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는 재밌다. 마지막 장면까지 재밌더라. 이 영화에 대해 한 줄 평을 하자면 '1편의 매력을 잘 계승한 훌륭한 오락 영화'라고 쓸 것 같다.
마석도는 여전히 슈퍼히어로 같았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은 터미네이터 같은 묵직함이 있다. 이를 두드러지게 연출한 촬영과 사운드의 결합도 훌륭하다. 어찌 보면 고전적인 타격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타격감은 여전히 유효하고, 마석도의 매력과 어우러지면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진짜 뻥뻥 터지는 타격감이 끝내준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도 좋았다.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기반에 둔 유머들은 익히 아는 맛이지만, 여전히 재밌더라. 안정적인 맛을 선사하는 유머들이 자칫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는 영화의 무게 중심을 편안한 쪽으로 옮겨준다. <범죄도시2>가 범죄 영화지만, 누아르는 아니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 <리썰 웨폰>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뻔뻔한 표정으로 어이 없는 상황을 연기했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오르더라.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
너무 리얼하면 대중성을 얻기 어렵다. 훌륭한 범죄 누아르이지만,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 시리즈를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많이 추천했고, 많이 욕먹었....) 반대로 너무 판타지로 흘러가도 별로다. 특히 범죄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우리나라 관객의 취향상, 과도한 판타지는 환영받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적당히 리얼하면서도, 적당히 판타지가 섞여야 한다. 이 균형을 잡지 못했던 범죄 영화들이 떠오른다. <청년경찰>이라든가, <마약왕>이라든가...
<범죄도시>는 1, 2편 모두 이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했다. 소재는 리얼하게, 디테일은 판타지스럽게.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게다가 그 범죄 장면을 과감하게 보여줌으로써 리얼함과 공포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사람이 마석도다. 슈퍼히어로. 리얼한 범죄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너무나도 판타지스럽다.
<범죄도시2>는 뭉개고 갈 수 있는 부분을 거리낌 없이 뭉개고 간다. 예를 들면 납치 당한 최춘백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쨌든 영화에서는 그걸 해냈다고 치고 넘어간다. 마지막 버스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이 지점에서 리얼함을 추구하는 게 옳을까? 오락 영화에서? 아니다. 나는 이런 뭉개기야 말로 영리한 각본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2절과 뇌절 사이
<범죄도시2>는 재밌다. 재밌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아쉬움이라기보다는 걱정이라고나 할까? 1편과 비슷한 캐릭터 구성, 비슷한 전개, 비슷한 결말... 그게 이번까지는 먹혔다. 그런데 다음에 또 이러면? 그래도 먹힐까? 노출이 잦으면 식상함을 피할 수 없다. 2편에서도 아슬아슬햇다. 2절과 뇌절 사이라고나 할까? 뇌절까지 가진 않았지만, 다음에 또 이러면 명백하게 뇌절이 될 것 같은 기분. <범죄도시2>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3편이 더 기대된다. 과연 뇌절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투캅스> 시리즈와 <공공의 적> 시리즈를 뛰어 넘는 한국 최고의 형사물 시리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덧. 타격감이 좋긴 한데 사운드가 좀 과한 면이 있더라. 정말 마동석 주먹에서 총소리가 난다;;;
덧2. 이 시리즈가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얼마나 매력적인 빌런을 창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강해상은 장첸에 비해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눈빛도 액션도 강렬했지만, 서스펜스를 유발하진 못했다. 반면 장첸은 확실히 분위기로 조지는 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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