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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20 02:06:21
Name 들풀
Subject [일반] 메갈리아와 표현의 자유
언젠가 써보려던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선 그 절름발이이리님조차도 대놓고 내키는 대로 쓰지 못하셨던 것으로 보이는 예민한 주제죠.

댓글에 일일이 응대하겠다는 약속은 못 드립니다. 또, 본문을 지울 수도 있으니 고려해서 댓글 달아주시길 미리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실제 구성비가 어떻든 게시판에서 울리는 성량만 갖고 본다면, pgr은 남초 사이트입니다. 정치 문제나 노동 문제에 대해 중도 혹은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합리적인 분들도 꽤 계시지만, 그런 분들도 여성 문제에는 매우 보수적인 목소리를 낸다고 저에겐 느껴지는 곳입니다. 물론 이 문제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분들이, 항상 목소리가 커왔던 것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으로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는 그 자체가 마치 아동포르노의 제작자쯤 되는양 성토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문제는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의 문제입니다. 둘째, 여성주의 이슈입니다.

언론 자유의 문제부터 보겠습니다. 이후 소개해 드릴 BBC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진중권도 동의했지만, 김자연 성우는 발언을 통해 직업상의 기회에 제약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봅니다. 남성 소비자들이 회사에 압력을 넣고 회사가 피고용인 혹은 계약자들(웹툰 작가 등등)의 개인적 정견을 표현하는 데 관여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저는 봅니다.

제가 아는 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는 정당한 동기는 그 표현이 혐오 발언이라는 것 뿐입니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일부' 혐오 발언이 매우 신중하게 형사 범죄로 간주됩니다. (제가 아는 한, 미국에서 범죄로 간주되는 혐오 발언은 없습니다만 정확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hate speech, 혐오 발언으로 번역되는 그것은 "싫다는 표현"이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일으킬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표현을 말한다"고 박경신은 정의합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012045005#csidx00c04c75d17f3b3943fae8e4a9fe99e

예컨대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을 혐오하는 발언은 hate speech가 되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발언자와 발언이 지칭하는 대상 사이의 권력 관계입니다. 발언자가 약자일 경우, 그 발언은 비슷한 외향에도 풍자로 받아들여집니다. 발언자가 강자일 경우, 그 발언은 혐오 발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메갈리아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느냐와는 무관합니다. 요는, 첫째, 한국이 여성 중심 사회로 남성에 대한 hate speech가 성립하느냐고, 둘째, 만약 그러하지 않다면, 작금 사태가 메갈리아와 그 지지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는 것인데, 두 질문에 대해 저는 각각 아니다와 그렇다로 대답하겠습니다.

메갈리아와 그 지지자들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상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되죠.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미국이 여성이 살기 훨씬 좋습니다만, 그럼에도 미국은 여성주의 이슈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e.g. 오바마) 사이에서 여전히 뜨거운 주제입니다. 제 얘기는 한국에서야 뭐라 생각하든 외국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여성중심 사회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럴 경우 여성주의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신부를 보낼 때 일종의 안전 교육을 하는데, 거기서도 한국은 남성 중심 사회라고 가르칩니다. 노르웨이, 여성도 병역을 진다고들 하는데, 거기는 국방장관이 여성이거나 여성이었던 나라입니다. 노르웨이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은 구제 불가능한 수준의 남성 중심 사회일 겁니다.

BBC가 메갈리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한 번 보시죠.
http://www.bbc.com/news/world-asia-37018916
번역은 여기인데, 번역을 확인하진 못했고 구글링 해서 올립니다.
https://thenewspro.org/?p=20787

저도 한국의 군역은 남성이 더 지게 되는 명백한 부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국가 권력과 남성 사이의 문제지, 남성과 여성 사이의 문제는 아닌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왜 한국엔 거대한 징병 거부 운동이 없었는지 언제나 놀랍니다.

많은 분들이 20대에선 여성이 더 유리하다며 교원직이나 몇몇 공무원 채용 통계를 갖고 오십니다. 그런데 행여 여성들이 취업 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피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 들어보셨나요? 이건 JTBC 보도입니다. 20대 남성 vs. 여성 취업률이 역전되어 여성이 2% 정도 높지만, 여성의 경우 교육을 덜 받은 층에 대한 미숙련 고용의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취업률이 아니라 수입을 비교해 보면 남성이 높고, 대졸끼리 비교해도 남성이 높고, 대학원졸을 비교하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이야기지요. 육아 부담이니 유리 천장 얘기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585771

제가 하고픈 얘기는 간단합니다. 메갈리아, 싫어하셔도 됩니다. 저야 그런 분들과 개인적으로 친교를 맺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마는, 싫어하시는 건 싫어하는 분의 자유죠. 그런데 그게 발언자(메갈리아와 그 지지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선 안 됩니다. 웹툰에 국가 심의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촌극도 있었죠?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됩니다. 한국 남성들 다수는 잘 안 알고 살지만 한국은 남성 중심 사회로 널리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사회에서 소위 남성 혐오는 그 표현의 자유 제약을 정당화하는 hate speech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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