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표현력에 있어서는 영화가 소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 차이는 매체에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오롯이 이문열의 실력 덕분이죠. 이문열의 문장에는 독자를 끌어당기다가 헉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영화의 표현은 담백하고 순수하게, 때로는 순진하게 다가오죠. 영화라기 보다는 연극에 가깝다는 느낌도 듭니다. 미장센과 편집은 정석을 따를 뿐, 번뜩이는 무언가가 별로 없죠.
하지만 주제를 드러내는 내러티브는 영화가 훨씬 세련되었습니다. 특히 결말에 있어 원작 소설은 후잡한 교훈주의를 보여줍니다. 그에 반해 영화의 결말은 의미심장하고 깊은 여운을 가져다줍니다. 소설 속 엄석대가 일그러진 영웅이었다면, 영화 속 엄석대는 일그러진 영웅이었죠. 그리고 찬란한 거품에 휩싸인 90년대 초반,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자 중에 일그러지지 않은 존재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DVD도 없고 떠돌아다니는 영상조차 외국어 자막이 달렸거나 화질구지가 전부였는데요. 이렇게 깨끗한 영상을 무료로 감상하게 되어서 몹시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오랜만에 추억의 명작을 다시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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