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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16 15:24:31
Name 런펭
Subject [일반] 늬들은 애낳지마라.....진심이다... (수정됨)
인터넷 유명한 결혼 밈을 제목으로 한 번 가지고 와 봤습니다.

이 글은 육아휴직하면서 시쳇말로 독박육아(단어의 적절성은 제쳐둡니다.)를 하고 있는 한 남자의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1.

이 정도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 시작했습니다.

진짜 집에서 지원 하나도 해주지 않고, 불알 두 쪽만 가지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지 5년.

그래도 부부 둘 다 정년 보장된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절반은 대출이지만 괜찮은 아파트도 장만했으며,

코로나 전에는 한 달에 1~2회는 친구들 만나러 일본에 주말에 놀러가도, 밤새 술 마시고 친구들 집에서 자도,

다른 친구들과 동남아를 놀러가도 쿨하게 이해해주는 와이프와 알콩달콩 사는 재미에 빠져 있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와! 난 결혼 잘 했다 싶었습니다.


2.

결혼 전 부터 딩크였으며, 결혼 후 5년이 지나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두 줄]

와이프는 못 낳겠다고 펑펑울고, 전혀 아이를 기대하지 않았던 양가 어른들은 만세를 부르는 열 달이 지났습니다.


3.

임신 생활도 무탈하게 지나갔습니다.

물론 제가 그 힘듦을 논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요.

그 흔한 입덧도, 다른 문제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열 달이 지나고 예쁜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 때부터 힘든 일이 많았지만, 이건 위에서처럼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남자의 시선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가겠습니다.

집에 오면 6시, 제가 오면 밥 하고, 집안일하고, 아기 씻기고, 재우고까지 전부 도맡은 그 6개월이 육아에서 가장 편한 시간이었다고만 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6개월 차, 육아 우울증이 가볍게 온 와이프를 대신해서 제가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됩니다.



4.

그리고 육아휴직이 2/3이상 지난 지금 육아에 대해 친구들이 저에게 물을 때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야. 너 인생이 쉬워? 그럼 낳아."]

하루종일 아이랑 붙어있는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진이 빠지는 일입니다.

직장에서는 하루종일 일 한다고 해도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이 있는법인데, 육아는 그렇지를 않습니다.

아이가 잠깐의 낮잠을 잘 때는 밀린 집안일... 아 식세기 이모님께서 계시지 않으셨다면 훨씬 지옥을 봤겠지요.

그리고 일단은 제가 전업주부니, 와이프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서 저녁식사 준비 등등등


갑자기 와이프가 "미안해! 나 30분 늦을 것 같아!" 라고 연락이 오면 화부터 나게 됩니다.

아니 5시부터 8시까지는 애가 피곤해서 짜증내는게 극에 달하는데 그 시간에 나보고 30분을 더 보라고?! 이렇게요.

결혼하고는 한 번도 싸운적이 없는 부부입니다만, 아이 낳고는 얼마나 싸웠는지요...


오로지 저한테 주어진 제 개인시간은 아이가 잠든 8시 30분부터 제가 잠드는 시간 11시 사이입니다.

그 2시간 30분 사이에 누가 방해를 하게 되면 화부터 나게 되는 현상이 생겨요.



5.

아이가 예쁘냐 안예쁘냐 라고 물으면 당연히 예쁘기야 합니다. 저를 쳐다보는 눈빛, 불안할 때 뛰어와서 안기는 모습, 환하게 웃는 모습

전부  예뻐요(짜증낼 때는 말구요!!!)

그런데 지금도 아이 있는 삶 vs 아이 없는 삶을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안정되고 행복한 삶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이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행복해서가 아니라, 낳았으니 책임을 져야하니 육아를 하게 되네요.

다른 직업에도 어울리는 사람의 성향이 있는 것처럼, 육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회복하는 사람한테는 육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도 육아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전 열변을 토합니다.

[애 낳을지 고민이라고? 1. 퇴근하고 나면 인생이 너무 심심하다 / 2. 주말에도 힘이 남아돌아서 몸이 근질근질하다 / 3.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만큼 돈이 많다. 그럼 낳아. 안그러면 지금도 악몽인 인생 난이도가 불지옥이 될껄?"]


덧붙여

6. 육아하면서 제일 힘든점이라면 역시 기왕 낳은 아이니 내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하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완벽하게 키워야 한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긴 규칙이 몇 가지 있는데

1. 아이가 깨어있는동안은 스마트폰, TV는 아예 보지 않고, 책을 읽고 읽어준다.

2. 어른 반찬은 몰라도 아이의 메인 반찬은매끼 새로 만들어 준다.

3. 하루에 3시간 이상은 비가 오지 않는 선에선 야외 활동을 한다.

4. 최대한 절약해서 돈을 더 모아서 학군지로 이사를 간다.(지금은 신도시라 학군이랄게 없습니다.)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부부 둘일 때는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 아이가 생기면서 여러 규칙이 새로 만들어지니

많이 힘들어지는 이유중에 하나가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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