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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16 21:03:49
Name 누텔라에토스트
Subject [일반] 오래된 친구와 다퉜습니다. (수정됨)
이 친구는 대학 친구입니다.

같은 과도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로 친해지게 되었는데, 평소 성향이 저와 참 비슷하다 생각되는 친구였고 그렇게 벌써 7~8년 가까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저는 졸업 후 일을 하다 올해 초 퇴직 후 이직을 한 상태이고요.

친구의 경우는 같은 분야의 일을 하다 그만두고 현재 아예 다른 분야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아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중이라 그런지 매우 바빠 보였습니다.

평소에도 이 친구가 자기는 원래 연락 같은 거 막 챙겨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는 편인데, 대학원 들어간 이후로는 연락이 없어요.

연락 하지 않는 건 괜찮습니다. 바쁘니까 그럴 수 있죠. 제가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는 전화를 하면 짜증을 냅니다. 시간이 없는데 왜 전화하냐고.

전화해서 연락 좀 하고 삽시다, 한번 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바쁜데 짜증 나게 하지 말라고 벌컥 짜증을 내네요.

얼굴 한번 보는 것도 학기 중엔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네요. 우리 집에서 친구 대학원까지 편도로만 2시간 넘게 걸리거든요. 제가 대학원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번화가에서 보자고 해도 바빠서 안 되고, 본인 학교로 제가 와야 겨우 30분 정도 볼 수 있답니다. 제가 가도 시간 못 낼 수도 있다더라고요,

진짜 바쁠 수 있죠. 이해합니다.

최근 이직을 원했던 회사에 공고가 떠서 저도 바쁜지라 한 2-3달 정도 연락을 못 했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번 주 최종합격을 하고 기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죠. 축하해주길래 제가 이제 방학이고 하니 얼굴 한번 보자고 했죠. 반년 넘게 못 봤거든요. 근데 무슨 학회 때문에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네요. 그래서 그냥 밥 만 이라도 먹자고, 제가 친구 학교 근처에 가서 밥 한 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주말이고 해서 노가리나 깔 요량으로, 점심시간에 친구도 밥 먹고 좀 쉬겠지 하고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고 콜백도 없길래 오늘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받길래 장난으로 왜 콜백을 안 하냐 했더니 갑자기 친구가 화를 내면서 내가 여자친구냐고, 숨 막히게 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맨날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면 자기만 나쁜 놈 되고 시간도 정말 없다네요

근데 이 말이 정말 웃긴 게 제가 이 친구한테 연락을 하는 게 진짜 많아야 한 달에 한두 번이거든요?

사실 이것도 하게 된 이유가, 한날은 전화가 와서 온종일 사람들이랑 말 한번 못해본다고, 사람들이 그립다며 푸념을 하길래 아 얘도 역시 사람이구나 싶어서 앞에서 틱틱대더라도 친구라면 힘들 때 더 옆에 있어 줘야지 하고 꾹 참고 제가 꾸준히 연락을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제 배려가 그 친구에겐 숨막히는 간섭이었다니.... 기분이 참 그랬습니다.

하지만 제 근원적 의문은,

사실 한달에 한두번도 연락을 안하는 사이라면 그걸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입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것도 아닌데 반년동안 얼굴 한번 본적이 없다면 그 관계를 절친이라 부를수 있을까요?

사람이 때때로 진짜 바쁠수도 있긴한데 그렇다쳐도 저의 행동이 부담스러울만큼 사람을 닥달한 것일까요?

친구는 항상하는 말이 자기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네요.

저는 사람이라면, 특이나 그 관계를 아끼고 소중히 생각한다면 저는 더 자주 연락하고 얼굴도 보려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스타일의 차이인가요? 저는 그냥 본인이 남에게 관심없는걸 합리화 하는걸로 보이거든요.

자게의 글쓰기 버튼이 무거운것은 알지만, 그만큼 현자들이 많은신걸 알기에 너무 혼란스러워 글 남겨봅니다.

이것이 과연 성향의 차이일까요? 여러분들은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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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고 오니 너무나 감사하게도 많은분들이 답글을 주셨네요. 도움이 참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댓글이 많아지다보니 일일이 답글을 달기는 어려울듯 해서 이렇게 글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많은분께서 의무감을 가지고 연락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저도 참 공감하는 말입니다.

의무감을 가지고 연락을 하는 관계라면 그것은 피상적 관계일 뿐이니까요.

아마 한달에 한두번이란 글 때문에 오해가 조금 생기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제가 글에 다 쓰지 않은 것이 있는데, 사실 저와 이 친구는 지난 5년간 만난 횟수가 5번이 안됩니다.

대학 졸업 후 서로 다른나라에 취직을 해서 얼굴을 보기는 커녕, 한달에 카톡 한번 하면 많이 하는 사이였죠.

서로 바쁘게 사회생활을 4-5년 정도 하고, 친구는 학업으로, 저는 이직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고, 같은 도시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아무리 바쁘더라도 전보다는 자주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을 했고,

또한 서로가 나이를 먹고 나아가는 길이 다르다면, 시간을 내서 만나지 않는다면 그 관계가 유지되기는 힘들것이라 생각했기에, 자주 연락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나 몇달 전, 친구가 외로움을 토로한 뒤에는 더욱 자주 하려 했고요.

그런데  많은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이 점이 친구에게는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 있었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참 후회가 되는 부분입니다.

요새 그녀석이 힘든일이 많았거든요.

저의 생각만을 고집하여 친구에게 의도와는 다르게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충고 너무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말씀들 중에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것이 있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게서 절친이란 10년만에 봐도 반가운 것이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절친이라기 보단 한때 친했던 친구가 맞지 않을까요?

10년동안 연락을 안한건, 서로에게 서로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 아닐까요?

저 또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보니, 서로의 직업이나, 거주지가 너무나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가 있고, 아닌 친구들이있습니다.

모두들 가끔씩 만나면 즐거운건 마찬가지지만, 저는 평소에 연락하지 않는 그 친구들이 절친이라고 까지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서로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절친이라 할 수 있을까요?

만나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근황묻기, 추억팔이가 전부인데, 그것이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많은분들의 친구관을 비하하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제가 틀린것일 수도, 아니 그냥 서로가 다른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게시글을 클릭하고,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글에 댓글을 쓴다는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줄 알기에,

의견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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