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터보단 드래곤볼 주제 전체를 관통하는 손오공의 테마라고 생각되지만, 드래곤볼 시리즈의 최고 명곡은 DAN DAN이라고 생각해서 올려봅니다.
프리저 밑에서 행성 파괴를 일삼던 사악했던 시절의 베지터
모든 미혹을 떨쳐내고 인격적으로 완성된 베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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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티스트 베지터. 부르마 너를 위해서라면 금성도 뿌실 수 있어.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 일찍 떠나버린 츠루 히로미 성우가 그립네요.
사이어인편까지만 해도 베지터는 쓸모 없어지면 아군도 팽해버릴 만큼 사악한 인물이었습니다. 프리저편에서 손오공의 라이벌 포지션을 꾀차더니, 프리저 3단변신전에서 죽음을 앞두고 오공에게 사이어인 동포들의 복수를 갚아달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부턴 선과 악 한 쪽으로 구분짓기에는 복합적인 인물로 변화했죠.
피콜로대마왕전에서 정신적 성장이 끝난 손오공과 다르게 베지터는 드래곤볼 스토리 내내 정신적으로 성장해내가는 훌륭한 성장형 캐릭터였습니다. 만년 2인자 콩 포지션, 츤데레, 와이프, 아들바보 컨셉이 베지터를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게 만들었죠. 마지막 마인 부우 전에서 결코 인정하지 않던 손오공을 인정하는 대사에선 오히려 초사이언3으로 변한 손오공보다 베지터가 훨씬 멋있게 보였습니다.
드래곤볼 슈퍼는 작품성이 엉망이라 마음에 안들지만 베지터의 캐릭터 성은 계속 지켜주더군요. 비루스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거나, 부르마가 맞자 분노해서 본인 실력보다 월등히 높은 파워를 보여주는 장면에선 가정을 지키려는 가장의 비애가 느껴져서, 가정은 나몰라라 하는 육공이보단 역시 베지터가 최고시다 하고 엄지를 척 세웠습니다.
순수 악이었던 피콜로 대마왕
피콜로의 희생. 사이어인 내습편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죠.
베지터만큼이나 좋아하는 드래곤볼 캐릭터가 피콜로입니다.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하고있네라고 조롱성 유머밈으로 쓰이는 피콜로지만 인조인간편 까지만 해도 간지폭풍 캐릭터였죠. 피콜로 대마왕시절까지만해도 흔하게 보이는 평면적인 악역이엇지만, 라데츠전 이후 손오반의 스승으로 지내면서 부성애 속성을 얻은 뒤로부턴 입체적인 선역이 되었지요. 어릴때 손오반을 지키려고 막아서던 피콜로를 보면서 눈물을 찔끔했었는데, 지금 봐도 가슴이 뭉클한 명장면입니다. 마인 부우전부터 쩌리가 되서 해설이나 하고 있는데 피콜로도 현역 Z전사로 되돌려줬으면 좋겠네요.
비정한 암살자였던 칼잡이 발도제 시절의 켄신
살생을 벌인 일을 참회하고 불살의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 켄신
젊은 시절 히무라 켄신은 대의를 위한다는 신념하에 암살자를 떠맡았지만, 칼잡이 발도제로 지내면서 점점 정신은 피폐해져만 갔죠. 유키시로 토모에와의 운명적인 만남과 비극적인 이별 이후 켄신은 불살을 맹세하고 역날검을 쥐고 긴 유랑길에 나섭니다.
바람의 검심 작중에선 살생을 벌인 후회와 토모에가 죽던 충격 때문에 이따금 발도제 시절의 본성이 나오기도 하지만, 켄신은 끝까지 불살의 신념을 지켜냈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고구마 가득한 답답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고뇌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불살을 고수한 켄신이 상남자로 느껴집니다. 발도제 켄신의 냉혹무비한 암살자 모습도 좋지만 약간 얼빠져보이면서도 생글거리며 웃는 좋은 사람 켄신이 더욱 호감이 가는 이유는 그때문이었을까요. 2020년 하반기에 토모에와의 만남을 다룬 추억편이 실사 영화화 된다고 하던데 바람의 검심 영화판은 퀄리티가 좋은 편이라 기대가 됩니다.
메디브의 테마. 워크래프트3 레인 오브 카오스의 인트로에 쓰였던 노래죠.
하스스톤 확장팩 한 여름밤의 카라잔 메디브의 노래. 이런 쾌남을 타락시키다니 살게라스가 사악한 대마왕이긴 하군요.
살게라스의 영혼에 지배되어 광기어린 마법사가 되버린 메디브
아제로스를 불타는 군단의 침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수호자로 돌아온 메디브
워크래프트1 까지만해도 메디브는 흔하디 흔한 사악한 마법사에 불과했죠. 울티마 시리즈의 첫 악역 몬데인의 복제판이랄까요. 그런 메디브를 워크래프트3와 소설 최후의 수호자에서 캐릭터성을 확장시킵니다. 사실 메디브는 커다란 뜻이 있었고 일부러 로써와 카드가에게 죽어서 살게라스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거죠. 워크1부터 3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스토리가 메디브의 큰그림이었다는 식인데 이건 뭐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식으로 끼워맞추는 설정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워크래프트의 방대한 등장인물 중에 메디브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타의였다해도 세계에 멸망을 불러올 뻔한 사악한 마법사가 과거의 악행을 참회하고 수호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 설정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워크3 이후로는 카라잔 관련해서 가끔 등장하는 조역으로 비중이 줄어서 아쉽긴 했는데 망가지는 와우 스토리를 보면 그냥 안나오는게 더 낫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좋아하는 캐릭터여서 블리자드 올스타전 히어로즈 오브 스톰에 등장했을 때 주 캐릭으로 애용했었습니다. 공격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가 아닌 보조 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란 컨셉이 메디브에 어울리더라고요. 블리자드가 손 놔버린 후로 히오스도 안한지 오래 됐는데 메디브 관련 내용을 적다보니 히오스가 땡기네요.
명예욕과 호승심만 추구했으나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고 인격자로 거듭나게된 곽원갑
스토리가 평이하며 진부하다라고 혹평을 받는 영화 무인 곽원갑이지만, 개인적으론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다른 영화에선 성인군자로만 등장하는 이연걸의 속물 연기를 볼 수 있어서 만족했었지요. 정극 연기와 악역도 잘 연기하는 배우인데 너무 황비홍에서 선역으로 이미지가 굳어버린게 아쉽습니다.
영화 무인 곽원갑은 교만하고 호승심이 넘치던 전반부와 지난 과오를 참회하고 애국지사로 탈바꿈된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저는 전반부를 재밌게 봤습니다. 무술 액션도 화려하고 이연걸의 속물 연기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거든요. 후반부 각성해서 갑분 중뽕을 들이키는 전개는 약간 깻지만 뭐, 중국 무술 영화들이 대부분 애국 마케팅 용도로 쓰이니까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자의 농간에 넘어가 라이벌 문파 수장을 죽이고 허탈함에 빠지던 표정이나, 상대 문파의 제자에게 가족들이 모두 참혹하게 살해당한 광경을 보고 분노하는 동시에 충격에 빠지던 이연걸의 표정 연기가 백미라고 할 수 있죠. 연걸이 형님처럼 무술 액션과 연기력이 둘 다 받쳐주는 배우도 흔치 않은데, 더 영화를 찍어주셨으면 좋겠지만 나이들은 최근 모습을 보면 그저 안타깝네요. 제 마음 속에선 영원한 황비홍인데 말이죠.
복수귀에서 진정한 전사가 되어가는 토르핀 카를세프니
갱생된 캐릭터 리스트에서 빈란드 사가 토르핀이 빠지기도 했고, 댓글에서 현실에선 악인이 갱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란 의견이 많아서 추가해봅니다.
저도 현실에서 악인이 선인으로 갱생된다고 보진 않기에 가상 속에서나마 정도의 길을 걷는 인물을 좋아합니다. 빈란드사가에선 악행을 속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과거에 쌓인 업은 아무리 본인이 참회한다하여도 지워지지 않고 되돌아 오는 지에 대해 절실하게 묘사합니다.
빈란드사가 농사편이 되고 나서부터 노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토르핀의 트라우마와 속죄를 훌륭하게 표현해내서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그렇게 새 삶을 시작한 토르핀이지만 힐드라는 악연을 가진 캐릭터가 나타나서 아버지를 살해당한 복수를 갚겠다는 장면은 증오와 복수의 연쇄를 여실히 느껴지게 했지요. 빈란드 사가는 속죄라는 테마를 잘 표현해내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과오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개과천선했다고 과거에 지은 죄가 사라지는게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표현해냈죠. 그럼에도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토르핀을 응원하고픈 마음입니다.
공자의 일화 중에 이런 게 있었던가요. 길가에서 똥을 누던 사람을 보고서 공자가 호되게 꾸짖었는데, 길 한복판에서 똥을 싸던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못본척 지나갔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제자가 물어보니 "부끄러움을 아는 자는 교육시켜서 사람을 만들어 놓을 수 있지만, 가르쳐도 못알아먹는 자는 금수와도 같으니 시간 낭비일 뿐이다." 라고 말했죠. 현실에선 극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잘못을 부끄럽게 여기고 고칠 뜻이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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