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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1/07 01:52:33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요즘 뜬금없이 재밌게 보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후반부'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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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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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파에 복수하러 뼈를 깎고 돌아온 시라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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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와 한판이 유야무야 되고 술이나 먹자고 하는 시라소니에

나가서 외상술 먹자고 하는 김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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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붕을 산송장이라고 조롱하는 김두한









최근에 유투브에서 sbs 차원에서 야인시대를 스트리밍으로 방영하고 있던데, 매체가 유투브다 보니 일하는 도중에 보기 짬짬히 보기 좋아서 즐겨 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다가 한번 본거였는데 뜬금없이 흡입력이 있어서 보게 되더군요. 이미 보기 시작할때가 꽤 진행이 되어서인지 2부에서도 거의 중간부터였고, 집중적으로 보게 된 건 자유당 관련 에피소드 때부터였습니다.




야인시대 하면 그냥 조폭 활극물, 깡패 무용담 정도 느낌인데... 그런데 보다보니 생각보다 드라마가 꽤나 깨알같더군요.


1부는 깡패 허풍 + 무협지 느낌이고, 2부 초반 vs 전위대는 인물적, 이념적으로 미화가 불편할 수 있고 드라마 이미지는 대부분 이쪽에 치중되어 있는데, 2부 중반 부터는 드라마의 중심이 또 바뀝니다.  




총 124화 중에 50화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우미관패 중심의 주먹항쟁 이야기인 1부고, 그 뒤 2부가 시작되는 51화부터 정진영이 죽는 76화 부근까지는 김두한의 백색 테러 집단과 친구 정진영을 비롯한 전위대의 항쟁 및 이념 이야기인데 보통 우리가 기억하는 야인시대가 여기까지고 예전에 이 드라마를 본 기억도 그 정도에서 끊겨 있었습니다. 1부는 안재모의 주먹 대결, 2부는 나이 먹은 김두한이 친구와 좌익우익 하면서 싸우는 이야기 딱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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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야인시대 2부는 중간부터는 사실상 이정재가 주인공이라고 봐도 됩니다. 


김두한은 '건중친목회' 와 국회의원 출마 및 김관철 껀을 마지막으로 주먹 세계에서 공식적으로는 은퇴하고, 그 뒤에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비중이 한 회 당 10분도  나올랑 말랑한 수준 입니다. 야인시대 하면 김두한이 떠오르고 때문에 김두한 관련 미화 문제가 아무래도 걸릴 수 있는데, 이 시점부터 김두한은 그냥 사실상 수 많은 조연중에 하나가 되고, 유진산-조병옥과 거의 한세트로 취급됩니다. 



사실상 이정재가 주인공 노릇을 하면서 이정재 시점에서 극이 진행되는데,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이정재는 보스 기질도 있고 나름 그릇도 큰것으로 묘사되는데 어쨌거나 결정적으로 '생각이 짦다' 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고, 손을 잡고 있는 자유당은 확실히 악역이다 보니 드라마 시점이 한곳에 고정되지 않고 여기저기 계속 돌아가면서 꽤 흥미진진하더군요.








그전까지 나름대로 성공담에 가깝던 이정재 관련 일대기가 확연하게 내리막길로 바뀌는 시점인 이정재-김기홍 작별신. 나름 명장면입니다. 항우와 범증의 작별에서 모티브를 딴게 아닌가 싶더군요.




일단 사사오입 개헌에 반대해서 생긴 민주당 세력은 선이라고 할 수 있고, 자유당 쪽은 확실히 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급 비중을 가진 이정재는 막상 자유당 쪽이고, 이정재 부하들도 성향이 다르다보니 드라마가 예전 한국 대하사극 같은 곳에서 종종 나오는 '선악 이분법' 이 묘하게 흩트러져서 은근 재밌게 캐릭터들이 움직입니다. 



드라마 내에서 이정재의 동대문파, 이화룡-정팔의 명동파, 김두한과 그 비서들, 조병옥과 유진산의 민주당 쪽, 이승만-이기부의 자유당 등이 번갈아가면서 등장하고, 그 안에서도 동대문 쪽에서 김동진, 이석재, 임화수, 유지광 등등은 계속 따로 비중이 주어지고, 명동 쪽에서 시라소니는 함께 했다가 독고다이 했다가를 반복하고, 자유당 쪽에서도 이승만-곽영주 등과 이기붕과 박마리아를 비롯한 부통령 쪽 세력이 따로따로 비중이 주어지니, 드라마가 1부와 2부 초반 무렵의 '김두한 일대기' 가 아니라 여러 인물들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대하사극' 으로 방향이 바뀝니다. 



사실상 어느시점보다는 드라마 제목을 '1공화국' 이라고 바꿔도 무방하지 않나... 싶을 정도 입니다. 1공화국 시절의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온갖 요절복통한 일들과 그 시절 실제로 상당한 비중을 가진 정치깡패들 이야기가 버무러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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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기만 하면 갑자기 드라마 장르가 조선시대 사극으로 바뀌는 이승만-곽영주 장면. 이승만 "으아앙, 미스터콱~" 곽영주 "에엣, 각하."


무릎까지 꿇고 '하옵니다' 하면서 대통령이 아니라 무슨 조선시대 왕에게 충성하는 충신 마냥 과장을 떨면 그때마다 들려오는 희망차고 밝은 배경음이 기가막힙니다(?) 실제로 보면 진짜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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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날 드러눕고 부인인 박마리아에게도 쪼아지고 주위 시람들한테도 병든 닭 소리듣는 '기붕이 '야붕이' 소리 듣는 이기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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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중반부터는 느낌상 김두한보다 더 비중이 높은게 아닌가? 싶은 이정재의 부하 임화수. 작중에서 배우 분 연기가 아주 신들린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임화수에게 나올때마다 맞는 비서 눈물의 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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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삥 뜯길 생각에 김두한 당황)


김두한이 조직 해산 하고 혼자 국회로 간 뒤 몰락해서,

처음엔 좀 도와주라고 몇번 왔다가 나중에는 아예 얼굴에 철면피 깔고 심심하면 찾아와서 김두한 돈 거덜내는 왕년의 김두한 부하 아귀, 갈치, 휘발유 일명 '아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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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초반만 해도 김두한과 대립도 하고 시라소니 끌어들여서 서로 신경전도 하던 이화룡 - 정팔이 있지만,


중반부터는 정치 사건 터질때마다 상황 평론만 해서 '명동 tv' '명동 정치부회의' 말까지 듣는 '명동파'


이화룡 "이거이이거이, 뎡대 요즘 아주 이거 막가고 있구만 기래"

정팔 "으에휴, 그러게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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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무게만 잡고 막상 주먹질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정팔에 이화룡 대신해서 실제로 현장에서 뛰는 오상사, 달마, 맨발 등등 명동파 행동대원들.


이 중 달마는 혼자 대사가 거의 없어서 제발 말 좀 해보라, 가끔 말 좀 하면 다 뒤짚어지는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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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짜리 드라마에서 87화에서나 등장했는데, 


등장하자마자 존재감이 엄청나고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봐줘야겠다' 해서 '손금전문가' 소리 듣는 이정재의 부하 이석재



그리고 다들 연극투로 대사를 치는 드라마 내에서 유일하게 혼자 걸쭉하게 목포 사투리를 치면서 한마디 할떄마다 웃기는, 외모 때문에 김병지 소리도 듣는 이정재 부하 '조열승' 등등의 동대문 패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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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부리한 표정에 발성 때문에 대사치는것만 봐도 웃긴 '조병옥'





등장인물들이 상당한데 나오는 배역들마다 자기 개성이 꽤 명확해서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생명력이 있는 느낌.








사실 이런저런것보다도 워낙 심영물의 영향 탓인지는 몰라도 다루는 소재 자체는 진지하게 드라마가 뭔가 웃깁니다.


남자들 뻑가는 가오+깡패들 허풍 + 정치 이야기 + 풍자와 꽁트가 섞여서 작중 분위기가 뭔가 심각하면서도 위트가 있습니다. 시대 자체가 워낙 어처구니 없어서 지금에 보면 오히려 헛웃음이 나오는 시대인것도 있고.


위에 링크한 동영상의 '사사오입' 선포에 국회 난장판 되는 장면도 뭔가 심각한데 웃긴 명(?) 장면 중에 하나. 보면서 엄청 웃었네요. 특히 스트리밍으로 보다보니 저런 상황에서 사람들 드립치는것도 더해져서 웃기고...




여담으로 나무위키 김두한 항목은 애초에 김두한이라는 인물 자체가 학술계에서 취급하기 그래서 별반 연구가 없는 현실상 국내에서 김두한 가장 자세하게 검증하면서 다룬 문서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알찬데(미화는 일절 없으면서 김두한 신화 거두기를 잘 하면서 행적을 잘 검증한), 김두한 외에도 야인시대에 배역 하나라도 나온 사람들은 집요할 정도로 해당 배역 카테고리 잘 작성되어 있고 실제 인물, 사건들도 따로 분리되서 있어서 보다보면 '이건 이걸 고증했구나' '이건 반대로 사실을 꼬아버렸구나' '이건 행적을 미화했구나' 해서 그런 부분 보는것도 재밌더군요. 흡사 삼국지연의 보면서 나무위키 보는 기분이라고 할지... 




야인시대 자체가 2부에서는 1부보다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고, 어렸을때 시청하던 기억으로는 그나마 1부에서 주역이었던 김무옥, 문영철, 개코, 정진영이 나왔다가 죽는 전위대와의 싸움 및 한국전쟁까지는 그래도 종종 야인시대 관련 화제가 나오다가



친구 정진영을 죽이고 미군정에게 잡힌 김두한이 형무소에서 vs 마이클 상사 전을 치룬 후 80화부터 이정재의 책사라고 할 수 있는 김기홍이 등장하고 곧 한국전쟁이 펼쳐지는데, 이 80화부터 124화까지는 거의 주인공급 비중을 가진 이정재 중심의 주먹세계 + 1공화국 관련 이야기고, 이 부분은 드라마 당시에는 거의 완전히 묻혔다고 기억하는데 지금와서 보니 사실 이 부분만 해도 42화 정도라 적은 분량은 아니네요. 



이 부분은 원래 알던 야인시대 등장인물들하고는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된 배역들도 거의 바뀌고 (김영태를 비롯한 우미관 패거리 전부 비중이 사라지고 이석재 임화수 유지광 등등이 중심이 되니) 내용도 사건 중심으로 각 세력이 아웅다웅 하는 느낌이다보니 어렸을때 보던 야인시대 추억이 생각나면서도 또 색달라서 은근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실 기존 야인시대하고는 워낙 중심인물이 많이 바뀌어서 거의 시즌 3 느낌도 들더군요. 






별개로 주먹싸움은 1부 만큼은 아니더라도 2부에서도 가끔 나오는데, 은근히 드라마에서 주먹대결 할때 파워밸런스(?)가 명확 합니다. 



2부에서 독사, 낙화유수, 이억일 같은 인물들이 나름 비중도 있고 가오 잡고 싸우면서 활약을 하곤 하는데 막상 김두한, 시라소니 이런 인물들과 싸우면 딱 두세대만에 개박살나고 나가떨어지기 일쑤인데 왠만한 소년만화보다 전투력 밸런스는 제법 칼 같이 잘 지키더군요. 대충 끝판왕급 상대로 3초컷 나는가 한 10합 정도는 겨루는가 정도만 봐도 순위 나누기가 가능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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