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사기는 꽤 유서깊은(?) 사기입니다.
일설에는 나이지리아 쪽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하는 얘기도 있는데 세상에 사기꾼들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해외 첨단기법을 수입하는데 발빠른 집단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클래식은 괜히 클래식이 아닙니다. 사기수법의 클래식들은 클래식인 이유가 있죠..
우선 블랙머니 사기의 레파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 자신은 정체모를 비자금을 관리하는 자임을 어필합니다. 이 비자금은 CIA의 비밀자금일 수도 있고,
박정희나 전두환 이명박 혹은 금왕 문재인의 비밀자산일 수도 있고, 이완용의 비밀재산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요는 상대를 속일 수 있는 비밀자금이자 세상에 드러나면 안되는 돈이며 그걸 해먹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액이라는 점을 어필하면 됩니다.
2. 그리고 거대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어필로 간접증거들을 제시하는데 이것들은 유명 정치인이나 재계인과 함께 찍은 사진
혹은 합성사진일 수도 있고, 엄청난 동그라미가 찍혀있는 은행통장이나 계좌내역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요는, 큰 돈을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3. 그리고 문제의 블랙머니인데 이 블랙머니는 비자금, 검은 돈이라 블랙머니가 아닙니다. 아..검은 돈이 맞긴 합니다.
그런데 이 '검은 돈'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말그대로 새까만 돈이에요...-_-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많은 양의 검은 종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중에 한장을 뽑아서 이렇게 얘기하죠.
4. '이 검은 종이가 돈입니다 돈 100달라짜리 현찰이에요. 자 이걸 보세요'
'이 종이를 이 특수용액에 담궈서 이렇게 헹구면'
새까만 종이는 순식간에 100달라 지폐로 변합니다. 피해자들은 눈이 똥그래집니다.
5. 내가 이 돈을 관리하는데 이 특수용액과 처리시설을 동원할 현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당신의 훌륭한 인품과 인생을 보아 이 보람찬 일에 돈을 좀 투자하면 큰 돈으로 보상해주겠다.
라고 하여 사기꾼들은 피해자들로부터 2000만원~1억 정도의 돈을 갈취합니다.
6. 4.번의 트릭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간단합니다.. 100달라 지폐를 검정색 수성잉크에 담급니다.
그리고는 비눗물-_-이라는 특수용액에 헹궈서 피해자들에게 보여주는거죠!
7. 제가 봤던 이 블랙머니 사기꾼은 200조원(!!)의 블랙머니를 CIA로부터 가로채 현금화한뒤 100조를
나라에 기부하여 국채를 청산하고 나머지 100조 중 50조를 투자자들에게 주고 나머지로 좋은 일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려 이게 최후진술..
8. 사기당한 할배들은 피해자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면서
"피고인이 증인에게 5천만원을 주면 공작비로 쓰고 10억 100억으로 돌려준다고 했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예 총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고 답변하였습니다..그날 출석한 3명의 증인이 모두 아직도 사기꾼을 총재님 총재님이라 호칭했지요.
황당하지요..? 그런데 이 사기는 황당사건 정도가 아니라 꽤나 끊이지 않고 심심하면 한번씩 리바이벌 되는
클래식입니다. 사람들은 어딘가 무언가 거대한 비자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그걸 해먹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죠. 그리고 왠지 갑자기 자기 앞에 그런 기회가 덩그러니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은 시대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고전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듯.. 사기의 고전도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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