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좀 뜬금없지만, 다른 사이트에서 라이언킹 VS 정글대제 글이 나와서 생각과 자료를 정리하다가 쓴글입니다.
생각을 나누고자 글을 올립니다.

라이언킹 VS 정글대제의 논의는 사실 어제오늘 시작된 논쟁이 아닙니다.
그런데 작품이 나왔을때 일본에서 표절이다 표절이다 한참 달아올랐다가 왜 어느순간 그게 사라졌고 더이상 태클을 걸지 못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이로 인해 일본내 대대적인 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어져서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중에, 당사자인 데즈카 프로덕션측에서 막상 소송분위기가 다가오자 "공식 대응 하지 않겠다. 데즈카 오사무 작가도 그걸 원할것이다"는 성명을 내고 잠수를 타버렸기 때문입니다.  

후에 알음알음으로 알려진거지만 데즈카 본인의 전집에도 디즈니를 복붙한게 많다는게 지적된거죠.
이미 생전에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유명캐릭터와 그 열화카피판들을 자신의 여러작품에서 써먹었거든요.  이에 대해 일본의 한 르포 라이터는 "메트로폴리스 전집같은 데즈카 오사무의 역작들이 맞소송을 통해 출판금지가 되는 사태는 막아야 했다"고 술회하기도 합니다.

아. 캐릭터만 도용한거니까 오마쥬다? 리스펙트일거다?
그럼 이런건 어떻습니까?

혹자들은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를 그의 인생작이자, 일생의 역작이라고 합니다.
감동적인 스토리로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구요.
당연하죠. 감동적인 스토리가 나오겠죠.
SF 3대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을 무단복붙하면 감동적인 스토리가 나오는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불새 부활편의 로비타는 어디를 어떻게 봐도 표절이죠.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선 로봇연작중 '아이돌보는 로봇 로비'를 통채로 표절했습니다. (캐릭터나 이름만 가져다 쓴게 아니고 플롯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습니다.)
아이돌보기 로봇 로비가 자꾸 어울리다 그것을 걱정한 부모가 로봇을 떼어놓고 개를 사주는 장면에 나중에 농장에서 로비를 구해주며 감격의 상봉을 하는 장면조차 아시모프의 단편에 실린 그대로 입니다.


한참 2ch 애들이 우리나라에 유사과자라며 태클을 걸다가, 사실 그 과자들은 자기들도 유럽,미국에서 그대로 베껴왔다는 반박을 받고 어느 순간 일본 인터넷에서 그런 글이 싹 사라졌죠.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후배 작가가 슬램덩크 트레이싱했다고 출판금지 연재중지시켜서 작가하나 생매장하려했다가, 오히려 자기 불법트레이싱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깨갱한 사건도 생생하죠.
(하물며 그 만화는 농구만화도 아닙니다. 그냥 주인공이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는 장면에서 한두장면 농구하는 폼만 잡았을뿐이죠.)

표절가가 오히려 표절이라고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게 일본 전통도 아니고 말이죠.


네, 저도 알죠.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건 없다는거 잘 알죠.
"모두는 누군가를, 누군가는 모두를 항상 베낀다."
"중수는 일부를 베끼고, 고수는 전체를 훔친다."
네, 뭐 잡스의 유명한 말이죠.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거꾸로 화내는 것만큼은 없어야하지 않나요?
표절가가 오히려 표절에 더 광분하는게 자신의 부끄러움과 치부를 직통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까요? 어느 경우라도 문제겠습니다만.

표절 아주 안좋은거죠.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근데 표절보다 더 나쁜게 하나있다면 표절가가 오히려 상대를 표절이라고 나대는거 아닐까요?
마침 일본어에 이에 대한 알맞은 표현이 있더군요.
"갸꾸기레" - 역으로 화를 내다. 오히려 화를 내다.
네. 과연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