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현실적이다. 번대기 앞에서 주름잡고 있으니 웃기지만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결혼이라는 단어가 마냥 남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온다. 나랑 같이 게임도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많이 하면서 시간 정말 많이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예비신부 이야기를 할 때 지어지는 미소를 보니 어쩌면 저게 진짜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던차

"형도 결혼 할거죠? 왜 이렇게 소식이 없어요? 여자친구는 있고?"

"여자친구는 내가 미술시간에 뚝딱뚝딱 지점토로 만들듯이 만들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 설명을 몇 번 해도 못알아들어. 상대부터 찾아야지 상대부터. 형도 결혼 할거야 언젠가!"

말은 쉽게 뱉었지만 사실 결혼은 나에게 있어서 만리정도 떨어진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공상과학같은 이야기를 주제로 하하호호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는 척하며 들어줄 수는 있지만 뭔가 자신있게 대화에 끼어들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유부남과 예비신랑이 스드메부터 축의금배분, 신혼여행의 유무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수업준비를 하고 다 마치면 조용히 게임에 접속해서 오늘의 숙제를 마친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마음만 먹으면 결혼하기 쉬워~ 남자교사잖아?"

"교대에서 연애 못하면 바보지 바보~ 설마...?"

이런말도 한 두번이지 듣다보면 지겨워서 귀지가 앉은데 또 앉는다. 우선 연애자체가 비현실적이라 느껴진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맞아서 누군가를 좋아하게되는 일 자체가 언젠가부터 기적이라고 느껴졌다. 진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겠구나. 아직도 철이 안 들어서 나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고 앉아있다. 내가 간접적으로 겪은 결혼과 연애는 결국 하스스톤 1:1매칭 시스템과 크게 다를바가 없는데 말이다. 결혼을 하면서 돈이 얼마드니 생활은 어떻게 하니 집은 어쩌니하는 말만 듣다보니 소위 말하는 현자타임이 약간 온다. 내 사랑은 아직도 분식집에서 떡볶에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것에 머물러있는데 해야할 사랑은 어느덧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수줍게 반지건내며 청혼하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모자란 점이 점점 더 보이기 때문이다. 모아놓은 돈도 딱히 없는데 무슨 결혼? 그리고 나같이 게임 좋아하는 사람을 도대체 어떤 사람이 끼고 살려고 할까. 무뚝뚝한 성격이라 아내를 챙길 사람도 아니고 장인 장모님한테는 더더욱 데면데면할텐데. 차라리 결혼 안 하는게 남의 집 귀한 딸 망치지 않는 거 아닐까? 사실 자기합리화라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음 그럴싸 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스스톤 일대일 매칭에서 나는 브론즈라니까?

계급도 낮은 주제에 또 보고 들은게 있다고 상대방도 그렇게 따진다. 나랑 뭔가 대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잘 웃는 분이셨음 좋겠고 내가 내성적이니 활발하셨으면 좋겠다. 나랑 퇴근 시간도 비슷했으면 좋겠고 등등등 참 불평불만도 많다. 이러니 무슨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겠는가. 게다가 집값이랑 기타 혼수비용 보고 바로 GG쳤다. 이런 결혼을 나랑 20대의 전부를 보낸 너희들은... 어떻게 한 거야?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아닌데. 내 동생들은 언제 어른이 된거지?

참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의미없게 두서없게 글을 썼습니다만 어쩌면 여기에 가장 조언해주실 분들이 많아서 적어보았습니다. 결혼... 어떻게 하셨나요? 이 비현실적이고 기적에 가까운 일을 어떻게 해내셨나요 선배님들. 막상 나의 일이 아니라고 피해왔지만 조만간 나의 일이 될 것도 같아서 부끄럽지만 글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