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1370년대 부터 1380년대 사이에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여기서 '실화'라는 단어는 굉장히 애매하고 오묘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세개의 시선으로 하나의 흐름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세번째 장을 가리고, 세번째 장을 이야기의 비장의 수로 쓰는 구성을 짜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찌보면 일종의 속임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첫번째 카루주의 이야기, 두번째 르 그리의 이야기를 보면 관객들은 어떤 종류의 '진실'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세번재 이야기, 마르그리트 부인의 (그리고,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야기를 보면 이야기를 보는 틀이 달라지게 되거든요. 물론 개인적인 의문은 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한 책을 영화화했기에, 사실로부터 영화까지의 거리는 꽤 먼 셈이고, 그렇기에 이게 '진실'맞나? 싶은 생각은 들 수 있겠지만요.
개인적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님의 역사물을 볼때 마다 호불호가 갈릴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때때로 주인공 캐릭터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이나,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이나 어떤 측면에선 당시 급진적인 사상이라기 보단,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이 느끼기에 '민주적'이고 '공정한' 캐릭터가 되는 측면에 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도 몰입을 잘 하게 되다가도 한 부분에서 '잠깐?'하고 멈춰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대사 한 줄이 좀 걸리더라고요. 중세시대 여성이 하기엔 너무 급진적이지 않나? 싶은 대사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명예와 기사도에 대한 물음인 동시에, 여성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화의 무게 때문에 완전히 영화적인 엔딩을 안겨주거나 혹은 감정적인 마무리를 줄 수는 없었지만요. 그 '기사도 정신'이니 혹은 '명예'라는 것은 실제의 삶과 생활에는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큰 의문을 던져줍니다. 때때로는 이런 질문에 대해서 조롱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영화의 중심 갈등은 두 캐릭터지만 영화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마르그리트입니다. 미묘하게 어긋난 두 개의 관점은 영화의 핵심을 빗겨나가고 있지만, 마르그리트의 이야기는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짚자면, 영화에서 마르그리트가 전면에 나서는 시간이 좀 짧습니다. 객체에서 주체로 올라오는 임팩트는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지만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에서 극을 주도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아요.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2/3을 투자해서 두 캐릭터의 갈등을 묘사한 뒤, 마지막 1/3에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 마르그리트를 중심에 내놓는 영화거든요. 하지만 이 마지막 1/3 지점에서도 중간까지는 마르그리트는 수동적 캐릭터로, 봤었던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좋은 구성이라고 얘기했지만, 이야기가 조금은 느슨해지는 지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본인의 필모그래피에 <델마와 루이스>를 잇는 한 줄을 더 써넣었습니다. 물론 불후의 명장면과 함께 남은 <델마와 루이스>만큼 좋은 영화는 아닐진 몰라도 이번 영화도 꽤 만족스럽게 보실 분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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