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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7/17 19:07:25
Name mayuri
Subject [일반] [영화 리뷰] 토르 : 러브 앤 썬더 / 번외 - 얼마나 게이한가?

* 스포 많습니다!!
* 생산적인 비판과 오류 정정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번외편은 블로그에 쓴걸 가져오다보니 반말체가 되었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마블 스튜디오 영화의 팬이 아닙니다. 제가 유일하게 제대로 본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는 엔드 게임이었으니까요(그것도 친구 따라 가서 본...). 하지만 저 같은 비(非)팬들이 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 한 편으로 매우 재미있고 유쾌하게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블 스튜디오는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제작해왔죠. 그리고 엔드게임 이후, 제작자들은 아마 어떠한 방식으로 이 초 거대화 된 프랜차이즈를 다시 이끌어가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겁니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토르'는 기존 마블의 작품들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그래도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데에는 아주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단 재미있고, 기깔나고, 쌈마이합니다 - 기본적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바이브는 80년대 미국 문화를 표방해요. 프로레슬링이 생각나는 타이틀이나, 록음악, 비디오 게임의 다양하면서도 금속적인 색채의 폰트 같은 것들로 80년대의 화려했던 문화로 영화를 치장합니다. 심지어 영화의 타이틀과 포스터 이미지마저도 너무나 80년대 영화스러워요. 아마 타이카 와이티티가 이러한 이미지를 차용한 데에는, '토르'라는 캐릭터에게 감정이입하기 20~40대의 남성들을 휘어잡기 위한 수이기도 할 겁니다. 흘러내린 금발머리와 수염의 프로레슬러 같은 외모의, 맥주와 스포츠를 사랑할 듯한 토르가 강렬한 락 사운드를 배경음악으로 번개를 내리치고 무지개빛깔 비프로스트로 이동하며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지게 된 옛 여친과 재회하여 악당과 싸워나갑니다. 생각만 해도 몸에 전율이 이는 분들이 꽤 있을 걸요?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남성들(특히 영미 문화권의 백인 남성들)에게 토르를 자신들의 영웅적 페르소나로 확실하게 각인시킬 방법처럼 보이고, 그것이 얼마나 속이 빤히 보이는 방법인지 알아 차린다 할지라도 속절없이 끌려갈만큼 멋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만 잘 꾸민 외면과는 달리 내적으로 보면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스토리 면에서 서사가 집중이  안되고 자꾸 흔들립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인물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데에 집중해 전체적인 플롯이 진행 내내 감정이입 하기가 힘듭니다. 전 한 명의 영웅적인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종횡무진하는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토르'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영화이고, 또한 캐릭터의 매력이 절반은 차지하는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에서 주인공은 토르여야 하며, 때로는 주인공에게 온전히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야 영화의 스토리가 난삽해지지 않죠. 감정이입도 잘 되고.

그런데 이 영화는 너무나 많은 볼거리와 배우로 인해 너무 무거워서 무너지기 직전인 무대 같아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루들도 보여줘야 하고, 슬프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크리스찬 베일도 보여줘야 하고, 묠니르와 제인의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잠깐씩 얼굴을 비추고 지나가는 배우들만 해도 왠만한 스타급이이에요. '오! 러셀 크로!', ‘오! 맷 데이먼!’, ‘오! 멜리사 매카시!’ 하고나면 정작 토르를 위시한 주인공 4인방의 인상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거워도 너무 무겁습니다. 토르와 제인의 러브라인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너무나 그 과정묘사가 날림이어서 '너네 헤어졌었잖아;; 갑자기 왜?'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게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개그! 시도때도 없이 이어지는 과도한 개그 때문에 나중엔 다소 피곤해져요. 뭔가 웃긴 웃는데 나중엔 아 여기서도 또 웃어줘야되나? 하는 압박이 듭니다.  두 마리 소리지르는 염소들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나중엔 '아 고만 좀 소리 질러!!!!'하게 되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화가 산만해도 위에서 말했든 전체적으로는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의, 토르와 아이들이 함께 싸우는 면은 무척 멋있고 나름대로 감동스러웠어요. 혹자는 너무나 디즈니스럽다 했지만 그게 나쁘기만 한 것 같진 않네요. 영화에서 아이들은 구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스트리드(헤임달 아들)를 메신저로 해서 토르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마지막에는 토르의 힘을 받아 같이 싸우는 위치에 있게 되니까요. 아마 전 다시 한번 보러 갈 것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마블 영화들을 제대로 볼 마음이 들지도....




번외 - '토르 : 러브 앤 썬더'와 LGBT 퀴어베이팅

*미국 GQ 매거진의 기사 - Just how gay is 'Thor : Love and Thunder'를 읽고 참고하여 썼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나탈리 포트만과 타이카 와이티티가 런던 시사회에서 한 대담에서 시작되었다. 퀴어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나탈리 포트만과 디렉터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 시사회에서 ‘토르 : 러브 앤 썬더’를 두고 ‘진짜 게이같으며(so gay)' '완전 게이같다(super gay)'라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 영화가 얼마나 게이스러운지 앞다투어 이야기했다.
영미권에서 gay란 단어는 보통 LGBTQ+전체를 아우러서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감독과 캐스트의 대담은 전 세계의 성소수자 마블 팬들에게 다소 냉정한 짐작과(마블 스튜디오는 11년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이슈는 거의 다루지 않았으므로 여기에는 다소의 섭섭함도 섞여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 문제의 작품을 열어본 결과,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럼 그렇지‘하는 실망과 배반의 감정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당장 많은 언론들이 ’토르 : 러브 앤 썬더‘에서 퀴어를 다루는 것을 그저 또 하나의 퀴어베이팅(Queerbaiting)이라고 성토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가 또 하나의 퀴어베이팅이라는 비판은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블이 11년 동안 꾸준히 제작해 왔던 어떤 작품에서도 - 그리도 수 많은 작품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 한번도 성소수자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테사 톰슨의 발키리는 확실히 바이 혹은 레즈비언으로 영화에서 그려지고 카메오 리타 오라에게 손키스를 하기도 한다. 바위로 이루어진 코르그는 그의 두 아빠에 대해 말한다.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모든 것은 마치 지나가듯 언급되며, 결코 그 언저리에서 더 깊게 들어가거나 하는 '모험'을 시도하진 않는다. 단지 발키리의 수트차림과 코르그가 남친을 만난 것으로 '잘됐네, 잘됐어' 식으로 지나가버린다. 여기에 더해 장난같은 토르와 스타로드의 눈빛 교환 조크를 보고있자면 결국 감독과 배우가 나눈 얼마나 게이한지에 대한 언급은 '동네사람들 보소! 나도 퀴어 얘기 하고 있소!!!!' 라고 소리치는 것과 똑같아 보인다. 많은 퀴어 시청자들,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청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도 이것이 아닐까 한다. LGBTQ에 접근하는 어느 새로운 시각이나 고심하는 일면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또한 퀴어베이팅 대상이 된 캐릭터에 대해서도 문제가 보인다. 수 많은 미디어의 퀴어베이팅 사례에서, 레즈비언은 언제나 항상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성소수자의 문제를 비교적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헤테로 여성들과는 달리, 헤테로 남성들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많다. 이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같은 남성집단으로부터 ’너 게이냐?‘라는 놀림을 받으면 화들짝 놀라고 심지어는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대상으로서의 레즈비언은 언제나 안전한 선택이다. 문제는, 2000년대 이후로 가장 힘 있는 문화적 프랜차이즈로 부상한 마블이 이리도 고리타분한 수법을 썼었어야 했냐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대형 프랜차이즈고, 성소수자 담론자체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보이콧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마블의 무심함, 혹은 무시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많은 쇼와 영화들이 활발히 퀴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시기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물론 늦게나마 퀴어 캐릭터를 반영한 것에 대해 앞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추측은 할 수 있다만, 아직 마블이 퀴어베이팅이 아닌 퀴어의 문제를 능숙히 다루기에는 좀 더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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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무슨의미가
22/07/17 19: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퀴어베이팅(queerbaiting)은 픽션 및 엔터테인먼트에 쓰이는 마케팅 기법으로, 창작자가 동성애 로맨스나 기타 LGBT 표현을 넌지시 내비치지만 실제로 묘사하지는 않는 것을 말한다.

라고 하네요. 저 처럼 퀴어? LGBT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모를 수도 있는 단어라서 찾아봤습니다. 본문의 맥락으로 대략 짐작은 되긴 합니다만......
22/07/17 21:26
수정 아이콘
첨언 감사합니다. 사실 lgbt판 더 깊숙히 가면 거의 해석이 필요한 암호문 수준의 슬랭의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관련 글들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죠.
SigurRos
22/07/17 20:05
수정 아이콘
염소가 첨에 등장해서 뜬금없이 시끄럽게 울길래 뭐지? 했거든요. 귀도 아프고.
그런데 나중으로 가면서 특정 장면이나 음악과 함께 염소들이 우니까 락의 샤우팅처럼 들리더군요. 다 생각이 있었구나 했더랍니다.
22/07/17 21:27
수정 아이콘
염소 처음엔 진짜 울음소리가 엄청 시끄러웠는데 나름 귀엽고 씬스틸러죠. 비프로스트를 스톰브레이크와 끄는 장면은 꽤 멋있었다는…
22/07/17 20:14
수정 아이콘
지금받는 평만큼 구리다고는 생각안합니다..

뭐 좀 재미없긴했지만 ㅠㅠ
22/07/17 21:27
수정 아이콘
저도요. 사실 평이 좀 이상하리만치 가혹하게 나오긴 하네요.
블랙팬서
22/07/17 21:20
수정 아이콘
전 생각보다 재밋게 봤습니다 기대를 안해서 그런가..
22/07/17 21:28
수정 아이콘
약간 쌈마이한 맛을 일부러 엄청 내려고 만든 영화인데, 사람들이 이전의 웅장한 마블을 기억해서 아쉬워하는 감정이 큰 것 같아요.
22/07/17 21:34
수정 아이콘
전 꽤 재밌게 봤다는 걸 가정하고 말씀드리면, 007에 유머를 조금 섞은 정도를 기대하고 갔는데, 실제로 본 건 오스틴 파워이면 조금 평이 박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영화 자체가 엄청 형편 없다기 보다는 관객들의 기대와는 핀트가 조금 안 맞았다?
22/07/17 21:45
수정 아이콘
핀트가 안맞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단순히 요리를 주문했는데 맛이 별로 없었다, 가 아니라 음? 다른 요리가 나왔네? 가 되는 거니까요.
멸천도
22/07/18 13:53
수정 아이콘
그럼 근래에 김치찌개 먹으러가서 진짜 제대로된 김치찌개가 나온 경험이 있어서 더 평이 박했던거일수도 있겠네요
김유라
22/07/17 21:38
수정 아이콘
다들 비슷하네요. 1,2 재미없는거야 모두가 알고 3도 그냥 헬라누님과 레드 제플린 덕분에 멱살잡고캐리해서 잘 뽑힌거지, 되돌아보면 썩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죠. 4도 그냥 비슷한 퀄리티로 뽑힌거죠.

그런데 너무 과하게 노잼, 마블 시리즈는 끝났다 소리 듣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아닌거 같은데...
대박사 리 케프렌
22/07/17 21:41
수정 아이콘
게다가 pc집어넣으니 그거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그러는것도 있고....
22/07/17 21:46
수정 아이콘
여기에는 아마 사람들이 마블에 느끼는 피로감도 어느 정도 있지 않나 해요. 그냥 자신의 마음 속에서 마블의 이야기를 끝내고 싶은 거죠.
푸들은푸들푸들해
22/07/17 21:53
수정 아이콘
마블 노잼 끝났다 이런분들 막상 내용물어보면 토르 닥스 안본분들
22/07/17 23:34
수정 아이콘
원래 뭐든 실제로 안해본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죠 후후
aDayInTheLife
22/07/17 22:58
수정 아이콘
3편이 워낙 좋았어서…
지금 뭐 망작이다! 같은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한창때 페이즈 2-3의 뛰어났던 영화보다는 아쉬웠다고 생각해요. 저는 뭐 이터널스도 괜찮게 봐서..
22/07/17 23:37
수정 아이콘
3편이 대체적으로 평이 좋네요. 일단 케이트 블란쳇의 검은 머리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후후
aDayInTheLife
22/07/17 23:57
수정 아이콘
그거도 그거지만.. 하이 판타지 계열의 토르 1, 2편이 제대로 마블 세계관과 연계되는 느낌이 없었기에 스페이스 오페라를 접목시킨 라그나로크가 인상적이었던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4편의 개그나 다른건 뇌절 느낌이 강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작은 된다는게 제 생각이지만요. 흐흐
푸크린
22/07/18 00:52
수정 아이콘
개봉 전에 막 떠돌던 망작이니 하던 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뇌절이지만 그래도 용인 가능한 수준
22/07/18 09:22
수정 아이콘
개봉 전에는 평이 상당히 안 좋았었는데 저도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네요.
예니치카
22/07/18 01:30
수정 아이콘
북미에서 2주차 드랍율이 -80%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호불호 갈리는 요소가 있는데 불호 쪽이 더 세긴 한 것 같아요.
22/07/18 09:24
수정 아이콘
확실히 불호 의견이 꽤 있더라구요. 근데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어디서 불호하는지 워낙 말들이 많이 갈려서 불호의 원인 파악도 좀 안되네요.
시린비
22/07/18 09:14
수정 아이콘
차라리 넌지시 그냥 그런사람도 있다고 나오는게 낫지 제대로 그들의 생활까지 묘사해야하는지 의문이네요.
코르그나 발키리나 그냥 그러려니했는데 지금 이상으로 더 그들을 묘사해야만한다는게 오히려 더 편견같은데...
뭐 당사자들이 그러자고 하고 있는 거기는 한데... 작품을 보는 한 시청자 입장에선 반대네요
푸들은푸들푸들해
22/07/18 12: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게이하다고느낀거는
발키리가 제우스의 여자 손등에 뽀뽀하는거에 1차적으로 느꼇고
코르그가 남자 코르그;; 만났다는거에 2차였고
집와서 리뷰보는데 염소가끄는 썰매의 무지개임팩트도 그거라더군여
카트만두에서만두
22/07/18 16:41
수정 아이콘
마이티 토르가 무지개 드립치는 것도 있죠
22/07/18 21:55
수정 아이콘
사실 바이프로스트(썰매)는 애초에 북구신화에서도 무지개색이었던거라… 이걸 Lgbt랑 연관짓는 건 좀 무리가 있긴 해요. 그냥 lgbt의 상징색이 무지개라서 얼추 끼워맞추는 것 같은;;
이재빠
22/07/18 18:30
수정 아이콘
인터뷰를 보니 역시 나탈리 포트만이 시리즈를 망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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