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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8/26 10:17:13
Name roqur
Subject [일반] 마음에 안 들었던 장르소설들 (수정됨)
PGR 자게에도 가끔 장르 소설 이야기가 올라오죠. 유머 게시판도 그렇고요. 이런 경우엔 대체로 "난 이 소설을 재미있게 봤고 그래서 추천한다"는 글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본 거에선 다 추천글이었음.

근데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글만 보고 삽니까. 좋아할 글인줄 알고 질렀다가 점점 이상해져서 하차할 수도 있고, 작가 이름 믿고 단행본을 샀는데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저도 그런 케이스가 꽤 있는데, 막상 읽고 나면 주변에 그 소설을 읽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더라고요. DC코믹스 영화나 디지몬 어드벤처 트라이 같은 건 카톡만 켜도 같이 깔 수 있는데.

그래서 한 번 판 좀 깔아볼까...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1. 후기 홍정훈 소설 전반.

더 로그 - 월야환담 채월야, 창월야, 구 광월야 - 발틴 사가 - 아키블레이드 - 마왕전생 Redemption - 낙인의 플레인워커 - 신 광월야 순으로 총 여덟 소설을 봤네요. 던브링어는 2권까지 사고 하차했으니까 빼고요. 구 광월야는 책도 샀어요.


홍정훈의 장점은 꽤 좋아합니다. 액션 영화 같은 전투씬, 매력적인 먼치킨 표현, 다양한 유형의 전투... 이능력 배틀물 만화를 보는 거 같은 매력이 있죠.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낙인의 플레인워커인데, 몸에다가 액체금속 몇백킬로그램씩 흡수하고 개쩌는 체급으로 기교파들 작살내는 거 보고 되게 감탄했었어요. 체급을 중시하는 웹소설을 거의 본 적이 없어가지고.

그런데 아키블레이드 다음작부터 '전작에서 본 구도'가 반복됩니다.

주인공은 적당히 쿨하고 적당히 이지적이고 적당히 말빨이 세고 드립을 잘 치지만 은근히 여자한테는 물렁물렁합니다. 이름 가려놓고 보면 마왕전생의 카를, 플레인워커의 위건우, 신 광월야의 이사카(or 서린) 사이에서 차이를 잘 못 느낄 정도에요. 그리고 처음엔 각자 특색 있는 전투법을 쓰는 거 같지만 후반 가면 그 세계관에 존재하는 좋은 거 싹 다 빨아먹고 만능이 되고요. 마왕전생 RED, 낙인의 플레인워커 둘 다요. 신 광월야는 채월야 때부터 이어져온 설정이 있어서 그런 게 덜한 편이지만요.

후기작의 거의 모든 주인공이 절정부에 인간 찬가나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고 그걸로 설교하는 씬이 이어지는 것도 똑같네요(마왕전생은 기억 안 남). 아키블레이드의 현우진이나 플레인워커의 위건우는 그렇다쳐도 신광월야에서 한세건이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거 보고 엄청 놀랐어요. 너 그런 캐릭터였어?

그리고 악역이 다 똑같아요. 뭔가 거창한 이상이 있는 것 같고 첫 등장 때는 대단히 강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주인공이 말 좀 잘 하면 허점을 우수수 드러내고 전투에서도 주인공한테 한참 밀리면서 포스가 떨어집니다. 이게 웹소설 시장에서 고구마가 있으면 안 되니까 그런가 싶다가도 최종보스가 말빨로 털리고 포스 개박살 나기 전에는 주인공이랑 세상이랑 나란히 박살나는 게 자주 나오거든요.

설정 짤 때 애매하게 다른 데에서 빌려오는 게 많아서 그렇지 설정의 독자성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전개나 캐릭터 조형이 똑같아요. 이번에 새로 연재되는 소설도 별로 기대가 안 됩니다. 또 이거저거 다 빨아먹고 만능캐 된 다음에 인간의 존엄을 설파하시겠지...



2. 성운을 먹는 자

이건 보신 분이 적을 테니 소개글부터.

----
50년에 한번 성운의 기재라 불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의 힘을 받은 절세의 기재들이 세상에 나타난다.
이들의 재능이 너무나도 뛰어나기에 언제나 세상이 그들에 의해 요동치고는 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성운의 기재가 태어나는 시기,
그들을 원하는 집단에 의해 핍박받은 객점의 심부름꾼 소년 형운은 기인 귀혁을 만나 제자가 된다.
성운의 기재와 같은 날에 태어났음에도 아무런 재능도 갖지 못한 형운에게 그는 성운의 기재를 능가할 한 가지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그 방법이란 바로…….

“돈이다.”
“…네?”

눈이 휘둥그레진 형운에게, 사부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간이 쌓아올린 것들은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기 마련이지. 우리는 돈으로 하늘의 재능을 능가할 것이다.”
---



판타지 소설 쓰던 김재한이 동양판타지를 쓴다! 고 해서 봤던 글입니다. 폭염의 용제에서 네이밍 센스가 좀 별로였던 거 빼면 설정도 꽤 괜찮았고 액션씬도 좋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성운을 먹는 자도 초반은 괜찮아요. 돈의 힘으로 천재들을 능가하려고 온갖 짓을 하고, 영수들과 무림인들이 엮이고, 무협적 설정들도 상당히 독자적이에요. 특히 심검을 재해석한 심상경이나, 마교에 대한 해석은 되게 신박합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그 모든 장점이 무의미해집니다.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 사부인 귀혁 때문에.

귀혁님은 개똑똑하고 재능도 엄청나고 엄청 잘 싸우고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데, 귀혁과 싸우는 마교의 찌끄레기들은 귀혁님보다 노력도 비효율적이고 재능도 떨어져서 무슨 난리를 치건 귀혁님에게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말로는 어쩌고저쩌고 해서 엄청 세다! 위험하다! 하는데 귀혁님 나타나면 다 개털리고 "니네 뭐했냐 그게 노력이냐?" 하고 핀잔 들어요.

이게 마교의 간부만 그러면 모르겠는데 나름 최종보스 포지션인 마교 교주들이 다 그런 식입니다. 주인공이 좀 멋있게 싸우는 거 같아도 머릿속으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쟤네 귀혁님 이겨요?"

나중 가면 주인공도 귀혁이랑 똑같은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얜 재능은 별로 없는데 엄청난 영약을 먹고 육체가 거의 준신에 가까워지거든요. 그래서 귀혁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남들의 의미 없는 헛짓거리보다 더 효율적으로 노력을 쌓고요. 사실 그것도 완벽하신 귀혁님의 가르침 덕분이지만.

작품에 긴장감 위기감이 요만큼도 없고, 주인공의 먼치킨 행보를 기대하자니 주인공과 귀혁님이 짓밟는 애들은 다 (귀혁님에 의해) 재능도 없는 게 노력도 제대로 못하는 찌그레기가 되어 있습니다. 어른이 초딩한테 사커킥을 날리는 수준이라서 뭐가 나와도 이기겠거니... 하고 말게 되더라고요.




3. 오트슨 소설
연중하지마. 




4. 류세린 소설
너도 연중하지마. 




5. 군림천하

형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길래 군대갔을 때 전자책도서관에서 책 빌려다가 열심히 읽었습니다. 실제로 초반부는 꽤 재미있는 편이고, 폐관수련 끝에 돌아온 진산월이 검정중원을 선보이는 장면은 진짜 멋있었죠.

그런데... 그 이후로 전개가 원패턴이 되는 느낌. 역시 종남은 강하다... 신검무적이 천하제일이다... 하는 주변의 환성이니 '삼절무적이라고 하더니 검술보다는 심계와 언변이 더 무섭군' 하면서 반복되는 패턴.

전대 최악의 대마두, 화산파 역대 최강의 검객, 서장무림 최강자, 서장무림 최강자에 맞서는 중원 무림의 희망, 중원 이면에서 암약하는 암중조직의 수장, 당대 마도의 수장 등등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종남파 무공의 일부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문파의 무공은 그 문파의 내공심법을 완성해야 제 위력을 발휘한다는데, 종남파의 내공심법(=육합귀진신공)이 빠진 종남파 무공 도둑놈들은 그것만 가지고도 다른 구파일방에 뒤지지 않거나 더 세요.

근데 사실 구파 무공은 대충 다 비슷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뭐래는겨.

음...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이견이 좀 갈릴 텐데, 전 군림천하의 여성관이 되게 마음에 안 듭니다. 사실 다른 무협소설도 엄청 마초적이긴 해요. 여캐 비중도 낮고. 그런데 제가 본 다른 무협 소설에선 여캐의 비중이 낮거나(한백무림서) 투명인간(한백무림서), 혹은 캐릭터성이 얕은(좌백 소설 대부분) 경우는 있어도 군림천하처럼 끈질기게 "여자다움"을 강조하는 소설은 없었거든요.

여캐가 활발함 : 여자답지 않음
여캐가 독립적임 : 여자답지 않음(직접적으로 '그녀는 여성답지 않게 성격이 독립적인 면이 있어서...'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여캐가 잔인함 : 여자답지 않음
여캐가(생략) : 여자답지 않음.

정말 끈질기고 줄기차게 여성관을 조명하고 강조합니다. 당시 시대가 그랬으니 뭐 별 수 있나...라는 말도 예전에 들었는데, 군림천하가 시대 고증을 잘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선택적으로 여성관만 고증에 철저하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우습지 않나요. 용대운이 좀 옛날 작가긴 하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하기로 했는데, 신조협려(제가 3권까지만 보긴 했지만)도 군림천하만큼 여성다움을 강조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김용 선생은 1900년대 초반 출생이시죠. 그냥 용대운-혹은 당시 신무협 사조의 무협작가들 특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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