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의 새 걸그룹 에스파가 데뷔하고, 슬슬 kpop 걸그룹의 새 시대가 열리는 분위기입니다. 에스파 뿐 아니라 바로 얼마 전에 데뷔한 블아필 걸그룹 스테이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고, 빅히트도 신인 걸그룹 오디션을 준비 중이죠.
다만 블랙핑크, 트와이스로 대표되는 3세대가 저물어 가느냐?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1세대, 2세대와 비교해서 케이팝 산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아이돌의 수명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케이팝 아이돌로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로 거듭난 이후, 케이팝의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돌의 중요한 조건 한가지가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같은 ‘월드클래스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죠.
이것은 케이팝 부흥의 장기적인 지속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케이팝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정도의 세계적인 대히트 사례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뒤를 이를 그룹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그룹도 다음 세대 케이팝의 대표 아이돌이 될 수 없고, 애초에 다음 세대(4세대)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그 다음은???
이것이 현재 케이팝 산업 전체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케이팝 산업에 몸 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이 중요한 숙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돌판은, 이제 완전히 ‘제2의 블랙핑크’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청순, 큐티 컨셉은 자취를 감추고, 걸크러쉬 컨셉이 완전한 주류로 올라섰고 거기에 단순한 블랙핑크의 아류가 아닌 어떤 차별화를 만들어내느냐가 걸그룹 경쟁에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바로 '유튜브 조회수'입니다.
케이팝과 유튜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사실상 케이팝의 세계적인 부흥을 이끈 핵심적인 요인이 유튜브이며,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야말로 케이팝 산업이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케이팝 산업에서도 넘사벽의 천상계에 존재하는 그룹이라는 확실한 증명도 이 유튜브 조회수를 통해 드러납니다. 두 그룹 모두 유튜브 조회수 10억뷰 이상의 곡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고, 특히 올해 발표한 How You Like That과 다이너마이트는 기존 조회수 추이를 갱신하며 10억뷰 돌파에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중 방탄 블핑에 이은 유튜브 조회수 3위의 그룹인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가 발표 후 1년 동안 2억 8000만~2억 9000만 정도의 추이로 3억이 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방탄블핑과 나머지 케이팝 그룹의 차이가 넘사벽임을 알 수 있죠.
방블급 월드클래스 케이팝 아이돌... 이라는 하나의 표준.
그렇습니다. 바로 유튜브 ‘10억뷰 클럽’입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다음으로, 유튜브 ‘10억뷰 클럽’에 가입하는 케이팝 아이돌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케이팝 산업의 흐름을 보면서 가장 주목해서 살펴보아야 할 최대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SM의 신인 에스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SM은 1세대~2세대까지 케이팝 산업의 절대적인 1인자 회사로 군림해왔습니다. HOT,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라는 그 시대 최고의 아이돌을 성공적으로 꾸준히 제작해내며, 케이팝 산업의 최강 기업으로 위세를 떨쳐왔죠. 하지만 3세대 아이돌 판에서 그 위세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걸그룹 판에서 트와이스와 블랙핑크에 밀려버렸고 흔들림 없을 거라 믿었던 보이그룹 판에서 방탄소년단 이라는 괴물이 등장해 버렸습니다. 이제 더이상 1위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시총으로 따지면 (빅히트가 새로 가세한)4대 대형 기획사 중에서도 SM이 꼴지입니다.
이런 상황에 등장한 SM 신인 걸그룹 에스파.
앞에서 언급한 대로, 관건은 유튜브입니다. SM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천상계의 성공을 이룬 이후로, 꾸준히 그들의 성공을 의식하고 그들과 같은 성공을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빌보드 차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시도(와 몇가지 논란이 된 무리수)를 해왔고 이번 에스파의 데뷔곡 뮤직비디오는 명백히 유튜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시킨, 엄청난 연구와 고민의 산물임을 알 수 있는 결과물로 나왔습니다.
네, 정말 굉장한 뮤직비디오가 나왔습니다. 표절이라든가 안무장면에서의 노골적인 카메라 구도라든가 시끄러운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과물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좋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만들면 조회수가 잘 나오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정답지 같은 뮤직비디오입니다.
곡, 안무, 시각 컨셉, 연출, 돈 쓴 티가 팍팍 나는 화면 때깔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뮤직비디오입니다. 특히 가장 놀란 건 화면 때깔인데, 저는 이 분야는 워낙에 YG가 독보적이라서 다른 기획사에서 YG의 뮤직비디오와 필적하거나 넘어서는 화면 때깔을 보여주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라고 줄곧 생각해 왔기에 충격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한창 표절이니 뭐니 논란이 되고 있는 KDA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수만과 SM의 기획자들이 KDA의 팝스타 뮤직비디오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의문입니다. 왜 KDA를 따라 하는 뮤직비디오가 ‘이제서야’ 나왔단 말인가?????
앞에서 던진 질문... 케이팝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만들면 조회수가 잘 나오는가? 이 문제의 정답지는, 에스파의 블랙맘바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제 생각에는 KDA의 ‘팝스타’ 뮤직비디오였습니다. 저는 몇 년 전 KDA의 팝스타 뮤직비디오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보자마자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와, 이제 전부 이거 따라 하겠구나.’
뮤직비디오를 KDA의 팝스타 같은 스타일로 만들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고(조회수), 그것이 제 2의 방탄, 제 2의 블핑이 탄생하는 기반이 되는, 너무도 명확한 해답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걸 따라 해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시도가 KDA의 팝스타가 나온 지 2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나오다니. 물론 에스파의 기획 자체는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을 테니 이 정도 시간이 걸려서 (KDA를 따라 한)이런 결과물이 나온 게 시기적으로 크게 늦은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따라 하는 것도 그냥 따라 하는 게 아닌, 정말 ‘잘 따라 하는 게’ 중요하죠. 어설픈 베끼기나 아류가 아니라, KDA 스타일을 제대로 ‘이식’해서(표절이라는 논란이 따라붙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을 더 발전된 형태와 완성도로 선보이는 것. 이것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결국 이 쉽지 않은 작업을 완성하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을만한 역량은 대형 기획사에 있는 것이고, 신인 걸그룹이 나올 시점이 된 SM이 바로 이 ‘해답지’를 냉큼 손에 쥐게 된 것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물 ‘블랙맘바’는 기대보다 더 대단하고, 훌륭합니다.
사실 KDA의 팝스타 뮤직비디오에는 명확한 약점이 한 가지 있죠. 안무가 너무 별로입니다. 케이팝 아이돌 콘텐츠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안무의 완성도인데, CG 캐릭터가 보여주는 팝스타 뮤직비디오의 안무 장면은 그냥 한마디로 ‘허접해요’. 블랙맘바는 그 부분을 단순 보완한 정도가 아니라 이 뮤직비디오의 최대 하이라이트 요소로 삼아 버렸습니다. 사비 부분에서 바닥을 짚고 주저앉는 강렬한 안무. 카리나의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과 파격적인 안무 동작을 중심으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의 움직임(노골적인 몰카 구도라고 욕도 먹도 있지만). 그야말로 케이팝 뮤직비디오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장면 하나로 조회수 5억뷰 보장, 땅땅! 이런 느낌이랄까요.
네, 조회수, 터졌습니다. 24시간 만에 2100만뷰 돌파입니다. 방탄 블핑에 이은 유튜브 3인자인 트와이스가 올해 발표한 두 곡 보다도 더 빠른 추이입니다. 프로모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탄 블핑 말고는 프로모 안 하는 그룹이 없고, 프로모 한다고 전부 조회수가 이렇게 나오는 건 아닙니다. 기록은 기록인 것이죠.
데뷔곡으로 단숨에 유튜브 3인자로 등극해버리는 위력! 이 ‘정답지’의 위력은 이렇게도 강력한 것입니다.
3인자가 되었다면, 이제 1,2인자인 방탄 블핑을 따라갈 태세는 갖추어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제 2의 방탄? 제 2의 블핑?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에스파가 앞으로 매번 발표하는 앨범에서 블랙맘바 정도의 뮤직비디오를 계속 선보인다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방탄, 블핑에 이은 세 번째 ‘10억뷰 클럽 케이팝 아이돌’이.
물론 유튜브 조회수가 모든 것은 아닙니다. 방탄 블핑이 단순히 뮤직비디오 잘 찍어서 저런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을 했습니다. 블랙맘바 뮤직비디오는 정말 잘 찍었고 많이들 볼 테지만(조회수 대폭발 예상), 그런다고 이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이 그룹에 많이들 입덕할 것인가? 는 조금 회의적인 요소들이 있거든요. 뜬금없는 CG 캐릭터가 등장하는 아바타 세계관이라든가(KDA의 이런 부분은 따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중국 공산당 프로파간다의 나팔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이 명확해진 중국인 멤버까지... 기존 케이팝 아이돌 덕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SM의 실험적인 아이돌 시스템은 엄청난 입덕 장벽이고, 거기에 최근 중국의 행태를 보고 진심으로 중국을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적국’으로 인식하게 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중국 멤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입덕할 마음이 전혀 들지가 않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이제 다음 세대를 열기 위한, ‘제 2의 블랙핑크’ 만들기 경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SM의 에스파는 블랙맘바라는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들고나와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제가 말했듯이, 그들이 ‘정답지’를 손에 쥐었다는 것이 정말 큽니다. 이 정답지는 에스파에게 방탄 블핑에 이은 유튜브 3인자의 지위를 확고부동하게 보장해줄 것이며, 에스파와 경쟁할 다른 그룹들은 유튜브 조회수로 에스파와 경쟁하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걸 해내는 그룹이 나온다면, 다음 세대 아이돌 판이 더더욱 재미있어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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