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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28 00:13:00
Name 슬기
Subject [일반] 20년만에 스타 래더에서 승리한 이야기
40대 게이머 슬기입니다. 자게로 가야할지 게임게로 가야할지 몰라서 일단 여기로...

스타는 20년 전 처음 나올때 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주 종족은 저그였죠.
아무 생각없이 생긴게 기괴하고 울음소리 꾸에엑 하는게 맘에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전 나름 이런 전략 게임은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게임 시작 후  3~4분 지나면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지, 뭘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오더군요. 도대체가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고수들이 만들어 놓은 빌드를 PGR에서 보고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인구수 몇에 뭘하고 어쩌고 저쩌고..
문제는 모든 빌드 설명이 그렇듯이 "이후에는 알아서 상황보고 한다." 로 끝나기 때문에 그때부턴 다시 패닉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3~4년이 지나도록 1:1에서 이긴게 손에 꼽히는 수준입니다. 그 이긴것도 내가 잘해서 이겼다기 보다 어쩌다 한번 툭 공격 가봤는데 우연히 타이밍이 좋았는지 운으로 이긴거였죠.

그 시절 쯤에 스타 대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게이머들이 나오고 구경하고.. 재밌었죠.
특히 박정석 선수 플레이가 멋있게 느껴져서 그때부터 플토로 종족을 바꿨습니다.
대회 경기를 꾸준히 보다보니 대충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면서 이기는지 알겠더군요. 근데 이상한건 제가 직접 게임을 하면 어김 없이 3~4분 지나면 패닉에 빠지더라고요...
암튼 그 즈음부터 그냥 스타를 직접 하는 것은 접고 시청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후. 최근.

유튜브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전태규 플토 강의 방송을 우연히 봤습니다. 설명을 참 재밌게 잘 해주더군요. 그래서 계속 보게 되었는데, 보다보니 이게 뭔가 감이 딱 오는 겁니다. 갑자기 속으로 "이건 뭔가 해볼만 하겠다?" 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스타 리마스터를 결제합니다? 배틀넷에 접속해서 15년만에 아이디를 만들고 1:1 시작.
네 0승 10패를 했습니다. 강의 방송에서 본거 그대로 따라해도 역시 안되는건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운명의 11번째 판. 하다보니 이게 손에 익어서 그런지 강의 방송 보면서 생각했던게 그대로 되면서 드디어 1승을 했습니다.
중요한건, 운이 아닌 운영과 실력으로 이겼다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죠. 스타 시작한지 20년만에.
스타 1:1로 이길 때의 느낌이 이런거구나를 처음으로 느껴봤습니다.
그뒤로 몇판 더 해봤는데, 0승 10패에서 내리 7판 승리하면서 7승 10패가 됐습니다. 물론 자동 매칭 시스템이 제가 지기만 하니까 저보다 하수만 골라서 붙여 줬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실력으로 이긴다라는 느낌. 중간중간에 패닉상황이 오지 않고 타이밍 맞춰서 진출하는 운영이 제 스스로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전태규 선수 정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술이라도 한잔 사주고 싶네요.
앞으로는 좀 더 재밌게 스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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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_Seokguram
17/09/28 00:17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아요. 추천 드립니다.

절대 40대 아재라서, 공감이 가서 추천 드린 건 아닙니다. (진지)
스핔스핔
17/09/28 00:17
수정 아이콘
오오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17/09/28 00:45
수정 아이콘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흐흐
추천 누르고 갑니다
배두나
17/09/28 00:49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10여년만에 스타를 다시하는데 전태규 방송 보고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ㅜㅜ
무리뉴
17/09/28 00:50
수정 아이콘
절대 40대 아재라서, 공감이 가서 추천 드린 건 아닙니다.(2)
17/09/28 01:11
수정 아이콘
전 나오자마자 결제해서 아이디 만들자마자 바로 1:1 (래더인지 아닌지는 모르고 그냥 바로 매칭 되는거 있더라구요)

결제해서 저도 주종이 저그라 저그 골랐는데

결과는

https://m.clien.net/service/board/park/11083853

이랬습니다 크크크


아니 첫판부터 센터 투배럭이라니 크크
시노부
17/09/28 03:39
수정 아이콘
크크크 포...포풍!!
17/09/28 09:26
수정 아이콘
등급전 하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종종 생겨서.크크크크
내 실력은 요기까지다. 내 필살의 한방을 받아라. 요런 분들도 계시고
매칭이 뭔가 이상한건지 1500점대에 승률 75%와 대전시키는 기적도 나오고. (그 분 APM이 400대였죠)

여러 번 하다보면 결국 이기게 되실겁니다.
힘내서 다시 한 판을 해보심니.흐흐
17/09/28 01:11
수정 아이콘
아 그 뒤로는 한번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크크크
17/09/28 01:12
수정 아이콘
뭔가 기분 좋아지는 글이네요 흐흐
17/09/28 01:35
수정 아이콘
게임게시판이죠!
지구별냥이
17/09/28 01:49
수정 아이콘
절대 1998년 부터 스타를 시작한 40대 아재라서 추천을 누른 건 아닙니다(3)
이녜스타
17/09/28 04:26
수정 아이콘
스타 처음 하면서 첫승 하기까지 30연패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운동화12
17/09/28 07:15
수정 아이콘
와우 축하드립니다...
17/09/28 09:48
수정 아이콘
제가 중딩때였나 초딩때였나 친구 집에서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날을 접해보고 워크래프트랑 비슷하네~
가디언은 꽃게랑 닮아서 맛있겠다! 저글링 버로우는 크립 위에서만 되는건가? 맨땅에서도 가능하면 이게 말이 되냐 안되냐!
이런 생각을 한지도 벌써 20여년가까이되어가네요
그 사이에 엠엠오알피지건 뭐건 꽤 열심히 게임한 나름 게이머지만, 아직까지도 컴퓨터에 남아있는건 수타밖에 없습니다 낄낄낄
정말 몇년 뒤엔 탑골공원에서 훈수두고있을지도!!
미카엘
17/09/28 12: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주종 토스인데 저그 나오면 무조건 투게이트 짓고 몰래 상대 본진 구석에서부터 포지, 캐논 공사합니다. 투겟 질럿 간간이 뽑으면서 겁 주면 앞마당에 성큰 잔뜩 지으면서 움츠러드는데, 미처 파악하지 못한 캐논 밭이 본진에~ 제 실력대가 해구라 그런지 10판 하면 8판은 성공하네요 크크. 막혀도 저는 앞마당에 유유히 넥서스 짓고 커세어 뽑으면서 공발업 질럿 준비하면 이미 멘붕 온 상대는 삽질을 시작해서 쉽게 이깁니다. 상대 반응들이 더 웃깁니다.
랜덤하면 투팩, 쓰리배럭 불꽃마린, 6드론 후 운영 이런거 주로 합니다. 제 점수 대에선 더블넥, 더블컴 이런건 사치죠. 문제는 초반에 올인성 러쉬하면 높은 확률로 통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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