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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2/29 16:38:35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단상] 한국의 넷상 제노포비아, 안타까운 현실 (수정됨)
요즘 국내 인터넷을 하다보면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점점 저열해지고 천박해지는 댓글수준도 그렇고 점점 더 광기에 가까운 분노와 증오로 뒤덮여있습니다. 남녀문제도 그러하고, 외국에 대한 것도 그러합니다. 가령 프랑스 관련 기사가 나오면 댓글은 유럽짱깨 운운하는 댓글 일색이며  일본기사 나오면 쪽X리 운운하는 댓글 태반입니다. 무슬림에 대해서도 개슬람 운운하는 댓글이 많죠. 그리고 가장 극심한 것은 중국 관련된 기사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착짱죽짱].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댓글이며 소위 배웠다고 하는 커뮤니티에서조차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그 어느 떄보다 세계화되어 있는 한국에서 (심지어 그 어느떄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읽고 한국커뮤니티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가장 천박한 류의 댓글이 대세가 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네이버에 꽤나 유익한 코너가 있습니다. [차이나랩]이라는 코너이죠. 이 블로그 형식의 기획은 중국의 여러 경제, 사회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령 중국의 유튜버들, 로펌, 기업, 산업, 패션 등 말이죠. 그런데 그곳의 댓글은 거의 90%가 혐중정서를 발산하는 진흙탕입니다. 어떤 트렌드에 대한 진심어린 호기심이나 이로부터 무슨 아이디어를 얻을지에 대한 논의나 댓글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국의 정치체제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별개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며, 지리적 이유로 우리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장소입니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이슬람 오스만 제국의 정치체가 싫다고 해서 그들과 무역을 중단한 바 없고,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이득을 보려고 했습니다. 네덜란드 공화국의 경우 아주 독실한 개신교 국가였으나 그것과 별개로 상인마인드가 아주 투철하여 중국에서는 삼배고두례를 전혀 불만없이 행하였고, 일본 도쿠가와 막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돈이 되느냐 아니냐 이것뿐이었습니다. 대한민국도 무역과 상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로서, 이들을 본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는 여전히 넓은 곳이며, 곳곳에서 다양한 혁신과 도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영어가 꽤 보편화 되었고, 국제여행도 어느때보다 쉬워졌고, 또 실제로 그 역사상 최고로 많은 한국인들이 세계곳곳을 여행하고 또 일하러 떠나고 있는 와중 아주 한심하기 그지없는 정서가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영상 시장, 중국의 화장품 산업 트렌드, 중국의 핀테크, 베트남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일본의 고용시장과 이민정책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것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물론 실제 업계에서 뛰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진정어린 지적호기심을 갖추고 지금도 많은 공부를 하며 도전을 하고 있겠죠. 그런데 이런 전문가들의 식견과 목소리가 그 전문가 서클에서만 맴돌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생생한 현장르포와 예리한 분석, 그리고 참신한 목소리들이 사회 전반에 더욱 대중화되어야 서로 다른 분야사람들이 영감을 얻고 창발효과를 낼 수 있을텐데 말이죠.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보문고에 가면 우리나라 사람의 지적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중국의 경제나 산업, 트렌드, 베트남의 인구구조와 산업트렌드 등 눈길을 끄는 도서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국가 specific한 책 외에도 일반 총서 중에서도 세계사의 거대한 구조나, 기술혁신, AI 트렌드,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에 대한 책, 기후변화와 이의 파급효과에 대한 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최소 세계의 트렌드와 담론은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담론에 대하 호기심, 나아가 논쟁이 넷상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게 아쉽습니다. 중국의 시장은 실로 거대하고 다양하며, 일본의 사회는 우리와 닮은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중국의 2030 세대의 트렌드와 관심사도 호기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고, 일본의 고령화 저출산, 자살 및 과로사 문제도 관심을 갖고 눈여겨봐야 할텐데 이런 트렌드를 조명하는 기사에는 순 저렴한 감정배설 댓글 뿐입니다. 

우리나라 넷상에서 더욱 많은 논의가 올라오고, 사람들이 정말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고 탐구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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