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진영이 있다.
두 진영에 속한 모든 이들이 강경파인 것은 아니다.
사실은 내가 그 진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정쩡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아니, 사실은 다수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존재감이 규모에 비해 적다.
대신 움직이는 건 강경파들이다.
그들은 신념에 가득차 있고, 강한 분노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유지에는 관심이 없다.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강경파는 소수다. 따라서 무언가를 이뤄내려면, 진영 내의 지지가 필요하다.
진영을 결집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분노다. 분노만이 중도를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상대진영의 트롤들이 소환된다.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진영에는 멍청이들이 있다. 또한 모든 진영에는 부도덕한 이들이 있다.
뭐 어쩌면 그 진영 대부분이 트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트롤을 골라서 소환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이제는 그들의 사례를 모아서 전시만 하면 된다.
세상에, 저런 멍청이들이 상대 진영이란 말이야? 아니 저렇게 악독한 놈들이.. 어이쿠, 내가 이 진영이길 참 잘했군.
그 정도 까지가 중도파의 반응이다. 그래도 움직이진 않는다.
하지만 그 전시가 반복 되다보면, 세상이 미쳐돌아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상대진영의 미담 같은 건 원래 잘 안 보이는데, 악담은 계속 보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 저거 일부 맞아?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거기에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례, 억울함, 불공평함 등의 가치 위반을 더한다. 뭐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은 우리는 착취당하고 있었다. 힘있는 자들은 모두 쟤들 편이야, 아무도 우리에게 귀기울여주지 않아.
듣고 보니 그런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동안 네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 그래서 그동안 뭐가 달라졌어? 쟤들이 저렇게 되는 동안 말이야.
그래서 이제는 움직일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과정은 상대진영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둘다 움직이는데 둘다 서로를 미워하니 자연스럽게, 전투가 일어난다.
비로소 강경파는 득세한다.
특히 트롤들은 신난다. 평소라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쿠사리 먹어왔는데, 이제는 선봉장이다.
상대 진영에게 강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눈감아 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걸 눈감아 주다보니 나도 일침 한방 날려주고 싶어지고, 말좀 쎄게 하고 싶다. 다들 하니까, 뭐 이 정도 수위쯤..
하면서 수위의 에스컬레이션이 일어나고 그걸 본 상대 진영은 더 빡치고 더 빡치니까 더 쎄게 하더 패스터
허억허억 숨차네 사이다나 한잔할까 하면서 사이다를 너도나도 한잔씩 하며, 탄산 파티를 벌인다.
어쩌면 근본적으로 어느 한 진영이 옳았고, 다른 진영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양 진영의 행태는 비슷해진다.
멍청하고 악독한 자들은 끝없이 발굴되고, 처형되고, 분노는 가중된다.
그래서 전쟁은 더 치열해진다.
두 진영에 안 속해있던 이들도 여론전의 대상이 된다.
진영과 무관한 자들도 처형의 도구로 활용된다.
최후엔 어떻게 되냐고? 한 쪽이 박살나서 정의 구현되겠지.
면 좋겠지만 사실 그냥 전선만 왔다리갔다리 할 확률이 높지.
혹 진짜 시대정신을 반영한 옳은 진영이었다면 긴 사이클에선 이길지도.
중요한 건 그 와중에 사이다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2013년에 음료 미친듯이 마셨다가 내장비만이 생겼다. 아직도 잘 안 빠지더라.