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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06 22:24:52
Name 이것봐라
Subject [일반] 뭉치를 하늘나라로 보내주고 왔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저희집안을 밝게 빛내주었던 뭉치를 오늘 하늘로 보내주고 왔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몸이 안 좋아 지기 시작해서 눈도 잘 보이지 않게 되고 이따금 숨을 헐떡일 때도 있어 동물병원에 가보니 신장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노령견이라 회복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약을 먹이면서 현상유지라도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매일 매일 약을 주다 보니 그래도 숨을 헐떡이는 증상은 점점 좋아지더군요.

그러다 올해 2월부터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고 하루 중에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자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대소변을 그래도 곧 잘 가리던 아이였는데 점점 대소변을 제대로 못 가리는 상황도 잦아 졌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아이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구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대화를 종종 나누기도 했습니다.

어제 오후에 어머님께 전화가 오더군요. 목소리가 심상치 않으셨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설마는 사실이 되어 전해졌습니다. 뭉치가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막상 전화를 들었을 때만 하도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쇼파 위에 차가워진 상태로 누워있는 뭉치를 보니 비로소 뭉치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 모습대로 누워서 자고 있는 것 만 같은데.. 어제 저녁 까지만 해도 밥달라고 쫒아오던 아이였는데..

뭉치는 어렸을 때부터 식탐은 왕성했지만 그 이외에는 정말로 얌전한 강아지였어요. 사람을 봐도 잘 짖지도 않고 그저 반갑다고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대는 그런 강아지였습니다. 공원에 데리고 나가면 뭉치를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고 할 정도로 정말 귀엽고 착한 강아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뭉치가 집에 없네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처럼 그저 허전하고 헛헛하네요.

뭉치를 보내주고 나서 집에 있던 뭉치 관련 물품을 쓰레기봉투에 주섬주섬 담아서 버렸습니다. 보고 있으면 계속 생각날 것 같다고.. 빨리 치우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근데 막상 물품을 버리고 돌아오는데 기분이 이상합니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잘 해주었던 기억보다 잘해주지 못한 것만 자꾸 생각이 납니다. 좀 더 잘해줄걸.. 왜 그러지 못했나.. 제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집안 곳곳 뭉치의 자취가 묻어 있어 계속 생각이 나네요. 뭉치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랍니다.



이번 생에는 잘 해 준 것 보다 못해 준 것이 더 많지만 혹시나 다음 생에 또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잘해 줄게..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란다. 사랑했다 뭉치야.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한데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어 글 남겨봅니다. 반려견을 키울 때는 참 좋지만 보낼 때가 다가오게 되면 정말 힘드네요. 저는 이제 다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 키울 때의 기쁨보다 이별의 슬픔이 더 크다는 걸 이제 알아 버린 것 같아서 말이죠.

뭔가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뒤죽박죽 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따듯한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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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8/04/06 22:25
수정 아이콘
사랑받은 만큼 좋은 곳 갔을 겁니다. 힘내세요.
TheLasid
18/04/06 22:31
수정 아이콘
뭉치는 무지개 다리 건너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그곳에서 이것봐라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시겠죠.
기운 내시길.
18/04/06 22:32
수정 아이콘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다가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위로의 곡 하나 남기고 갑니다.
힘내세요.

https://youtu.be/e83OsA773cE
돌돌이지요
18/04/06 22:32
수정 아이콘
저도 반려견을 보낸 경험이 있어서 그 허전함이나 먹먹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 닉네임이 그녀석 이름이었지요, 경험상 시간이 약이더군요, 모쪼록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랭롱이
18/04/06 22:48
수정 아이콘
어제 두살된 강아지랑 함께 지내고 있는데 이런글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뭉치는 사랑많이 받고 행복하게 살다가 좋을곳을 갔을껍니다. 힘내세요
이것봐라
18/04/06 22:55
수정 아이콘
댓글 달아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잠이 잘 오지 않네요.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누워서 억지로라도 자봐야 겠어요..
무민지애
18/04/06 22:56
수정 아이콘
뭉치는 행복하게 살다가 갔네요. 스스로도 만족한 삶이었을 겁니다.
공도리도리
18/04/06 23:02
수정 아이콘
생생하게 글을 잘 써주셨네요~ 뭉치도 편히 쉬고 글쓴분 힘내세요 뭉치도 행복했을겁니다
蛇福不言
18/04/06 23:07
수정 아이콘
저희 집도 세마리 기르다가 하나씩 다 갔습니다.
해가 지난 요즘도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녀석들에게 말을 걸고, 어쩌다 꿈에 오면 고맙더라구요.
주인과 개가 함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저러다 개가 먼저 가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얼마 지나면 뭉치가 꿈에 가끔 찾아올 겁니다. 그 때 보세요.
착한아이
18/04/06 23:14
수정 아이콘
무지개다리 건너 행복했던 시간 많이 추억하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18/04/06 23:31
수정 아이콘
저도 키우고 있고, 11년 됐으니 곧 떠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슬픕니다.
제목만 보고 울컥했네요.
종이사진
18/04/06 23:59
수정 아이콘
나중에 좋은 곳으로 가시면,
뭉치가 마중나와 있을 거에요.
은하영웅전설
18/04/07 00:00
수정 아이콘
저희 강아지가 15살입니다. 유기견을 데려왔는데 처음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고 약을 먹은지 10년..얼마전엔 귀 옆에 악성종양이 생겨서 수술도 했네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인지 글쓴님의 심정이 남 같지 않습니다 뭉치가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18/04/07 00:12
수정 아이콘
본가에서 10살짜리 늙은 푸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제 몇년 있으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텐데 남일같지가 않아요.. 저도 그녀석 없어지면 앞으로 애완동물 절대 못 키울것 같거든요. 마치 말 잘 안듣는 동생같았는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18/04/07 00:35
수정 아이콘
여름이면 강아지 키운지 3년인데 이런 글 읽으면 진짜 너무 슬펴요
18/04/07 00:42
수정 아이콘
저도 함께하던 친구를 보낸지 반년이 넘었네요.
항상 침대에 자려고 누우면 침대로 올라와서 같이 자던 녀석인데, 갑자기 작년에 심장마비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말티즈였고 열살이었는데 5년은 더 같이 살 것만 같았어요.
식탐이 워낙 많던 녀석이었고, 나이가 들고 활동량이 줄어서 살이 쪄서 밥 적게주고 그랬었는데... 엄청 후회되더라구요.
며칠동안 함께 자던 녀석이 사라지니 잠도 안오고 집에서도 울고 회사에서도 울고 그렇게 사흘 밤낮을 울었습니다.
그래도 뒤돌아 생각하니, 함께 지내며 웃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남네요. 고마웠다 통통아 하하
현직백수
18/04/07 00:43
수정 아이콘
무지개다리를 폴싹 건너
따사로운 햇볕만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나는 먼저 가지만
사랑하는 우리 주인님
조금만 천천히 천천히 오시라고
생전 주인이 꽉 잡아주던 두 발 모아서
기도하고있겠지요
아르카
18/04/07 01:15
수정 아이콘
저도 10살된 고양이 키우고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듭니다. 진짜 애교많은 사랑스러운 고양이인데 앞으로 얼마 안남았다 생각하니...저는 그래도 애완동물은 계속 키울것 같아요. 죽은 아이 대신해서 계속해서 기억하면서 키울 생각입니다. 뭉치는 평생 사랑 받았으니 비록 죽었지만 행복하게 갔을겁니다. 힘내세요.
vanillabean
18/04/07 02:12
수정 아이콘
사랑받았으니 행복했을 거예요.
18/04/07 04:24
수정 아이콘
그 마음 누구보다 잘압니다 좋은곳갔을거예요
블랙핑크지수
18/04/07 05:57
수정 아이콘
ㅜㅜ 힘내세요 푸들키우는견주인데 남일같지가않아서 너무 슬프네요...
18/04/07 12:14
수정 아이콘
지금 키우는 15살짜리 말티즈가 뭉치 아들 뭉구인데
제가 이제 32살인데 얘도 벌써 15살이네..
돌아가신 아빠보다 얘랑 보낸 시간이 더 길음
mystery spinner
18/04/07 16:4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저도 옆에서 놀아달라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10살 말티즈 강쥐가 있어서인지 마음이 더 아프네요.
뭉치 가족들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들 가지고 좋은 곳으로 갔을거에요.
18/04/07 20:47
수정 아이콘
좋은 곳으로 갔을 거에요. 저도 3살 냥이 키우는데 이녀석도 언젠가는 가겠죠...
18/04/11 09:52
수정 아이콘
저도 우리 강아지 7년전에 떠나보냈는데 아직도 생각나면 눈물 훔치게 되더군요. 왜 있을때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주 고요. 좋은 곳 갔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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