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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25 23:33:10
Name Roger
Subject [일반] 해밀턴 더 뮤지컬(Hamilton the musical)-'기횔 노리는' 신중한 야심가, 에런 버.-04-(데이터 주의)
1편 : https://cdn.pgr21.com/?b=8&n=76291

2편 :https://cdn.pgr21.com/?b=8&n=77384

3편 :https://cdn.pgr21.com/?b=8&n=77390


-이 글은 뮤지컬 해밀턴의 스포일러가 아주 대놓고 치사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당하기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동영상이 많으니 데이터가 없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Wait for it. 에런 버의 솔로 넘버이자, 왜 에런 버가 해밀턴의 아치 애너미일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곡. 버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그 유산을 지키느라 안간힘을 써야만 했던 자신의 과거를 독백하며, 왜 자신이 해밀턴과는 달리 신중하게 기횔 노리는인물이 되었는지를 역설한다. 동시에 결코 멈추지 않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해밀턴에 대한 질투를 드러내면서도, 자신은 자신의 방식대로 끝까지 기횔 노리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Wait for it 이란 곡이야말로 에런 버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곡이며, 실제로 극 내내 에런 버의 모티프로써 반복된다.


 



 


신중하고 진중한 해밀턴의 대립자. 에런 버



-초연 배우 : 레슬리 오덤 주니어


 



해밀턴도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인물이었지만, 에런 버는 그 당시에 검찰총장을 거쳐 부통령까지 오른 능력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해밀턴을 결투로 쏴 죽인 인물로만 기억되는 안습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에런 버를 이 극에서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이자 해밀턴과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적대자, 자신의 삶의 방식을 신중하게 관철시키는 야심가로 그려냅니다. 극 중에서 언제나 성급하고, 거칠고, 날카로운 톤으로 상대를 쏘아붙이는 해밀턴과는 달리, 그는 언제나 진중한 바리톤의 음색으로 신중하게 말을 아끼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동시에 언젠가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를 참을성 있게 기다립니다. 그가 언제나 되뇌이는 Wait for it(기횔 노려)이라는 모티프는 이런 버의 캐릭터성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는 일단 한 번 목적한 바가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또한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유부녀에 영국군의 아내일지라도 신경쓰지 않으며, 일단 한번 해밀턴과 같이 기화를 잡겠다고 선언하자, 그 동안 친구였던 해밀턴의 장인과 선거에서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정적이 된 해밀턴을 파멸시키기 위해 그의 사생활을 들추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해밀턴과 함께 싸운 동지였던 제퍼슨 역시 대선에서 서로 맞붙게 되자 제퍼슨을 과격한 인물로 몰아가면서 공격하죠. 그리고 해밀턴이 정치적 생명이 끝장난 뒤에도 정적이었던 제퍼슨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저지하자, 그에게 목숨을 건 결투를 신청할 정도로 내면에 강력한 분노를 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에런 버의 캐릭터성 중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그가 해밀턴에게 품고있는 강한 열등감과 질투심입니다. 작중에서 에런 버의 열등감과 질투심은 사실 그가 가지지 못한 해밀턴의 기횔 놓치지 않는과감함에 대한 부러움이 근원이기에 어째서 에런 버가 해밀턴을 질투하게 되는가에 대해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작 중에서 2막에서 버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기 전 까지는 해밀턴은 언제나 에런 버 보다 한발 앞서 나갑니다. 독립의 불꽃이 본격적으로 들끓고 있을 때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버와는 달리 해밀턴은 앞장서서 혁명의 불꽃을 쏘아올렸고, 독립 전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버가 원했던 워싱턴의 부관이란 자리는 해밀턴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막의 마지막에서 해밀턴과 버는 같은 곳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음에도, 해밀턴은 언제나 버보다 한 발 앞서나가고, 자신이 비난을 두려워해서 거절했던 미국 연방 헌법의 변호를 해밀턴이 맡아 55편의 글을 혼자 써내며 승승장구하고, 결국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이 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극의 화자이기도 한 가 가슴속에 품게 되는 열등감에 묘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Non-Stop. 1
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자, 로렌스의 죽음을 전해들은 후 더더욱 무언가에 쫓기듯 앞으로 나아가는 데 몰두하는 해밀턴, 그리고 그런 해밀턴을 옆에서 지켜보는 버의 열등감과 질투가 드러나는 곡. 해밀턴은 과감하고 거침없는 행동력으로 수많은 적을 만들면서도 제헌 의회에 초대를 받고 연방 헌법의 초안을 제임스 메디슨, 존 제이와 함께, 85편의 에세이 중 혼자 55편을 써내며 변호하며, 마침내 국무장관과 재무장관 중 어느 자리를 맡으면 되겠냐고 워싱턴에게 되물을 정도의 거물로 성장한다. 그에 반면, 버는 신중하고 진중하게 기회를 기다리지만 해밀턴은 도저히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앞서나가기 시작하고, 그런 해밀턴에게 버는 경외심과 더불어 강한 질투를 느낀다. 한편, 해밀턴은 런던의 부자와 결혼한 안젤리카를 바다 너머로 떠나보내고, 그저 행복하고 평범하게 지내길 소망하는 아내 일라이자와는 가치관의 충돌을 일으키며 갈등을 쌓는다. 마침내 해밀턴이 정부의 부름을 받고 재무장관에 취임하는 순간, 버와 안젤리카, 일라이자, 워싱턴을 비롯한 앙상블을 통해서 해밀턴의 주요 넘버들이 하나로 섞이기 시작하고, ‘난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아!’라고 선언하는 해밀턴에게 앙상블들은 두고 보자고 말하며 극이 끝난다.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버는 극에서 해밀턴의 가장 강력한 대립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 전체를 해설하는 화자라는 점입니다. 마치 엘리자벳루케니, ‘에비타와 같은 주인공과 대립하는 해설자 역할을 이 극에서는 버가 수행하고 있는 것인데, 극 중 곡의 도입부에서 그가 관객들에게 해설하는 것은 거의 다 해밀턴의 현재 극 중 상황에 대한 것입니다. 오프닝 넘버 alexander hamilton에서 버가 어떻게 사생아, 고아, 창녀, 스코틀랜드 인의 아들이자 하늘도 버린 카리브 해에서 태어난 그가 빈곤하고 불결한 그곳에서 영웅이자 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라고 관객들에게 되묻는 것은 그가 극 중에서 걷게 되는 해밀턴에 대한 대립자의 운명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부분이죠.


 





 마지막으로 에런 버를 이야기할 때 버의 초연 배우인 레슬리 오덤 주니어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뮤지컬 배우이기 전에 재즈 가수이기도 한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해밀턴과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너무나 달랐기에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지지 못한 해밀턴의 그 과감함을 부러워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모든 업적을 조명받지 못한 채 해밀턴의 대립자로만 기억된 불운의 남자 에런 버의 고뇌를 완벽하게 극중에서 연기해 냈습니다.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저음의 음색은 물론, 수준급의 랩 실력까지 갖춘 가창력은 덤이구요. 결국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2016년 토니 어워드의 남우주연상을 해밀턴 역을 맡은 린 마누엘 미란다를 재치고 수상하게 되고, 에런 버라는 인물은 레슬리 오덤 주니어의 열연과 매력적인 각본으로 인해 다시 역사에 재조명되게 됩니다.




- The Room Where It Happens 해밀턴과 제퍼슨, 메디슨이 해밀턴의 중앙 집권적인 은행을 만들고자 하는 경제정책을 두고 밀실 회담을 벌인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 회담은 철저하게 밀실회담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개과정이 지금도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며, 유일하게 내용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단서는 제퍼슨의 편지 뿐. 결국 제퍼슨, 메디슨이 대표하는 남부의 의견이 반영되어 남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포트맥 강변, 즉 지금의 워싱턴 D.C가 수도로 결정되고, 해밀턴은 각 주의 부채를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대가로 전례없는 경제적 권력을 얻으며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에 버는 소외감을 느끼고, ‘저 밀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다’며 권력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 곡을 시작으로, 묘한 긴장감이 떠돌았지만 그래도 나름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던 버와 해밀턴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다. 스윙재즈 형식을 띄면서도 현대적인 뉴웨이브 스타일이 가미된 곡으로, 단조 블루스 코드 위에 활기찬 앙상블은 가히 피핀과도 같은 뒤틀린 센스가 느껴진다. 작곡가인 린 마누엘 미란다는 이 곡과 또 다른 애런 버의 넘버인 ‘wait for it’을 자신의 인생곡이라고 평하기도. 또한, 에런 버의 ‘우리는 지도자들이 무언가를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그 대가로 무엇을 넘겨버리는지는 듣지 못한다.’는 일갈을 통해 현대 정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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