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2/12 19:06:02
Name 노익장
Subject [일반] 어디까지가 '우리'인가?
소셜믹스에 대해 한때 말이 많았어요. 이는 비교적 풍족한 이들이 사는 아파트에 경제적 약자들이 임대 아파트 등으로 함께 섞여 살도록 국가에서 지원하고 강제하는 정책이죠. 이 정책이 경제적 약자들의 생활개선과 계층이동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어요. 사회전반을 고려할 때 소셜믹스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빈곤층에게 도움이 되는 성공한 방안일거에요.

하지만 소셜믹스에서 빈곤층과 같이 살게 되는 중산층 집단의 반발도 있었어요. 소위 빈곤층과 중산층에는 아비투스-생활양식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고,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소득수준별 범죄율의 차이도 유의미하게 발견되니 이들 중산층에게는 민폐끼치고 위험한 이들이 바로 주변에 있게되는거죠. 그리하여 이들은 처음에는 소셜믹스를 반대하고, 이후에는 서로를 구별짓기 위해 담장을 설치하거나 단지 내 시설 이용을 제한했어요. 이런 행동에 대해 외부의 시선은 따가웠죠. 인정머리 없는 것들이라면서요.

최근에는 난민 이슈가 있었어요. 예멘 난민이나 아프간 난민등을 수용하는데 있어 수용지의 주변 거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죠. 어느 지역에서는 이슬람 사원 건립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어요. 그들의 문화는 한국의 문화와 이질적이고 그들은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서였죠. 이런 반발은 앞선 사례와는 달리 타지역 거주민들의 질타를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반대하는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죠.

이 같은 반응의 차이는 핍박받는 이들이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인가'하는 지점에서 비롯된 것일 거에요. 소셜믹스의 경우 빈곤층은 문화적 차이, (상대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보호의 대상이지만 난민은 그렇지 않은 외부인인거죠. 그리고 그 우리의 울타리를 만드는 건 한국이라는 국적일테구요.

그런데 그 국적이란 울타리는 정당하고 안전하고 튼튼한걸까요? 소셜믹스 대상인 중산층 입장에서 빈민은 난민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각자가 한국어로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대화일까요? 울타리를 넓히거나 줄이는 건 안될까요? 가령 서울시민, 강남구민, 청담동민만을 '우리'로 여기고 윤리적 온정주의의 대상도 그들로 한정짓는 것은요? 아니면 세계시민주의에 의거하여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를 동등한 배려의 대상으로 하는 건 어떨까요?

소셜믹스에 반대하는 거주민들을 비난하면서 난민에 대한 배격을 말하는 이들의 윤리적 정당성은 어디에 있는걸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2/12 19:09
수정 아이콘
세금울타리?
노익장
22/02/12 19:14
수정 아이콘
그렇다기엔 한국에 살면서 세금을 내는 이들-외국인 노동자라든지-에 대한 시선도 자국민에 그것보단 곱지 않죠...
ioi(아이오아이)
22/02/12 19:10
수정 아이콘
치와와, 진돗개, 리브리버, 불독 같은 거라고 봅니다.
같은 개지만, 서로 다르죠.
라떼는말아야
22/02/12 19:12
수정 아이콘
심오하면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주제네요. 시니컬한 댓글이 안달리면 좋겠어요.
김재규열사
22/02/12 20:42
수정 아이콘
바로 밑에 달렸네요
제주삼다수
22/02/12 19:17
수정 아이콘
정우성 생각나네요
뭐 상류층 입장에선 자국빈민을 난민보다 더 우대해줘야할 가치를 못느끼긴 할겁니다 크크크
노익장
22/02/12 19:25
수정 아이콘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영국의 지배층이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자부하면서 자국의 빈곤층보다 국제 불평등에 관심이 많다고 저자가 언급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상류층 입장에선 빈민이나 외국인이나 일상에서 보기 힘든 건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관념의 대상인거죠
VictoryFood
22/02/12 20:27
수정 아이콘
공동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요.
전근대 시대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시/촌락을 벗어나서 살 수 없었고 우리는 도시/촌락이었습니다.
근대 이후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거주이전의 자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도시/촌락을 벗어났지만 국가로 제한이되었고 우리는 국가로 확대되었죠.
난민이나 외노자 들이 우리에 속하지 못하는 건 그들이 우리 공동체를 벗어나기 쉬운 사람들이라서 그렇다고 봅니다.
그들이 국가 기준의 우리에 소속이 되는 것보다는 우리가 지구 단위로 확대되는 것이 더 빠를 거 같습니다.
DownTeamisDown
22/02/12 20:35
수정 아이콘
사실 국가라는게 중요한건 국방이라는 체계때문이죠.
국가를 방위하는데 누구하고 같이 할것인가의 문제 라는거죠.
단순히 한국에서 돈 번다 아니다 라고만 할 수 없을겁니다.
22/02/12 20:39
수정 아이콘
피아 규정이 정치로서의 정치 그 자체죠.
22/02/12 21:03
수정 아이콘
당장 외계인이 처들어온다면 난민도 외노자도 모두함께 위아더월드 할수있을겁니다. 작게는 아파트, 넓게는 국가, 지구라는 상상된공동체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역할을 하고요. 윤리적 정당성이 나와 내가족의 목숨보다 앞선 가치일까요...? 난민을 배격하는건 아직까지 국가라는 공동체안의 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을 안전하다고 여기지않기 때문이겠죠.
규범의권력
22/02/12 21:09
수정 아이콘
"우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야 논리보다는 감성의 영역이니까요. 애초에 우리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적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읽음체크
22/02/12 22:42
수정 아이콘
대다수 국민들에게
소셜믹스는 "너네"아파트
난민은 "우리"나라
-안군-
22/02/12 23:16
수정 아이콘
민족, 종교, 사상 등이 공동체의 결속성을 강력하게 구속하던 20세기때만 해도 "우리"라는 말은 굉장히 강력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죠.
뭐랄까... 마치 수련회에서 부모님 은혜 어쩌고 하면 괜히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나듯이 "우리"라는 말도 그정도의 파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러한 가치들은 점점 퇴색되거나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었고, 그와 함께 "우리"라는 말의 힘도 그만큼 떨어진 거라 봅니다.
이젠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집단이 아닌 이상은 그냥 배척해야 할 대상 내지는 경쟁상대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세대, 성별, 지역, 소득수준, 학벌, 직업군... 등등 모든 분야해서 편을 갈라 싸우고 있죠.
12년째도피중
22/02/12 23:49
수정 아이콘
피부, 민족 같은 사람. 역사의식 공유. 가급적 성별도 일치. 세대도 한 세대 이상 벗어나면 안됨.
재산은 나보다 부자인거 티내는 사람 제외. 내가 쓰는 정도 갖고도 잘산다고 말하는 사람 제외.

...라는 것 같은 느낌. 분열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중같습니다.
Promise.all
22/02/13 12:25
수정 아이콘
더 넓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동물 더 나아가 환경까지도 확대되죠. 육식문화에서 보호해야 할 동물들, 혹은 산림파괴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까지.
좁은 울타리일수록 편안하고 안전하죠.

그말인즉슨 작은 울타리에서도 편안하지 못한다면, 확장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우리에 포함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투쟁이죠. 확장과 집중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정치이니까요.
결국 심적인(결론적으로 물질적인) 여유가 연대의 너비를 결정하는게 아닐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035 [일반] <리코리쉬 피자>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라라랜드(스포!) [6] aDayInTheLife6706 22/02/13 6706 3
95034 [일반] 비알레띠 뉴브리카 모카포트 19일 사용기(짤 주의) [34] 판을흔들어라8747 22/02/13 8747 5
95033 [일반] 그냥 이민 논의나 하는게 좋다는 생각 [126] 이연진15547 22/02/13 15547 14
95032 [일반] 20대 여성의 8%가 응답했습니다. [201] KOS-MOS25175 22/02/13 25175 7
95031 [일반] 심금을 울리는 [Mega Man] 기타 커버 [8] 지켜보고있다7866 22/02/13 7866 3
95030 [일반] [드라마 리뷰] 내 편견을 깨준 작품 '유 레이즈 미 업' (스포는 약간) [2] 마음속의빛6864 22/02/13 6864 1
95029 [일반] 연애 못하는 남자들 [124] 2004년25796 22/02/12 25796 19
95028 [일반] 동계 올림픽때 일어난 대한민국 최대 흑역사.JPG [113] 독각21500 22/02/12 21500 50
95027 [일반] 언론의 책임과 악의 - 코로나19에 대해 [71] SkyClouD12921 22/02/12 12921 26
95026 [일반] 어디까지가 '우리'인가? [16] 노익장7945 22/02/12 7945 4
95024 [일반] 새로운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13] singularian13795 22/02/12 13795 8
95022 [일반] (스포) 카이바의 서사의 완성. - 유희왕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디멘션즈 - 감상문 [8] 원장11497 22/02/12 11497 2
95021 [일반]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별기획 - 배캠이 사랑한 음악 100(2) [11] 김치찌개8112 22/02/12 8112 16
95020 [일반] 우크라-러시아 관련 CNN 보도 및 청와대 NSC소집, 외교부 긴급 발령 등 [54] 아롱이다롱이13885 22/02/12 13885 10
95019 [일반] [곁가지 올림픽 이야기] 사라졌던 중국 여성 테니스 스타가 올림픽 수호 천사가 되어 돌아왔다. [14] speechless10320 22/02/12 10320 6
95018 [일반] 제가 결혼이란걸 할 수 있을까요? (2) [13] 땡나8929 22/02/11 8929 14
95017 [일반] 지하철 시위.... 정말 할말이 없다.... [264] 닉넴길이제한8자19735 22/02/11 19735 61
95016 [일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 - [랜도너스] [14] 물맛이좋아요8086 22/02/11 8086 6
95015 [일반] [성경이야기]이스라엘 vs 가나안 북부 하솔 연합군 [7] BK_Zju12578 22/02/11 12578 28
95014 [일반] (스포주의) 코드 기어스 시청 소감문 [100] 원장10833 22/02/10 10833 6
95013 [일반] [직장생활] 사내 익명 게시판이 확대된 이유 [52] 라울리스타18782 22/02/10 18782 13
95011 [일반] 기억에 남는 베이스기타가 인상적인 곡들 BEST (락/메탈 소음주의) [35] 요한나15180 22/02/10 15180 5
95010 [일반] 관심사 연표를 공유합니다(문학, 영화, 철학, 음악, 미술, 건축 등) [20] Fig.16776 22/02/10 6776 2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