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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9/29 16:24:27
Name Eternity
File #1 조진웅.jpg (59.9 KB), Download : 76
Subject [일반] [영화공간] 배우 조진웅의 연기에 대하여 (수정됨)


※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 영화 <공작>에 대한 스포있습니다.




[영화공간] 배우 조진웅의 연기에 대하여


배우 조진웅의 특징이자 미덕은 '존재감의 발산'이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연기력과 매력을 지닌 배우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나 흔한 조연이라도 조진웅이 연기하는 순간 캐릭터의 존재감은 급격히 팽창하며 강렬해진다. 신인시절의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부르터스 리가 그랬고, <국가대표>의 해설자가 그러했으며, <범죄와의 전쟁>의 김판호와 <뿌리 깊은 나무>의 무휼이 그랬다. 분명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캐릭터들도 조진웅이 맡으면 달랐다. 한마디로 그의 연기 색깔은 '갈무리'보다는 '발산'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있다.

연극판에서 오랜 시간 갈고닦은 특유의 내공으로 그는 <끝까지 간다>, <분노의 윤리학>, <군도>, <아가씨> 등의 주조연작에서 인상 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충무로의 대세배우로 자리매김한다. 나 또한 그의 연기에 감탄했고, 관객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애정을 가졌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최근 몇 년간 보여준 그의 연기가 이른바 '자기복제'의 늪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 또한 부정하긴 어렵다. 가장 최신작인 <독전>과 <공작> 또한 그랬다. <독전>의 주인공 원호 역할도 '원호'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아닌 '조진웅이 연기하는 형사'로 느껴졌고, <공작>의 최학성도 마찬가지로 '조진웅이 연기하는 국정원 실장'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아무리 새로운 작품에서의 조진웅 연기를 봐도, 이전작들에서 보여준 연기가 자꾸만 겹쳐지는 기분이 강하고 무언가 꾸며낸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른바 '조진웅식 쿠세'랄까? 그리고 이러한 지점들이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해친다.

예를 들어 <공작>의 후반부, 상해의 호텔에서 북측 간부들과 딜을 마치고 돌아온 최실장(조진웅)이 자신의 방에 몰래 숨어있던 흑금성(황정민)과 대면하는 씬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에서 그는 (대사 하나 하나를) 또박또박 씹어 뱉는듯한 특유의 발성으로 흑금성을 향해 거센 분노를 표출하는데, 이러한 조진웅식 발성과 연기 톤에서 강한 기시감과 더불어 꾸며낸 듯한 작위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마디로 너무 '연기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뜻이다. 관객의 한사람의 입장에서 그 원인을 곰곰이 떠올려보면, 다소 연극적인 그의 고유한 연기 스타일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영화 <해빙>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저는 연극배우죠."라며 자신의 연기 정체성을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그는 연극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큰 배우이며 이것이 그의 연기를 지탱하는 커다란 바탕이자 자산이기도 하다.

카메라의 클로즈업을 동반한 영화 연기라는 것이 과장을 배제한 일종의 일상 연기를 베이스로 한다면, 연극 연기는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는 무대 위라는 환경 특성 상 어느 정도의 과장된 톤과 제스처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연기 수준의 높고낮음이 아닌, 단지 '배우를 둘러싼 연기 환경에 따른 연기 스타일의 차이'일 뿐이다. 즉, 영화를 찍는 배우는 영화 연기를 하면 되는 것이고, 연극을 하는 배우는 연극 연기를 하면 될 뿐이다. 물론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를 칼로 무 베듯 나눌 순 없기에 이 둘은 언제든 적절히 섞일 수 있다. 이렇게 연극적 스타일의 연기를 영화 연기에 잘 접목하고 적절히 배합하여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배우 조진웅의 장점이라면, 때로는 이러한 연기 스타일이 다작으로 인한 이미지 소모와 겹쳐지며 관객에게 기시감과 부담스러움을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공작>과 관련한 '스포츠 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배우 황정민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열심히 하는 방법 자체가 관성에 쌓여서 했나보다'라고 느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돌아봤다. 이 말처럼 조진웅 또한 스스로의 연기를 찬찬히 돌아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떤 배역을 맡든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치열하게 캐릭터에 파고드는 노력파 배우로 정평이 나있는 그이지만, 때로는 그의 연기에서 어떠한 여백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모 가요의 노랫말처럼, 그의 연기는 항상 무언가로 꽉 차 있어 관객의 쉴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이점이 개인적으론 아쉽다.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웅변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관객의 궁금증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조금 더 '여백이 있는 연기'를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의 인터뷰를 볼 때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고민을 한다. 내가 볼 때는 다 똑같은 것 같다. 내가 모니터를 잘 못하는 이유이기도하다. 다 똑같아 보인다. 제가 의도치 않아도 시나리오라든지 나와 있는 캐릭터가 다 다른 인물이고 제가 감독이라도 그렇게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전작을 보니까 이렇게 잘했던데 전작에서 했던 그 느낌을 제 작품에서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감독을 한 번도 못 봤다. 그때는 그렇게 했고 여기 와서는 이게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니까 하다보면 그 놀음새에 놀아지게 된다. 그래서 참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전작과 다르게 해야지 라는 지점은 하나도 없다. '끝까지 간다'에서 이렇게 했으니까 '암살'에서 이렇게 해야지 이런 건 없다. 저번 작업에서 이렇게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 형상을 피해서 이걸 해야지 이런 건 없다는 거다. 그냥 어차피 나는 똑같을 거니까. 내가 어디 가겠나. 그게 배우들의 가장 큰 딜레마이고 숙제이고 뛰어넘고 싶은 벽이다. 모든 배우들이 그럴 것이다. 되게 유명해졌던 작품이 있다라면 거기에 대한 이미지들이 많이 각인이 되어있기 때문에. 사람의 성질은 잘 안 바뀐다."고 설명했다.]
(OSEN,  조진웅 "자기복제, 배우들에게 가장 큰 딜레마이자 숙제" 中)

이러한 그의 말처럼 조진웅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고민이자 숙제가 바로 이 자기복제의 탈피일 것이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자부심과 집념이 남다른 배우인 만큼 그의 이러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이 점은 앞으로도 그의 연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워낙에 클래스가 있는 배우인 만큼 자신의 단점을 잘 보완하고 극복하여 앞으로의 작품에서 또 다른 결과 색채의 연기를 선보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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