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60일 제재가 드디어 해제되었군요. 정말 긴 시간입니다.
공유하고 싶은 소식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았는데 아무튼…
오늘은 프랑스 외교잡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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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프랑스의 지정학적 전통은 아주 오래됐다. 옛날부터 유럽의 강대국이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 또한 영미권 못지 않게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싱크탱크와 학회 등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한다. 물론 자국의 안보와 이익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동-레반트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도 꽤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2.
사실 프랑스와 동아시아의 관계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8세기 청나라의 황실과 교류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은 상당수 프랑스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들 선교사들은 청나라를 발전되고 계몽된 나라로 묘사하였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자국의 비합리적인 관습을 비판하기 위해 중국을 모범사례로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상인들이 중국에서 가져온 도자기 등과 같은 사치품은 프랑스 귀족들을 열광시켰으며 중국풍을 의미하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3.
유럽 최초의 포괄적 중국개설서는 1735년 프랑스 예수회 학자 장 밥티스트 뒤 알드(Jean Baptiste du Halde)라는 사람이 저술했다. 그는 하은주에서부터 당대 청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의 역사, 그리고 당대 중국의 정치/지리/문화/과학/종교 등을 세밀하게 조사하여 방대한 책을 남겼다. 당대 중국에 대한 가장 자세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으며, 서양의 후대 학자들도 이 책을 참고했다. 실제로 이 책은 프랑스에서 출판된지 3년만에 곧바로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영국인들도 이 책을 기초로 하여 중국을 이해했다고 한다.
4.
이와 같은 전통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번달에 발간된 프랑스 외교잡지 중국 특집호를 보면 분량은 많지 않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수준이 매우 높다. 특히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이해를 돕고 있는데, 프랑스적 전통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프랑스 책 "르몽드세계사", "지도로 보는 세계정세" 등은 모두 지도와 인포그래픽을 활용하여 복잡한 정치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금번 중국특집호 또한 지도와 인포그래픽을 활용하여 여러 정보를 보여주는데, 가령 현재 중국의 국무위원 프로필, 또는 2018년부터 오늘날까지 미중무역갈등의 주요 타임라인, 혹은 주요 UN 기구의 요직을 맡고 있는 중국인 리스트를 한 눈에 보여준다. 아울러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의를 둘러싼 쟁점을 한 눈에 보여주는 지도 또한 삽입하고 있는데, 덕분에 중국이 왜 신장과 티베트에 집착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5.
금번 중국특집호는 크게 중국전문가들이 기고한 칼럼과 중국전문가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와 기술 그리고 주변국과의 관계 등 아주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한된 지면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루다보면 보통 내용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해당 잡지는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내용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각종 인터뷰의 질문 수준이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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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역사 다시쓰기 관련
- 몇년전 부터 중국은 자국의 역사가 이집트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러한 역사 다시 쓰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이러한 역사 다시쓰기를 어떻게 정당화하고 어떤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가?
- 모택동에 대한 비판은 금지되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의 과오를 다시 축소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 이러한 역사 다시쓰기에 대한 반발은 있는가?
- 당신은 중국이 더 이상 "위대한 문명"이 아니며 그 미래가 암울하다고 하였다. 왜 그러한가?
- 2012년 중국 18차 전당대회에서 "문명"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나왔다. 그 후 이 단어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문명이라는 단어가 오늘날 중국에서 쟁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중국문명은 현재 공고하며 국가는 아주 빠르게 발전했다. 이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는가?
■ 중국의 감시사회 관련
- 중국은 안면인식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카메라 수백만대를 설치했다. 2021년 오늘날 현황은 어떠하며 현재 개발중인 프로젝트는 또 무엇이 있는가?
- 감시 관련 중국 정부 입장에서 쟁점은 무엇인가?
-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중국인들의 반응은 무엇인가?
- "사회적 신용점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정부에 반대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는가?
- 중국에 체재하고 있는 외국인은 어떠한가? 우리도 중국 감시망을 우려해야 하는가?
- 중국 밖에 거주하는 화교가 많다. 중국 밖에서 감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 디지털 화폐 또한 감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 코로나19가 이러한 감시사회로의 전환을 촉진시켰는가?
- 디지털 감시의 긍정적인 면도 있는가?
- 중국은 디지털 감시기능을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 미중무역 분쟁 관련
-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한 이래 바이든 행정부 또한 이와 같은 경제적 압력을 동맹국과 함께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같은 대결의 결과는 무엇인가?
-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을 시정하겠다고 했다. 오늘날 현황은 어떠한가?
-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는 어떠한가? 그 지위가 중국의 무역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중국의 일대일로, 그리고 RCEP 체결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는 수단이 될 수 있는가?
-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새롭게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 반도체 분쟁 관련
- 2016년 시진핑은 기초기술의 대외의존도가 중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 반도체는 중국과 미국의 기술경쟁의 핵심이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갈망하는 기술을 얻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왜 이토록 중요한가?
- 중국은 1980년대부터 반도체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금까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 중국이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기술을 빌려올 수도 있는가?
-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도약을 얼마나 지연시키고 있는가?
- 중국은 2030년 경 AI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이고, 수단은 무엇인가?
- 중국이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 기술분야는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성과는 어떠한가?
■ 티베트 문제 관련
- 2020년 시진핑은 티베트에 현대적인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몇 가지 대규모 인프라 계획이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현대화 사업은 무엇인가?
- 중국이 해당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수력발전소 등은 주변국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은가?
- 티베트는 물의 요새일 뿐만 아니라 광물과 삼림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입장에서 경제적/전략적 가치는 무엇인가?
-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독립의 상징이다. 달라이라마 후계자 선정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가?
- 티베트망명 정부가 중국 상대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가?
- 티베인들의 일상생활은 신장위구르에 비하면 어떠한가?
- 티베트인들의 문화는 현재 위협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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