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2: 정상회담" 관련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명작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나름 볼만한 정치스릴러-블록버스터 영화였던 거 같아요. 몇 가지 소감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노골적인 국제정치적 모략을 보여주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언론도 그렇고 국제정치적 갈등을 1대1의 2인 플레이어 게임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영화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뒤통수 치려고 하는 모습 등이 잘 나타납니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인 것을 감안, 다소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점이 많지만, 평면적인 2인 플레이어 게임이나 3인 플레이어 게임이 아니라 다자 [free for all] 게임인 점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2. 영화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인상깊은 사운드트랙. 사실 전작과 같은 사운드트랙인데, 적절한 장면에서 적절한 BGM이 사용되어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본 시리즈가 생각났습니다. 본 시리즈에서도 음악이 훌륭하게 활용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철비가 계속 시리즈로 제작왼다면 (스토리 전개상 그럴 일은 없어보이지만...) 본 영화의 사운드트랙도 본 시리즈처럼 일종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3. 쫄깃한 잠수함 액션. 아마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잠수함 장면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잠수함 안에서의 긴장감이 꽤나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잠수함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는 여럿 있습니다.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영화 유보트도 있고, 또 냉전을 배경으로 하는 레드 옥토버도 있죠. 물론 고전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들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충분히 관객을 몰입시키게 할만한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
4. 어설픈 코미디는 마이너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는 이 영화에서 나름 개그 요소를 집어넣고자 무리수를 두는데, 문제는 너무 무리수라는 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은 누가봐도 딱 트럼프를 패러디한 캐릭터인데, 물론 배우는 그 역활을 아주 잘 소화해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렇게 망가질 필요는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연석이 북한 김씨 왕조의 수장 역할을 맡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북한 사투리도 너무 어설펐고, 역할 자체도 너무 병풍....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5. 너무 노골적인 반일(反日) 정서? 본 영화의 흑막은 일본의 우익단체 야마토 재단입니다. 아마 실존하는 단체 일본회의를 모티브로 하는 것 같은데, 이 단체는 대동아공영권을 그리워하며 미국에 대해서도 악감정을 갖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개기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우발적 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완전히 무력화하려고 합니다. 영화적 재미 + 흥행요소를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현재 양국관계가 냉각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조금 조심스러워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설정 자체는 꽤나 재미있는 설정이긴 했어요. 참고로 일진회를 조종했었던 단체 흑룡회는 흑룡회의 원래 창시자의 증손자인 다나카 다케유키에 의해 2008년 다시 부활했습니다. 정작 그런 것치고 우리나라 언론에서 그 사실을 다룬 기사는 안보이더군요. 그나저나 작중 등장하는 흑막이 일본 청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모습이 짧게 등장하는데, 일본 우익 역사관을 그대로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6. 북한 기득권층의 속내도 보여주다. 곽도원이 본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입을 빌려 북한 기득권 층이 내심 생각할 수 있는 플랜 B 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곽도원은 일본이 한국의 해군과 공군을 박살내면 공화국(북한)에게도 좋은거 아니냐고 말하며, 또 핵을 이용해서 중국 좋은 일을 해주면 중국이 (말만하고 믿을 수 없는 한국/미국 대신) 북한을 확실히 원조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설프게 개혁개방을 하면 북한 엘리트 모두 다 죽는다... 그래서 개혁개방을 막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일리 있는 말입니다. 또한 중국이 향후 모든 면에서 미국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에 붙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북한 엘리트 들이 충분히 생각할법한 일입니다. 한편 지금까지 우리나라 영화나 픽션에서 북한이 일본을 이용해서 한국을 엿먹일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오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곽도원이 일본을 이용해서 한국의 해공군을 박살내고 싶어하는 것은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었습니다.
7. 정치적이지만, 중요한 메시지. 본 영화가 별점테러를 당하는 이유는 너무 민주당 프로파간다라고 하는 것 떄문인데,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하나 던집니다. 영화 말미 에필로그에 정우성이 대국민연설을 하면서 통일은 정상들의 의지나 조약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국민들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면서..."여러분은 통일 하시겠습니까?"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끝을 맺습니다.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닌, 통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 : 볼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평점: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