제 감상일 뿐입니다. 제가 느낀게 맞다 틀리다 하긴 좀 애매한 문제지만 감정을 상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환각을 비롯해서 초반부의 설정, 그리고 환경 세팅이 조금은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조금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물론 내러티브도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물론 저렇게 썼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구요. 혹시 쪽지말고 블로그 주소 대댓글로 달아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제가 쓴 글 만으로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을 거고 그 점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저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게 되실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가 괜히 후치네드발 님의 인생 영화 중 하나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느라 감상을 망친건 아닐까 걱정스럽네요. 흐흐;;
후치네드발
22/09/30 10:29
수정 아이콘
아 좋아하긴 하지만 인생 영화 정도는 아니고 딱히 기분 상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 기분이 상했다고 해서 죄송하다고 하실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한 작품에서 서로 다른 감상을 공유하는 건 오히려 기쁜 일이죠. 다만 그 차이가 궁금할 뿐입니다. 저도 라이프님 감상을 침해할 목적으로 작성한 글도 아닙니다 크크
그냥 재밌다/ 재미없다 같은 주관의 영역에 관한 거라면 당연히 존중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각본이 치밀하다든지, 편집이 속도감 있다든지, 음악이 잘 쓰였다든지 하는 일말의 객관적 요소가 포함된 소통이라면 이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적어본 댓글입니다. 블로그는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진 않네요.
aDayInTheLife
22/09/30 10:33
수정 아이콘
흐흐 영화의 감상은 달라질 수도 있고, 맞고 틀렸다고 말하기 참 애매하긴 하죠. 저도 오히려 영화를 다시금 찬찬히 생각해보고, 또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보면서 생각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후치네드발님 덕분에 해보게 되었습니다. 흐흐 좋은 하루 보내시고,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의견 교환 즐거웠어요! 크크
아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쪽지로 블로그 보내 주시겠어요? 내용에 대해서 더 읽어볼 거리가 있으면 제가 더 좋을 거 같아요.
인민 프로듀서
22/09/30 08:14
수정 아이콘
사랑!
aDayInTheLife
22/09/30 10:12
수정 아이콘
처음 기지명 보여주는 오프닝 씬 중에 저는 그거 자막으로 누가 달아놓은 줄 알았어요. 크크 SARANG-사랑 이렇게 써져있어서...
키모이맨
22/09/30 20:26
수정 아이콘
더 문
소스코드
그리고 워크래프트 크크크
aDayInTheLife
22/09/30 20:4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소스 코드까진 개쩔었는데 워크는 찍먹해볼까 했는데… 흐음…
세타휠
22/10/02 09:17
수정 아이콘
우연히 티비에서 하는 거보고 끝까지 재밌게 봤던 영화네요. 원래 진득이 뭘 못보는데 몰입해서 보게되더군요
aDayInTheLife
22/10/02 09:18
수정 아이콘
몰입도가 상당히 좋더라구요. 그 적막감 표현이 좋았습니다.
세타휠
22/10/02 09:23
수정 아이콘
사실 그 분위기 때문에 에일리언 류인줄 알고 조마조마하면서 본 게 이 영화에 꽤 몰입시켜 줬던 거 같습니다 크크크크
aDayInTheLife
22/10/02 09:2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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